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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어린 시절 여름방학 시골 외갓집에서 지루할 때쯤이면 외삼촌이 된장 사발에, 그물망에, 들통을 들고 큰 냇가로 가자고 했다. 여기저기서 모인 조무래기 사내아이들이 수풀을 지근거리며 물길을 몰아붙이면 외삼촌과 동네 아저씨들은 그물을 펼쳐 바닥부터 훑어 도망가는 ‘미꾸라지’를 휙 잡아챘다.

동네 여자아이들과 나는 둑 위에 서서 ‘저기, 저기’ 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미꾸라지의 도주(?)’를 안타까워하며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그리고선 모깃불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이른 초저녁 상에는 두부 속에 머리를 쿡 박고 들어간 추어탕이 한 대접씩 올라와 있었다.

‘안 먹어, 안 먹어’를 하면서도 통통한 미꾸라지의 중간 몸통과 두부의 조화로움에 한 번 두 번 손을 대다가 어느새 숟가락 들고 밥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못생겨 추어(醜魚)인가. 가을이라 추어(秋魚)인가.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이다. 여름 내내 더위에 시달린 몸에 원기를 불어넣을 몸보신 음식에 대한 탐미가 발달하게 된다.

미꾸라지는 미끈미끈한 비늘을 가져 미꾸라지라 부르며, 아시아 대륙에 많은 민물고기로 논과 도랑 또는 늪 등의 얕은 흙탕 바닥에 산다.

겨울에는 흙탕물 속에서 먹이를 먹지 않고 동면하기 때문에 살이 빠져 맛이 없는 반면, 봄에는 산란기를 앞두고 먹이를 많이 먹고 살쪄 기름기가 올라 맛이 좋다. 특히 추어탕은 늦여름과 가을에 제맛을 갖게 된다.

미꾸라지에는 우수한 단백질이 많다. 칼슘과 철분, 비타민 A·B2·D가 많기 때문에 강정 식품으로 손꼽히는 좋은 식재료이다.

뼈까지 먹는 추어탕은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우리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무기질 공급원이 되기도 하는데 미꾸라지는 굵은 것이 상품이고, 추어탕의 비결은 비린내를 잘 없애는 것이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미꾸라지는 산 채로 소금을 뿌려 거품과 해감을 깨끗하게 토하게 하고 다시 소금물에 여러 번 헹구어야 한다. 푹 삶아 망 위에 비벼 걸러 큰 가시를 추려내고 다시 곱게 걸러낸다. 추어탕의 비린내를 없애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후추, 고춧가루, 산초가루가 쓰이는데 옛날식으로 호박순을 같이 넣어 끓이면 비린내가 깨끗하게 가신다.

경상도나 전라도식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추어탕을 끓인다. 지금도 길을 지나다 보이는 추어탕 음식점에 ‘춘향’과 ‘남원’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남도 방식으로 갈아서 추어탕을 하다 보니 유난히 지역과 연관된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작고 재빠른 움직임과 모양새에 흔히 징그럽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탕으로 만들어 톱톱하게 끓여 나온 추어탕 한 그릇이면 가을 보양식으로 톡톡히 제 구실을 한다. 이맘때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건강과 미인을 만드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가족과 친구와 함께 즐길 만한 음식이다. 토장 냄새 구수한 추어탕에 들깨가루 듬뿍 넣어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우리 음식이기에 가능한 우리의 정서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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