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현직 관료들은 현재의 업무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쁩니다. 그들이 못하는 일들을 퇴직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합니다.”
‘경제개발 노하우 전도사’라 불리는 윤대희(62) 전 국무조정실장의 말이다. 그는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쳐 2008년 3월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33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기획재정부의 개도국 대상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이하 KSP사업) 통해 개도국을 돌며 ‘나랏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는 “평생 해오던 일을 퇴직 후에도 KSP사업을 통해 활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한다.
윤 전 실장이 개도국 KSP사업에 참여한 것은 작년 2월 아프리카 가나를 대상으로 한 ‘중·장기 경제계획과 연간예산의 연계방안’ 사업부터였다.
“정부에서 가나를 대상으로 KSP사업을 진행하는 데 전직 장관급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국립의료원에 가서 출국을 위한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그는 “가나 방문 후 KSP사업에 자신과 같은 퇴직 관료들이 적극 참여해야 할 이유에 대해 깨달았다”고 말한다.
“가나에 가보니 현직 경제부처 장관 3명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우리 KSP사업단을 맞았어요. 한국에 대한 개도국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지요. 저를 포함한 사업단은 그 자리에서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외국인 투자유치 경험 등을 조언했습니다.”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개도국에서 시작해 선진국 대열에 오른 한국 경제 관료로 재직하며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점과 시행착오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 국제경제과장, 주 제네바 대표부 재경관 등을 거치며 국내
경제통으로 통하던 그였기에 KSP 정책자문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경제상황이나 여건이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나 관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그는 아제르바이잔 ‘기업가정신 함양’ 사업, 베트남 ‘2011~2020 경제사회발전 전략’ 사업, 라오스 ‘거시경제안정화정책 수립’ 사업까지 총 4개의 개도국에서 진행한 KSP사업에 단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개도국 정책자문뿐 아니라 KSP사업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는 이미 개도국 진출을 앞둔 국내 기업들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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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TX는 작년 가나의 20만호 주택건설 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어 1백억 달러 규모의 사업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업 특성상 직접적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진출을 도울수는 없지만 KSP사업이 국내 기업의 개도국 진출에 가교 역할은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SP사업은 우리나라의 발전경험 공유를 요청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경제·사회 등의 분야에 걸쳐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2004년부터 시작됐다. 기획재정부가 사업을 총괄하고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에 정책자문사업을 위탁 운영해 오고 있다. 작년까지 총 20개국, 2백여 개 경제과제에 대해 사업단을 파견해 정책자문을 제공했다.
2010년부터는 KSP사업에 전직 경제 관료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개발협력과 정호용 사무관은 “KSP사업은 2009년 OECD DAC(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전환되면서 개도국 경제 협력 사업이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10년 KSP사업에는 윤 전 실장을 비롯해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인도네시아 ‘중기개발계획을 위한 핵심과제’ 사업), 이형구 전 노동부 장관(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 정부의 고위정책 우선분야 정책솔루션 개발’ 사업), 현정택 전 청와대 경제수석(우즈베키스탄 ‘혁신기반 및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 몽골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개발전략과 예금보험제도’ 사업), 김인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페루 ‘CEPLAN과 통합정보시스템’ 사업) 등이 참여했다.![]()
KSP사업에 참여한 전직 관료들은 “우리 발전경험 공유에 대한 개도국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체계적으로 정리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 전 실장 역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참여했던 전직 관료들의 산 경험이야말로 현재 개도국에 필요한 알짜 정보”라면서 “해당 관료들이 연로해 KSP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이들의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퇴직한 고위급 관료들의 참여도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는 ‘발전경험 모듈화 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및 학계, 국책/민간 연구기관, 공기업 등의 전문가로 TF를 구성해 개도국 경제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인 정책 사례를 선정해 체계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글·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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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