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개도국에 맞춤 컨설팅… 노병은 살아있다




지난해 7월 김인환 전 환경부차관은 과테말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해방지와 환경정책을 입안하려는 과테말라에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심각한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과테말라는 한국에 환경정책 전문가를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급속한 경제개발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환경오염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 전 차관은 과테말라의 요청에 맞는 최적의 전문가였다. 먼저 한국의 환경오염 초기부터 차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약 20년간 정부의 환경정책에 직접 참여해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 이론적으로도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계명대 환경대학장을 지내는 등 12년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2008년 정년퇴임했다.

김 전 차관은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과테말라 환경정책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링과 IT산업을 연계한 수준급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과테말라에 진출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동곤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도 지난해 과테말라로 떠났다. 현지 중소기업들의 수출판로 지원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돕기 위해서다. 6개월 동안 과테말라 경제부 중소기업청에서 활동하고 돌아왔다.

38년간 중소기업 분야에서 활약한 이 전 부이사장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적잖은 성과를 창출했다. 먼저 한국의 중미무역사절단을 유치해 과테말라 업체와 무역을 주선했다. 15개 업체가 과테말라를 방문해 2천3백57만 달러 규모의 상담을 하고 6백13만 달러의 계약을 추진했다. 커피의 수출판로도 개척했다.

한국과 미국 등 해외의 바이어들을 접촉해 수출길을 타진했다.
현재 생산업체와 미국의 바이어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수출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김 전 차관과 이 전 부이사장이 과테말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식경제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퇴직전문가 해외파견사업’에 참여하면서다. 지난해 시작한 이 사업은 퇴직전문인력을 활용하여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개발과 빈곤퇴치에 기여하고 우리의 개발 노하우를 공유해 국가 간의 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파견 기간은 1년이 기본이고 2회까지 연장할 수 있어 최장 3년까지 일할 수 있다.

이충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식정책팀장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분들은 우리나라의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발전을 주도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노하우는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력, 행정시스템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많아 파견되는 전문인력도 민간보다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공공분야 출신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첫 파견을 보낸 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무엇보다 지원을 요청하는 수원국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1백여 개 해외공관을 통해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각국이 한국에 원하는 바를 추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를 통해 전력시스템, 물관리시스템, 전자무역시스템 등 34개의 파견분야를 선정했다.

파견할 전문가의 기준도 마련했다. 먼저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50세 이상으로 정부나 정부산하기관, 공기업 등에서 퇴직해야 하고 민간부문은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한다. 언어 능력도 있어야 한다. 영어나 파견될 국가의 현지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봉사정신도 요구된다.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팀장은 “체재비와 활동비 등 파견 소요경비를 지원하지만 보수를 따로 지급하지는 않기 때문에 돈보다는 보람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이 신청한다”며 “파견 국가가 개도국이어서 생활상 불편함이 없을 수 없는데 봉사정신이 없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보상을 하지는 않지만 신분보장이나 편의는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먼저 관용여권을 발급해 준다. 민간 신분이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2년차를 맞은 ‘퇴직전문가 해외파견사업’에 대한 관심은 전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60여 명이 지원해 18개국 36명을 파견했는데 올해는 2백70여 명이 지원해 45명을 뽑았다. 경쟁률이 3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올해 파견규모는 파견기간 연장자를 포함해 50명 수준이다.

이 팀장은 “파견인력을 선정하다 보면 보람 있는 일로 ‘인생 2막’을 보내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퇴직 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과 정부의 지원 등이 맞물려 퇴직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변형주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