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사금융 벗어날 서민금융시스템 구축을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지난 4월 17일 발표됐다. 제도권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몰리면서 그로 인한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불법사금융 폐해를 정부의 단속만으로 완전히 척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3년 전에도 ‘불법사금융 피해방지 대책’을 통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바 있지만 불법사금융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수급불균형에서 기인하는 불법사금융 시장의 과도한 성장과 그로 인한 폐해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행정 차원의 단속은 물론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서민금융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국내 서민금융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만성적인 초과수요’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화됐다. 그 결과 신용등급 7~10등급의 금융소외계층이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서민금융시장의 ‘만성적인 초과수요’ 현상은 서민금융에 대한 총수요가 완전비탄력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경기침체 등으로 제도권 금융회사의 서민금융 공급이 축소될 경우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불법사금융을 통해 자금수요를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금융소외계층이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공급자의 공급정책이 시장의 수급을 좌우한다는 점도 우리 서민금융시장의 큰 특징이다. 카드대란 이후 신용카드사 등의 여신정책이 보수화되면서 서민금융시장의 초과수요 양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상호저축은행 등 일부 서민금융회사들의 자금운용방식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거액여신 위주로 전환되면서 서민금융시장의 초과수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급자의 정책에 따라 수급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우리 서민금융시장의 특징 때문에 부실 발생은 불가피하며 시장의 힘만으로는 불법사금융과 서민금융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시장과 대칭되는 공적 차원의 신용회복지원 시스템이 중층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내 사금융 시장규모는 최대 30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공급 계획은 3조원에 불과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균형은 금융회사가 수익원리주의를 일정 정도 포기하지 않는 한 시장 자체의 능력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시장실패로 야기되는 서민금융 초과수요는 시장에 대칭되는 공공부문에서의 적극적인 공급 확대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서민금융 초과수요 현상은 서민가계의 소득 하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어 실업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많아질수록 불법사금융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사금융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민들의 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일자리 지원 사업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여야 한다.

거듭 강조하자면 우리 서민금융시장의 초과수요 및 부실발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공공부문, 특히 서민금융과 신용회복에 전문화된 공적기구의 역할과 기능을 보다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소외자 자활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신용회복기금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신용회복기금은 매우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춘 종합적인 서민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서민금융시장에 대한 공적 차원의 보완 기능을 매우 유효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채무자의 특성에 맞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바꿔드림론을 통해 이자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에게는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채무조정으로 신용회복을 지원한다. 또 성실상환자에게 생활안정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고 취업을 원하는 경우에 취업알선을 통해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실물경기 회복 지연과 물가불안 등으로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서민들의 금융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척결방안으로 불법사금융 시장은 수그러들 것이다. 하지만 역작용으로 서민들의 금융이용이 더욱 곤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정부는 불법사금융에 대한 단속과 함께 서민들의 금융수요에 부합하는 서민금융활성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서민들이 사금융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서민금융 지원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정비하는 노력도 병행해 주기를 기대한다.

글·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