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곤룡포에 용 문양이 새겨지고, 왕이 사용하던 집기들이 모두 용으로 장식된 까닭은 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용을 불길한 상징으로 여기지만 동양에서는 영험하고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용 전시회에서는 이러한 용의 위엄 있는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네 단락으로 구성된다. 첫번째 단락 ‘용(龍)과 진(辰)’에서는 용의 모습을 그린 용 그림은 물론, ‘백자청화운룡문호’와 같이 용을 문양으로 한 다양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백자청화운룡문호는 조선시대 궁중의식 행사 때 어좌의 좌우를 장식했던 것으로, 높이가 53센티미터에 달하는 대형 항아리다.![]()
18세기 후반에 제작돼 왕실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왕실의 권위와 위상을 상징한다. 용이 다섯 개의 발톱을 펼쳐 여의주를 좇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백자의 하얀색과 용의 푸른색이 대비돼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하나하나 정성스레 그려진 용의 비늘은 정교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밖에도 시간과 방향을 십이간지(十二干支)로 표시한 해시계, 나침반 등도 전시돼 있다. 전시의 두번째 단락에는 왕실의 위엄을 나타내는 의미로서의 용 작품이 여러 점 전시됐다. 왕실을 상징하던 용 문양은 점차 민간에 퍼져 가구를 비롯한 옷감 등에 장식됐는데, 이러한 민간 유물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세번째 단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약리도(躍鯉圖)>다. 약리도는 등용문(登龍門) 고사를 표현한 그림이다.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중국 황허 상류의 ‘용문(龍門)’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는 모두 용으로 변한다는 전설에 기반한 작품으로, 물고기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역동적인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민속에 나타난 용 유물도 전시됐다. 민속에서 용은 물의 신을 뜻하며, 비와 바다를 관장하는 존재다.
서울시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대형농기(農旗, 농업박물관 소장)와 무신도의 용왕신을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전시의 마지막 단락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발달장애 청소년 프로그램 ‘그림으로 말하기, 민속으로 안아주기’에 참여한 특수학급 학생 18명의 공동작품 ‘우리들의 용꿈’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용 학술강연회에는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과 정재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학술강연회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 강연 ‘용의 한중일 문화코드’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문화 속에 담긴 용의 의미를 재조명해 보는 자리였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삶 속에서의 체험담을 통해 “용은 만물을 생성하고 어울리게 하는 덕의 상징물”이라며 “용은 변화하는 모든 것의 상징코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가 공유하는 문화의 정체성을 담은 용 이야기야말로, 동아시아가 21세기 문명의 발신지가 되는 ‘용꿈’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신화와 전설을 기반으로 한 용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교수는 “용은 신이나 영웅의 조력자로 자주 등장하고, 때로는 어떤 일의 징조가 되기도 한다”며 “용은 강우, 예언, 질병치료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다양한 조형예술품에 등장하는 용의 모습을 분석하며, 시대에 따라 바뀌는 용의 의미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용은 권위와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궁궐과 사찰에 그려지기도 했으며, 때로는 서민의 바람과 소박한 꿈을 다룬 민화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최원오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설화나 소설 등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의 용을,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동양의 생활과 의식구조 속에서 문화적 동물로 자리한 용의 상징성을 조명했다. 천 관장은 “용은 물의 신, 변화의 신, 왕권의 상징, 수호신, 예시자 등 다양한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용의 상징성은 복합적인 양상을 띠며 나타난다”고 말했다.
글·박소영 기자
일시 2월 27일까지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장
문의 ☎02-370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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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