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용오름은 격심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기둥 모양 혹은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지면에서 하늘로 닿아 있는 기상 현상을 일컫는다. 육지에서 발생하는 용오름은 랜드스파우트(landspout) 혹은 토네이도(tornado)로 지칭하며, 해상에서 발생하는 용오름을 워터스파우트(waterspout)라 부른다. 이 용오름은 대기가 급격히 불안정할 때 생기는데, 그만큼 바람의 세기나 회전력 그리고 폭발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회오리바람을 가리켜 용오름이라 부른다.
용의 해인 임진년을 맞이해 유망한 축구 스타를 다루는 이 페이지에 뜬금없이 용오름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지금부터 언급할 이 선수가 2012년 격한 용오름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용오름을 일으키며 용틀임을 내뱉을 그 선수, 바로 88년생 스물네살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5부 리그에 속한 뉴포트 카운티 AFC의 톰 밀러. 국내 축구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팀의 생소한 선수가 2011년 여름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다. 이유는 한국 축구의 차세대 아이콘이었던 이청용이 ‘201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준비하던 중
뉴포트 카운티 AFC와 치른 연습경기에서 톰 밀러의 태클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톰 밀러는 하프 라인 부근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던 이청용을 향해 날카롭게 태클을 날렸고, 그의 태클로 인해 이청용은 종아리를 지탱하는 뼈인 오른쪽 경골과 비골이 모두 골절되는 엄청난 부상을 입었다. 부상 직후 들것에 실려 나간 이청용은 전치 9개월이란 끔찍한 진단을 받았다. 매해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끝나는 유럽축구 리그의 일정상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즌 아웃’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청용의 부상은 그의 소속 팀이던 볼튼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위기를 불렀다. 볼튼과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이청용이 9개월가량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두 팀 모두에 대단히 가혹한 것이었다. 볼튼의 오웬 코일 감독과 주장 케빈 데이비스는 “참담하다”는 말로 걱정을 토로했고,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조광래 전 감독도 그의 전력 이탈에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볼튼은 팀 공격의 실타래 역할을 하던 이청용이 빠지자 공격과 수비 모두에 엇박자를 보이며 12월 28일 현재 프리미어 1부리그 20개팀 가운데 19위로 추락한 상태. 대표팀 역시 지난해 8월 10일 삿포로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대3이란 치욕적 대패를 당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에도 대표팀은 쉽사리 부진을 탈출하지 못했고 결국 수장이 교체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많은 이를 아프게 했던 이청용의 부상이 어느덧 5개월이 흘렀다. 참으로 긴 시간이다. 모두를 힘들게 했던 2011년을 지나 밝아 온 2012년. 워낙 큰 부상이었던 탓에 아직도 정확한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지만, 이청용이 그라운드로 돌아올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부상을 당한 직후 내려진 진단은 9개월이었으나 성공적인 수술로 그 기간을 앞당겼고, 이후엔 열과 성을 다한 재활치료와 훈련으로 이르면 2월 말에서 3월 초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뉴스가 들리고 있다. 이제 약 두 달 후면 다시 힘차게 그라운드를 박차고 달릴 이청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 빨리 달려야 할 시기에 부상으로 꼬꾸라져 많은 사람이 크게 상처받았지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많이 남은 것이 축구 선수 이청용의 미래임을 감안할 때 잘된 부분도 없잖다. 바로 수년간 제대로 갖지 못했던 귀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청용은 2007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이때부터 곧바로 쉴 틈 없는 ‘바쁜 몸’이 됐다. 이청용은 2007년 FC서울의 주전으로 K리그 무대를 누볐는데, 같은 해 여름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도 차출되어 나갔다. 2008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했고, 2009년부터는 허정무 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도 선발되어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태극전사의 일원이 됐다.
그러던 2009년 7월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으로 둥지를 옮기며 잠시도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충분한 휴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축구 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쉼 없는 뜀박질을 계속해야 하는 그의 모습은 걱정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중 부상이란 악재를 만나긴 했으나 그로 인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니,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고 해석하면 더욱 좋겠다.
현재 볼튼과 대표팀은 이청용의 부재로 인해 그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볼튼은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며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추락했고, 대표팀 역시 오는 2월 29일에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를 이겨야만 최종 예선에 오를 수 있는 급박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명운이 갈릴 2월 말부터 3월 초는 이청용이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시점이다.
워낙 부상이 길었던 탓에 복귀 직후부터 그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지금껏 컸던 공백에 미뤄 보면 그의 복귀만으로도 볼튼과 대표팀 모두에 커다란 응원의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멋지게 비상해 위기에 처한 두 팀을 모두 구해 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1988년 태어난 용띠 이청용, 부상이란 물에 갇힌 잠룡(潛龍)이었던 그가 2012년엔 우렁찬 용틀임과 함께 커다란 용오름(龍卷)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글·손병하 (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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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