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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공기업 고졸채용 늘려… 유통·제조업 확산




한국동서발전의 울산발전소에 근무하고 있는 강동훈씨는 오는 9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현장실습생의 신분에서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강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들이 선망하는 대형 공기업의 정직원이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강씨가 동서발전에 입사한 것은 지난 2월. 이미 대학에 합격하고 등록금도 냈지만 강씨는 동서발전에 지원했다. 대학에 가는 것보다 먼저 현장에서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대학은 그 후라도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씨는 “아무 목적의식 없이 대학에 가서 허송세월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시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울산에서 야간으로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군대에 다녀와 고향인 당진의 발전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공기업 최초로 신입사원의 30퍼센트는 마이스터고 졸업자로 채용한다는 ‘채용할당제’를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다. 발전과 관련이 깊은 마이스터고에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기계, 전기, 정보통신 등 관련 직무에 배치할 사원들을 채용한다는 것이었다.

동서발전의 채용할당제는 지난 2월에 최초로 현실화됐다. 신입사원 20명의 30퍼센트인 6명이 마이스터고 출신이다. 강씨는 마이스터고인 합덕제철고 출신이다. 고졸이라도 인사와 보수 등에서 전혀 차별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한 4년간의 근속년수에 따른 임금차이만 존재한다. 6개월간 현장실습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대졸 신입사원의 90퍼센트 수준인 2천2백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김낙교 동서발전 홍보과장은 “국내 기업들이 ‘열린채용’, ‘학력제한 철폐’를 내세워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지만 고졸사원 채용에 대졸 출신이 지원해 고졸 출신이 입사할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며 “동서발전의 선택이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퍼져 전문기능인력양성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졸 인재를 채용하는 공공기관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지적공사는 8월 중에 고졸자 3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올 초 2백86명의 보조인력과 청년인턴을 채용했는데 이 가운데 45명이 고졸이었다.

지적공사는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이 개정되는 대로 지적 관련 고등학교 등과 산학협력을 맺어 고졸인력 채용을 한층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서부발전은 군산기계공고, 수도전기공고 등 5개 마이스터고와 협약을 맺고 신입사원의 20퍼센트를 마이스터고 출신으로 뽑기로 했다. 먼저 재학생 20명을 추천받아 현장 교육을 진행하고 졸업 후 채용 때 우대하는 방식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올 하반기 공채 50명 중 20명을 마이스터고 출신에 할당하기로 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도 신입사원의 30퍼센트를 고졸 인력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신규 채용 인원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2백여 명을 고졸 인력으로 충원한다. 취업 후 급여와 처우 등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내부 규정도 정비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에서도 고졸 출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대표적이다. 대형할인점의 지점이 늘면서 발생한 신규 인력수요를 고졸 출신으로 수혈한 기업이 여러 곳 있다. 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2005년부터 고졸 사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채용한 정규직 직원 3천5백명 가운데 1천3백명이 고졸이다. 채용 후에는 다른 정규직 직원과 전혀 차별을 받지 않는다.

직급에 따른 보수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근속년수가 채워지면 이 역시 사라진다. 고졸 사원 가운데 점포의 파트장까지 승진한 직원도 상당수 있다.

채용된 고졸 직원들은 점포에서 근무한다. 상대적으로 젊어서 의욕이 넘치고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석 롯데마트 홍보팀 과장은 “고객을 직접 접하는 대형마트 직원은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태도나 성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학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고졸 직원들은 적극적이어서 회사로서는 만족스런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고졸과 초대졸 인력을 대상으로 1백명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AK플라자도 고졸 인력을 환영하고 있다. 2008년 삼성플라자를 인수한 후 고졸 직원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영업과 시설 관리에 쏠리는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기획, 영업, 재무, 회계 등 다양한 직무에서 고졸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한양사이버대학에 입학해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남 함안에 소재한 중소기업인 미래테크도 고졸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업이다. 직원의 절반이 고졸이다. 고졸이라도 대졸과 호봉이 같다. 초봉은 2천4백만원 수준으로 대기업 못잖다. 승진등 인사 측면에서도 차별이 없다. 입사 후 3년이 지나면 야간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한다. 고졸 사원이 주축이지만 2008년 창업 당시 4억원이던 매출액은 올해 1백3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회사는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미래테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창출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다.

글ㆍ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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