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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KT에서 근무하는 C차장은 지난해 가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해 여름 C차장은 욕실에서 넘어져 발목골절상을 입었다. 병가를 내고 한 달 반 정도를 쉬었지만 여전히 거동이 불편했다. 목발에 의지해 겨우 걸음을 뗄 수 있었다. 한 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출퇴근길은 눈물 나는 고역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C차장의 고생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9월 1일 회사에서 도입한 스마트워킹 제도 덕에 출퇴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워킹은 유·무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원거리 근무제도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업무를 볼 수 있고 전국 9곳에 설치된 스마트워킹 센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C차장은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C차장은 “스마트워킹을 할 수 있는 회사의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 회사에 있는 내 자리를 그대로 집에 옮겨 놓은 듯 일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골절 부위의 빠른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KT는 지난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기업이란 근로자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여가부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08년 가족친화기업 인증 제도를 도입됐다.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증기업이 2008년 14개에서 2009년 20개, 지난해 31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여가부 가족정책과 이재웅 사무관은 “해마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올해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명회 등 홍보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족친화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헤르티에재단에 따르면 가족친화 경영을 하는 기업은 그러지 않는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30퍼센트 높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우수인재 영입과 유지에 도움이 되는데다 직무만족도와 몰입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제품에 인증 표지를 부착하는 등 마케팅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국방부와 조달청의 물품구매 입찰 시 신인도 부문에서 가점을 주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우수 인증 기업에 대통령 표창 등 정부포상을 수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이 환영하는 것은 물론이다. 근무여건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의 호응이 크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바쁜 일과 탓에 소홀해질 수 있는 가족을 좀 더 꼼꼼히 챙길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가족친화 경영의 유형은 다양하다. 탄력근무제, 자녀출산·양육 및 교육 지원, 근로자 지원, 부양가족 지원, 가족관계 증진 등이 대표적이다. 탄력근무제는 근무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KT의 스마트워킹이 이에 해당한다. 직원들은 스마트워킹을 통해 집에서도 근무를 할 수 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 40시간 근무 대신 주15~20시간만 근무해도 되는 단시간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기간 등 정상적인 업무가 벅찰 때 활용하면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출퇴근 시간만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과 기관도 적잖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니라 8시 출근 5시 퇴근처럼 출퇴근 시간을 한두 시간씩 옮기는 방법이다. 임신 초기에는 러시아워의 혼잡과 불편을 피할 수 있고, 육아기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자녀의 출산과 양육, 교육을 지원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양육비나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여성인력이 많은 기업일수록 적극적이다. 화장품 전문기업인 로레알코리아는 태아검진 휴가, 조산 및 사산 휴가, 배우자 출산 휴가 등 다양한 출산·육아 관련 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아이가 없는 직원들을 위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불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임신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불임치료를 위한 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가족친화기업들은 직원의 가족을 돌보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있다. 가정과 일의 균형을 통해 더욱 활기찬 직장문화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신용보증기금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사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글·변형주 기자



여성가족부는 2011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위한 기업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기간은 지난 4월 5일 시작해 오는 8월 말까지 5개월간이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에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여가부는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제도를 크게 간소화했다. 심사일수를 대기업의 경우 8일에서 6일로, 중소기업은 4~6일에서 4일로 단축했고 심사비도 66만원에서 25만원(1인 1일 기준)으로 줄였다. 중소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커트라인도 낮췄다.

종전까지 70점을 받아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60점만 받으면 된다. 인증심사를 원만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무료 컨설팅도 제공한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www.mogef.go.kr)나 가족정책과(☎02-2075-8707)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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