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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직장보육시설로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우리은행 서울 상암동 지점 수신창구에서 근무하는 손혜진(34)씨는 요즘 출퇴근 시간이 여유롭다. 워킹맘인 손씨는 “직장보육시설이 아침 7시30분부터 운영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손씨는 2년간의 육아휴직을 가진 후 복직하면서 어린 딸이 걱정이었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2010년 3월 회사 내 직장보육시설이 생겼다. 어린이집이 우리금융 상암센터에 입주하면서 근무지와도 가까웠다. 손씨는 직장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면서 순조롭게 복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딱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선 직장보육시설은 큰 의지가 돼요. 회사 내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가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좋아서 만족합니다.”

현재 우리은행 어린이집은 32명의 원생이 다니고 있다. 학부모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다. 이를 고려해 어린이집은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운영된다. 무엇보다 회사의 적극 지원으로 교사의 수준이 높고 시설이 좋아 깐깐한 워킹맘들을 만족시켰다. 원비도 국공립 수준으로 직원들의 부담이 적다.

우리은행은 이처럼 맞벌이 부부를 배려한 보육지원 등 출산장려책으로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아이 낳기 좋은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 포상 등으로 기업들을 장려하고 있다.

워킹맘들은 “직장보육시설이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라 말할 정도로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아직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상시여성근로자 3백인 이상 또는 근로자 5백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기업들에는 시설설치비, 보육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여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 공간 기준을 1~3층에서 5층으로 확대하는 등 까다로운 직장보육시설의 설치기준도 완화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김동리 사무관은 “올해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직장보육시설의 경우 추가적으로 운영비 지원을 신설했다”며 “기업들의 직장보육시설 운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에도 운영비 지원을 추가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기업 지원과 함께 맞벌이 가구 대상 혜택을 늘리며 육아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선 육아휴직급여 지원이 확대됐다. 기존 월 50만원씩 정액으로 지급되던 육아휴직급여가 올해부터 통상임금의 40퍼센트를 지급하는 정률제로 바뀌었다. 이로써 최고 1백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마모씨는 “생계형 맞벌이 부부의 경우, 육아 휴직이 길어지면 소득은 주는데 아이로 인한 지출은 늘어 부담이 크다”며 “육아휴직급여가 확대됐다니 둘째를 낳아볼까 생각 중”이라며 정책을 반겼다.

올해 들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육아휴직 급여 신청자는 1만4천1백65명, 지원금액은 5백9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45.3퍼센트, 39.4퍼센트 늘었다.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도 크게 늘었다. 이전에는 육아휴직자 중 여성이 98.1퍼센트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올 1분기 2백73명에 달했다. 작년 1분기 1백46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서울의 한 IT 기업에 다니는 유별이(28)씨도 지난 1월부터 두 살짜리 아들을 돌보기 위해 1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유씨는 “맞벌이 부부라서 따로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고 어린이집에 맡기기에도 아이가 너무 어려 육아휴직을 결심했다”며 “지난해 아내가 1년, 제가 올해 1년 육아휴직을 쓰기로 아내와 상의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남성 육아휴직자 1호인 유씨는 “육아휴직을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그런 게 있느냐 할 정도로 모르는 분이 많았다”며 “올해 육아휴직급여가 확대됐다고 들었는데 둘이 벌 때보다는 적겠지만 지원이 늘었다니 좋다”며 환영했다.



여기에는 육아휴직에 부정적이었던 기업 문화가 바뀐 영향도 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2년간 산전후 휴가자 3백37명 중 2백59명이 평균 2백80일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유한킴벌리는 육아휴직 사용률이 2006년 4.8퍼센트에서 2010년 69퍼센트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육아휴직 사용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육아휴직자가 사상 처음 4만명을 돌파했고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 키우기에 나선 아빠도 8백19명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1천명이 넘는 남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2008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영유아가 있는 근로자는 성별에 관계없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육아휴직기간은 부부가 모두 근로자인 경우 각각 1년씩 총 2년 사용이 가능하다.


맞벌이 가구의 보육료 지원도 확대됐다. 올해부터 월소득인정액(4인 가구 기준 4백80만원)을 기준으로 보육료 전액 지원이 결정되는데, 맞벌이 가구는 소득인정액 산정 시 부부합산 소득의 25퍼센트를 제외한 후 합산하여 혜택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했다.

앞으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혜택은 한층 다양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산전후 휴가를 임신기간 중에 나눠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유산의 위험이 있는 산모의 경우 현행 90일간의 산전후 휴가를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늘어날 예정이다. 남성 근로자의 출산휴가를 현행 무급 3일에서 유급 3일로, 필요하면 5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권영순 고용평등정책관은 “근로자들이 당당하게, 맘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앞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대체인력채용장려금’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ㆍ이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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