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얼마 전 집안 청소를 하면서 남편의 기고문이 실린, 15년 전 내가 다녔던 직장의 사보를 찾았다. ‘가정이 지상의 천국’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아이들이 학업에 매달려 가족의 유대감이 느슨해지던 요즘 그 글은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15년 전을 돌이켜보니, 신혼 5년을 시부모님과 시누이, 시동생, 조카들까지 있는 대가족 속에서 북적대며 살았다. 정말 정신없었던 시간들이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대가는 쉽지 않았다.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사이도 없이 직장과 가사, 육아 사이에서 곡예를 하는 것 같았다.
남편도 그 기고문에서 “치열함을 요구하는 우리의 삶을 뿌리칠 수 없지만 그래도 여유 있고, 넉넉하고, 건강한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와 남편은 차례로 파김치가 되었고, 갈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생명력이 꿈틀대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집안에 가득한 그때가 행복의 절정기였다고 여겨진다.
사실 결혼한 부부에게 분신과 같은 자녀를 보는 것은 세상 최고의 축복이자 환희이다. 그런데도 그 축복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인 난관이 크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후배들이 적지 않다. “선배, 아이를 이 괴로운 세상에 내던지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서 못 낳겠어요. 집장만도 힘들지, 사교육비도 엄청나지…”
파견직인 어느 후배로부터는 “임신했다고 하니까 회사도 어려운데 나오지 말라고 해요. 여자들도 남자들과 견주어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나라 저출산 현황은 1960년 6명이었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이 2008년 1.19명으로 낮아졌다. 2010년 1.22명으로 높아졌지만 OECD 평균인 1.6명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정부가 안간힘을 쓰면서 저출산 대책을 세우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연구위원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육아휴직 등 각종 제도들의 대상에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체 근로자, 자영업자 등이 배제되어 있다.
중산층을 포함시킨 전 계층이 정부의 저출산대책의 목표 계층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저출산 원인 중 주 원인은 사교육비 등 자녀양육비용이다. 고비용 발생에 대한 근본 원인 치유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일·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한 기업의 배려와 오픈 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된다.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한 기본 인프라의 양과 질적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의 아이를 위한 정책이라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를 낳고 싶어하며,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저출산 문제도 해소되고 여성들은 더 행복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글
이화순 종근당고촌재단 교육문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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