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세계 유통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월마트, 까르푸, 코스트코 등 세계적인 대형할인점 업체들이 야심차게 들어왔다가 제대로 힘도 못 쓰고 아예 철수하거나 매장을 잇달아 폐점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할인점 업체들이 확고하게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이마트다. 신세계가 1993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이마트는 현재 매장 수 154개(중국 점포 25개 포함), 연매출(2010년) 12조원으로 국내 1위의 할인점이다. 올해는 매출 1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바로 고졸 사원에서 CEO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최병렬(62) 대표다.
전남 완도군의 한 작은 섬 출신인 최 대표는 37년 동안 신세계에 몸 담아 온 ‘신세계맨’이다. 그는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 1974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했다. 당시 유통업계에는 대졸 사원이 흔하지 않았고, 고졸 사원도 승진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그는 종종 “신세계에 입사한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최 대표는 고졸 말단사원에서 시작해 인사과장, 영등포점(백화점) 업무부장, 특판사업부 영업1팀장 등을 거쳤다. 신세계는 1990년대 초 할인점 사업에 진출, 1993년 이마트 1호점(창동점)을 개점했고 이후 국내 최대 할인점 업체로 성장했다.
입사 후 백화점 부문에서 계속 일해 왔던 최 대표가 이마트 부문에서 일하게 된 것은 1996년. 최 대표는 총무팀 부장, 이마트 분당 점장과 서부산점 점장, 판매담당 이사·상무, 판매본부장 등을 거치며 이마트를 이끌어 왔다.
이후 그가 신세계푸드로 옮기기 전까지 8년 동안 점포 수는 4개에서 72개로 늘었다. 그는 “이마트 초기 고속성장에 일조한 것이 30여 년의 직장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국내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대형할인점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마트는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국내 할인점 업계를 이끌어 왔다. 백화점만 운영할 당시 매출면에서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쇼핑에 뒤지고 있던 신세계는 이마트의 성공으로 국내 유통업계의 ‘2강(强)’으로 떠올랐다.
최 대표는 2004년 12월 승진과 함께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부사장을 맡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직을 역임하는 등 몇 년간 이마트와 멀어졌지만, 2009년 12월 신세계 이마트 부문 대표이사로 친정에 복귀했다.
당시 최 대표가 국내 1위 할인점의 대표이사로 기용된 것은 외부보다 신세계 조직 내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간판이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실적을 내고 높은 성과 및 기여도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도높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신세계 내에서 ‘야전사령관’으로 통한다. 그는 인사와 총무, 영업 현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사내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임직원들이 어떤 업무든 적당히 해서는 최대표에게 통하질 않는다고 한다. “내 눈높이에 맞추려면 직원들이 힘들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그는 “좋은 CEO는 야전사령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부하 직원들에게 모든 걸 맡기는 경영인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특히 유통업체 대표로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유통 흐름과 실전 감각을 항상 유지하지 않으면 기업을 이끌 역량을 잃게 됩니다.”
최 대표는 지금도 식품관리, 유통과정 등을 현장에서 직접 일일이 체크하는 일이 잦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 매장을 둘러보는 일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이마트 본사에 일반 가정의 부엌을 본뜬 ‘테이스트 키친(Taste Kitchen)’을 설치해 제품 맛을 직접 점검한다.
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테이스트 키친을 찾으며, 신상품 도시락 시제품도 직접 맛보고 평가한다. 최 대표는 “이마트의 독자적 상품을 전문화·다양화해야 고객이 지속적으로 이마트를 찾게 된다고 생각해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장인정신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신세계푸드 대표로 일할 당시엔 전 직원에게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읽도록 했다. 초밥요리사로 성공한 주인공에게서 장인정신을 배우라는 취지에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금연령을 내리고 수시로 흡연 여부를 체크했다. 음식을 다루는 회사 직원들이 담배 때문에 혀와 코가 둔감해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 신세계푸드의 업무 중 하나인 구내식당 운영에 충실하기 위해 CEO로 재직하는 동안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세우기도 했다.
이마트는 세계 할인점 업체들의 각축장인 중국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1997년 2월 상하이에 첫 점포를 낸 이후 현재 이마트는 중국에 25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중국 서부 내륙과 화북지역에 점포를 신설하는 등 2015년까지 중국 점포 수를 45개로 늘릴 예정”이라며 “중국 외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한국형 할인점 외에도 창고형 매장과 인터넷쇼핑몰, 교외형 대형쇼핑센터 등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신사업과 해외매출의 비중을 전체의 절반까지 높이고, 다양한 쇼핑채널을 가진 글로벌 종합 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2020년에는 매출 6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