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초등학교 1학년 때 먹은 상한 과자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그 아이는 식중독을 일으켰고,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치료약을 장기 복용할 수밖에 없어 온몸에 만성적으로 두드러기가 나는 ‘만성 담마진’이라는 질환에 시달렸다. 시력도 떨어지고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 그는 덕수상고 3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다. 소망화장품 강석창(50) 대표의 얘기다.
소망화장품은 외국 브랜드들이 즐비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토종 화장품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1천1백91억원, 순익 61억원이었다. ‘꽃을 든 남자’, ‘다나한’, ‘십장생’ 등 남녀 화장품과 헤어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창립 20년째로, 외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국내 시장에서 꿋꿋하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강석창 대표는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그가 사업가가 된 계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소위 말하듯 ‘가방끈이 짧아’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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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니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취업할 엄두도 내지 못했죠. 미용실에 헤어 재료를 납품하던 아버지 일을 돕곤 했습니다. 또래의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을 했지만, 저는 그 친구들과 다르게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증권 객장에 나가서 하루종일 하염없이 앉아 있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경제 신문을 스크랩하면서 회사를 분석하는 노하우, 사업에 대해 관심이 생겼죠.”
군대에 입대해서도 지병 때문에 11개월 만에 조기 전역을 한 강석창 대표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 대표는 ‘과일나라’로 유명한 현대화장품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해 지금의 소망화장품을 세웠다. 화장품을 생산, 판매하고 싶었지만 신생 회사라는 점을 감안해 애초 강점이었던 헤어제품을 먼저 팔았다. 경제 신문을 열심히 읽고, 경영학 책을 독학한 그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한 방송사에서 <꽃을 든 남자>라는 영화를 상영했는데, 좋은 카피라는 생각이 들어서 돈을 주고 샀다.
탤런트 김혜수, 축구 선수 안정환을 앞세운 ‘꽃을 든 남자’라는 광고 카피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의 마케팅 예상은 적중했다. 사람들은 신선한 광고 카피에 주목했고, 제품 매출이 늘었다.![]()
강 대표는 “남들이 움츠릴 때 오히려 과감하게 광고를 했다”며 “IMF 외환위기 때도 광고 비용을 줄이지 않았고, 인지도가 낮은 회사를 홍보하는 대신에 제품의 카피 광고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쌓아 갔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소망화장품은 ‘다나한’, ‘남자의 주름은 나이와 바람기의 상징일 뿐’, ‘주름은 물려받지 마세요’ 등 다양한 제품 및 광고카피를 내놓았다.
소망화장품은 2000년 들어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은 ‘미샤’, ‘더페이스샵’ 등 저가 화장품이 등장해 기존 업체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강석창 대표이사는 이 틈바구니 속에서 ‘뷰티크레딧’이라는 브랜드숍을 열었다. 소망화장품이 생산하는 다양한 중가(中價) 화장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뷰티크레딧’은 현재 국내 4백여 개, 해외 10여 개국에 8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강 대표는 2007년에는 한국도자기의 자회사였던 ‘로제화장품’을 인수해 한방 화장품 생산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 회사는 최근에 홍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RG II’라는 화장품을 선보여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홍삼이 피부 미용에 좋은 효과를 낸다는 것은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SCI급 논문에 게재된 상태다.
“홍삼 화장품을 기획한 것이 벌써 12년 전입니다. ‘인삼, 홍삼 제조공장 생산라인의 아줌마들 피부가 유난히 좋다’는 식약청 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홍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원광대 생명과학연구소의 박종군 교수 연구팀이 홍삼 연구를 하고 있기에 함께 했죠. 결국 홍삼 사포닌 성분 중에 ‘RG2’라는 것을 피부에 투입하면 피부 세포의 수명이 85퍼센트 연장된다는 것을 밝혀냈고, 화장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제품의 출시로 우리 회사가 다시 한번 도약하리라 확신합니다.”![]()
흔히 회사의 CEO라고 하면 번듯한 대학을 나와 외국에서 유명 경영대학원 하나쯤은 나온 이들을 떠올린다. 강석창 대표에게 ‘고등학교 중퇴가 후회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남들이 다 가니까,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닐까요. 저는 건강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지만, 굳이 대학에 갔더라면 하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지병 때문에 시력이 약해져 책 읽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을 때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사람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 달라고 해서 공부했습니다. 대학, 대학원을 가지 못한 것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한 것이 아쉽죠.”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부에 관심이 크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강 대표가 회사를 세운 이유 중 하나는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소망화장품은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실로암안과병원, 월드비전 등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고, 회사 순익의 30퍼센트를 무조건 사회에 환원한다.
‘순익의 무려 30퍼센트를 떼 주는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회사 이름이 ‘소망’ 아닙니까. 우리의 작은 소망이 사회에 전달되고, 많은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아깝지 않냐고요? 능력이 되면 더 해야지요.”
글·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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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