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최근 우리 벤처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연매출 1천억원이 넘는 소위 ‘벤처천억기업’이 3백15곳에 이르렀다.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기업도 3곳에 달한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견기업 군(群)이 절실하다. 유망 벤처기업의 증가는 매우 기쁜 소식이다.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인 일자리 창출에서도 벤처기업들의 성과가 높다. 벤처기업의 지난해 총 고용인력은 11만2천4백96명으로 2009년의 8만9천7백49명에 비해 25.3퍼센트 증가했다. 벤처기업의 지난 5년간 고용증가율도 12.65퍼센트로 대기업(2.26퍼센트)과 일반 중소기업(4.99퍼센트)보다 2~5배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본래 벤처기업은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눈부신 실적을 낸 셈이다. 이는 벤처기업이 고용 측면에서도 상당한 공헌을 할 것이란 점을 확인시켜 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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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적은 한국 벤처부문이 조용하고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장세를 가속화하려면 벤처생태계가 그 성장세에 적합하도록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기업만의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성장을 유인하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벤처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의 하나는 기존의 ‘창업’ 중심 벤처정책에서 ‘성장’ 중심 벤처정책으로의 전환이다.
벤처생태계란 벤처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하는 인프라 조건을 의미한다. 완성도 높은 벤처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조성된 곳은 매우 드물다. 세계적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유일할 정도다.
대개 자생력이 약한 벤처 불모지에서는 정책적 노력을 통해 벤처 생태계의 조성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정부 주도의 벤처정책을 추진한 이유도 빠른 시간 내에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정책목표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벤처정책은 1997년 ‘벤처특별법’으로 본격 시작됐다.
당시는 벤처 패러다임의 초기였기에 벤처 ‘창업’을 유인하는 제도 창출에 집중됐다. 그 후 기존의 중소기업을 기술기반의 벤처기업으로 유인하는 쪽으로 정책대상이 확대됐다. 또 벤처 패러다임의 안정적 확산을 위해 정부 주도의 ‘벤처확인제도’를 시행해 왔으며, 이 확인제도는 2006년 이후 민간부문에 이전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벤처특별법과 벤처확인제를 근간으로 추진돼 온 한국의 벤처정책은 벤처기업군이 향후 중견기업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몇 가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벤처정책에 ‘차별화 원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벤처기업의 양적 확대는 더이상 우선순위의 가치가 높은 게 아니다.
벤처특별법으로 시작한 한국의 벤처 패러다임도 15년의 세월을 축적했다. 다양한 풍상(風霜)을 경험했다. 이 정도의 성숙과정을 거쳤다면 양적 성적표로서 벤처의 성과를 논의할 시점은 지났다. 새로운 벤처정책은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인 성장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철학이 차별화 원리다. 차별화 원리는 우량한 싹을 북돋아 주고, 불량한 싹은 도태시키는 원리다. 1997년 벤처특별법 시행으로 지속된 벤처지원제도는 지나치게 ‘따뜻함의 철학’이 지배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작고 영세한 벤처기업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쪽에만 치중한 것이다. 이는 ‘벤처’ 브랜드를 획득하는 문턱을 낮췄다.
반면 우량 벤처기업들을 위한 차별적 우대는 부족했다. 결국 ‘낮은 차별화’는 벤처기업이 됐다 해도 이렇다 할 자부심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벤처기업의 조건으로 엄격하고 차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화된 지원내용으로 벤처기업으로서 지원을 받는 문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론 전체 기업생태계를 생각하면, 강자가 독식하는 정글의 원리보다는 공존의 따뜻함이 필요한 시점임에 동의한다. 그래야 중소 벤처기업도 적정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성장을 위한 우수인재 확보와 연구개발 투자 같은 중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벤처’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내적으로는 차별화 원리가 지배해야 한다.
둘째, 벤처업계로 첨단지식이 유입되도록 유인책을 보완해야 한다. 첨단지식은 벤처기업의 생명이다. 우리 경제에서 첨단지식을 만드는 대표적 주체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소,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센터로 크게 구분된다. 여기서 나오는 연구결과들이 벤처기업에 전달되는 효과적인 통로와 유인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대학 실험실과 벤처기업 사이의 실질적인 연구성과 교류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더 늘기를 소망하면 산학협력이란 주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학 실험실 자체가 하나의 독립 벤처기업이 되거나, 실험실의 지식이 벤처업계로 이전되며 기존의 산학협력을 넘어서는 실질적 효과를 거두게 하는 정책 발굴이 관건이다.
셋째, 글로벌 속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세계적 강소기업을 보면 창업 초기부터 세계적인 경쟁판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탄생시점부터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탄생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생각하는 기업을 ‘본 글로벌(born-global)’기업이라 하는데, 이는 우리 벤처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글로벌 특허 활용을 격려해 기술역량을 보완토록 유인해야 한다. 또 협소한 내수시장 대신 세계 시장 진출을 유도하고, 해외 기술인재를 활용해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토록 할 필요가 있다.
조용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벤처부문이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해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의 공급원으로서 활약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또 이를 지원하는 벤처생태계의 성숙화를 기대해 본다.
글·손동원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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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