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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저도 서해 지키는 해군이 되고 싶어요




“지난 5월 고(故) 민평기 상사님의 후배 되는 자격으로 천안함 추모 행사 및 청소년 해양수호대 활동에 참가하겠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모의고사 일정을 앞둔지라 조금은 고민했지만 많은 친구들 중 선택받았다는 생각에 또한 선배님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천안함 추모 행사이기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유병욱군의 ‘소감문’ 중에서)

유병욱(부여고 2년)군을 비롯해 전국에서 온 고교생 43명은 6월4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에 집결했다. 이들은 천안함 46용사의 모교인 전국 29개 고등학교에서 ‘제2회 청소년 해양수호대 해상작전 체험’에 참여할 대원으로 추천받은 학생들이었다. 지난해 천안함 46용사 1주기를 맞아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참가했던 학생과 학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행사는 이 같은 호응에 힘입은 천안함재단과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참가 학생들은 2함대 내 서해수호관에서 간단한 교육과 브리핑을 받은 후 사건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보존된 천안함을 견학했다. 유병욱군은 “천안함을 밑에서 봤는데 내장이 찢겨진 듯 튀어나와 엉켜 있는 전선들을 보고 당시의 심각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고 문규석 원사의 고교 후배인 정상원(부산 금정고 2년)군은 “몇천 톤이나 되는 군함을 한 번에 자르는 어뢰의 파괴력에 또 한번 놀랐으며 이런 무책임한 도발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안함을 견학한 학생들은 4일 오후 천안함의 모항인 평택의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이후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PCC)인 제천함에 승함했고, 전투 배치 훈련을 받았다. 함정생활과 해상작전 체험이 시작된 것이다.




“주변 해역에 적 잠수함 활동 중! 총원 전투배치!” 밤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전투배치 명령이 떨어지자 제천함 승조원들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임무별 행동절차에 돌입했다. 사전에 임무를 부여받은 43명의 학생들은 짝을 이뤄 함미 부분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에 학생들의 얼굴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 안경환 상사의 고교 후배인 박상민(인천제일고 2년)군은 사정거리 16킬로미터의 함포인 71포에 배속돼 장전수 임무를 맡았다.

훈련이 끝난 후에는 기관조종실(MCR)에 배정돼 2시간 동안 당직을 섰다. 기관조종실은 발전기, 가스터빈, 디젤엔진 등을 관리하는 함정의 심장부다.

박군은 “기관조종실에 들어가 보니 장비들이 많아 복잡해 보였다”며 “직접 당직을 서보니 ‘매일 해군 아저씨들이 밤낮없이 나라를 지키느라 피곤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문을 통해 밝혔다.

학생들을 태운 제천함은 다음날 백령도에 입도했다. 함정에서 내린 학생들은 서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연화리 산정에 우뚝 서있는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찾아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동판에 부조로 새긴 용사들의 얼굴 조각상 하나하나를 살피며 눈물을 훔치거나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들이 많았다. 박상민군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배님들의 얼굴을 보며 우리 해군이 용감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살짝 났다”고 말했다.

일정 마지막 날인 6월 6일 현충일에는 천안함 46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천안함 용사들의 유가족을 만났다. 정상원군은 “아들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고 했다.

정군은 이번 행사 후 적어낸 소감문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을 보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고, 나중에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해역을 사수하는 멋진 해군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번 체험은 “목표 없이 살아가던 나를 자극시켰고 애국심도 더 키워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안경환 상사의 유가족을 만난 박상민군 역시 “슬퍼하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다”며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박군은 소감문에서 “나중에 꼭 해군에 지원해 천안함 용사들처럼 조국의 영해(領海)를 수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병욱군은 “2박3일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배운 점이 많다”며 “이 나라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유군은 ‘존경하는 민평기 선배님을 포함한 46용사 모두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기를, 그리고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나라의 모든 군인이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소감문에 적었다.

해군본부 오세성 소령은 “‘청소년 해양수호대 해양작전 체험’은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청소년들의 해양안보의식을 고취시키 위해 일회성 행사로 기획됐으나 학교나 학생들의 호응이 높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서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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