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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대기업·부유층, 나눔에 더 적극 나서야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의 갈등 수위가 심각하다고 본다. 불신과 대립으로 인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종교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향후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빈부의 양극화, 정치권의 이전투구, 타 종교를 무시하는 행위는 갈등의 주 요인이다. 전통적 가족 기능이 쇠퇴한 현대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사회문제는 종전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사회문제 해결에는 사회구성원의 연대적 책임과 자발적 참여가 요구된다. 그러한 실천 방법 중 하나가 자원봉사와 같은 나눔활동이다.




최근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무궁화장)을 받은 고(故) 이태석 신부가 그 대표적 예다.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톤즈마을에서의 자원봉사가 우리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자원봉사와 나눔활동은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서로의 공통된 인식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통해 시민공동체사회를 건설할 수 있게 한다.

자원봉사는 민간자원의 동원 측면에서도 현실적으로 요청된다.
노숙인과 청소년·노인 문제는 한정된 정부의 재원과 인력으로는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시민의 연대적 책임과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해 자원봉사를 제도화시켜 추진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설정할 수 있다.

첫째, 상호보완성의 원칙이다. 자원봉사활동은 먼저 정부와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부문이 협력하는 가운데 자원봉사의 역할을 분담해 상호보완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복지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상호 간 유기적 협조관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서비스의 중복과 대상자 누락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는 자율성의 원칙이다. 보조금과 프로그램 운영지원금 등 정부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정부의 간여가 시작될 수 있다. 가능한 한 자원봉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비간섭주의적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셋째, 전문성의 원칙이다. 자원봉사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물론 단순한 자원봉사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개개인에게 만족을 줘 지속적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로 지역사회 중심의 원칙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자원봉사는 우선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지역주민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해야 그 효용을 갖는다. 자원봉사가 대외 전시용이 아닌 자원봉사의 생활화를 이루어낼 때 비로소 소속감과 유대감이 강화된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지역 내 다수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활동에서 기업의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할도 강조된다. 기업이 본연의 임무인 이윤추구 외에 윤리·도덕적으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 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1백56개 기업체를 조사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가 활성화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직원의 사기가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구직자들 역시 기업 평판과 사회적 책임감이 높은 기업에서 일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국내 기업 대부분은 체계적 자원봉사에 대한 내외부적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미국촛불재단에서 제시한 ‘ACT 원리’를 기업에 적용해 볼 만하다. ACT의 첫번째는 ‘인식(Acknowledge)’ 단계다. 기업의 모든 임직원이 자원봉사 같은 나눔활동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참여하려는 의지를 갖는 단계다.

두번째는 ‘실행(Commitment)’ 단계로, 기업의 모든 임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지원하라는 뜻이다. 이는 사내에서도 자원봉사를 다른 핵심사업과 같이 중요하게 취급하고, 많은 임직원이 참여하도록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끝으로는 ‘목표(Target)’를 세우는 단계다. 기업 자원봉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끌어가야 하는지를 생각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지역사회의 심각한 문제와 연결해 활동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국민추천포상을 받은 24명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다. 양손이 없는 장애를 안고서도 열심히 번 돈을 아낌없이 다른 장애인을 돕는 데 쓰는가 하면, 본인은 허름한 집에 살면서도 평생 모은 돈을 사회에 기부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봉사와 나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 등 평범한 그들처럼 아무 조건 없이 이웃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들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최근 신빈곤층이 발생하고, 사회가 급속히 늙어감에 따라 복지수요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복지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한 지 오래다. 정부만이 주체가 되어서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오히려 지역사회 중심의 협력적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에 그 가능성을 두어야 한다.

정부 주도의 행정적 접근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와 나눔문화 만들기는 이런 보편적 복지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향약, 계, 두레같은 온정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모성적 사회였다. 많은 시민이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하면 우리 사회는 더욱 밝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글ㆍ김통원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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