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침 8시30분, 택배기사 권순열(28)씨의 일과는 중노동으로 시작한다. 컨테이너 차량에 실린 물품을 내리는 동시에 각자 담당 구역별로 구분한 후 자신의 차량에 실어야 한다. 작업이 이루어지는 서울역 주차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었다.
이날 권씨는 일명 ‘까대기’ 작업 당번이었다. ‘까대기’는 컨테이너 차량에서 물품을 운반 작업대에 올려놓는 작업을 말한다. 2천 개 가까이 되는 물건을 2~3명이 쉴 틈 없이 운반대에 올려놓아야 하는 상당히 고된 일이다. 컨테이너 차량 밑에서는 나머지 택배기사들이 운반 작업대 레일을 타고 내려온 물품을 각자 구역별로 구분하느라 분주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하차 작업이 겨우 끝났다. 이제부터는 개별 배송 물품의 바코드를 기계로 일일이 찍어야 한다. 택배가 하차장에 도착했다는 확인을 하는 것이다. 배송 후에도 이런 작업을 거친다. 그래야만 혹시 물건이 분실될 경우 어디서 없어졌는지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물건이 파손되거나 분실되면 택배기사가 모두 물어줘야 한다. 권씨는 “파손도 있지만 택배가 분실되는 경우도 빈번해요. 누군가 차량에서 훔쳐가는 경우도 있고 분명 배송했는데 못 받았다고 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다 배상해야 하니, 그럴 경우 속상하죠”라고 말했다.
오전 10시46분, 드디어 출발이다. 정동, 무교동 등 주로 직장가를 도는 권씨는 서둘러 차를 몰았다. “회사원의 경우 점심시간에는 자리에 잘 없고 연락도 잘 안 되거든요.” 권씨는 하나라도 더 배송하기 위해 바삐 뛰어다녔다. 물건 10여 개를 배달하는 데 1시간 남짓 걸렸다. 보통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1백~1백50개를 배달한다. 한 시간에10개면 어림잡아도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권씨는 2리터용 생수 12병을 어깨에 짊어지고도 엘리베이터가 닫힐세라 뛰어 탔다.
“저렇게 무거운 생수 택배비가 2천5백원이에요. A4용지도 보통 택배 하나당 2박스씩 담아 보내요. 이 중 저한테 얼마나 떨어질까요.”
택배기사에게 주어지는 건당 배송수수료는 현재 7백~8백원 수준이다. 해마다 택배 이용객은 늘고 있으나 택배업체의 과당경쟁으로 배송수수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권씨는 1시가 훌쩍 넘어서야 간신히 짬을 내서 점심을 먹었다. 평소에는 편의점에서 빵으로 때우거나 그마저도 거르기 일쑤다. “주어진 물량을 다 처리하려면 저녁까지 굶는 건 다반사예요. 보통 밤 9~10시쯤 퇴근하는데 그때 집에 가서 폭식하는 거죠.”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6시간이다. 몸이 상할 만도 하려만 아파도 쉴 수 없다. 건강상 휴무 시에도 이에 따른 손실책임을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권씨는 5년간 일하며 딱 하루 쉬었다고 한다. “신종플루에 걸려서 하루 쉬었어요. 일당에서 제하니까 보통은 다쳐도 배달하는 길에 병원 가고 하죠.”
이날 배달 작업은 저녁 7시쯤에야 끝이 났다. 그러나 다시 회사로 들어가서 송장을 정리하고 픽업해 온 택배물건을 컨테이너 차량에 싣는 상차 작업까지 하다 보니 어느새 밤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군 제대 후 아는 동생이 택배기사 일이 돈을 좀 잘 번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자가용 차량으로 일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데 하루 종일 일해도 돈 벌기가 쉽지 않네요. 나가는 돈이 많아요. 2주 만에 주차 딱지만 벌써 2개 뗐네요.”
택배기사는 크게 개인 화물차를 소유한 지입 택배기사와 택배회사 소유의 차량을 운행하는 택배기사로 구분된다. 이 중 지입 택배기사가 전체 70~80퍼센트를 차지한다. 권씨 역시 지입 택배기사다.
이들 지입 택배기사의 경우 차량 구입부터 기름값, 휴대전화비, 주차비 등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된 노동에도 수입은 턱없이 낮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기사의 월 평균 순수입은 1백62만원이다.
무엇보다 큰 부담은 영업용 번호판 구입비다. 개인이 화물차를 구입해 택배 배달용으로 쓰려면 영업용 번호판을 구입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무려 1천만원에 거래된다. 구입비가 없어 대부분은 매월 12만~15만원씩 납부하며 번호판을 임차해 쓴다. 이마저도 확보가
어려워 일부 택배기사는 자가용 차량을 불법으로 운행하며 벌금폭탄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글·이제남 기자 / 사진·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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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