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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쪽방촌 주민에 임대주택 삶의 질 Up!




올해 92세의 나병훈 할머니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이다.

지난 7월 18일 찾은 영등포동 422-63 무허가 건물에는 나 할머니 말고도 여러 명의 쪽방촌 주민이 살고 있다. 환기가 되지 않아 후끈한 열기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등이 구부정한 나 할머니는 쪽방 주민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밥지을 쌀을 씻고 있었다. 나 할머니는 지난 2000년 영등포 쪽방촌에 자리 잡았다. 나 할머니는 “춘천에서 올라와 한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려 했는데 택시기사가 이곳으로 데려다줬다”며 “인근 교회의 도움으로 월세 12만원을 내고 산다”고 말했다. 성인 한명이 겨우 누울 만한 방에는 화재대비용 마스크가 비치돼 있었다. 방에 있는 선풍기에선 뜨거운 바람이 흘러나왔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나 할머니와 같은 주민 5백50여 명이 모여 산다. 이 일대 사창가를 개조한 쪽방촌은 무허가 건물이 태반이다. 밤에는 청소년의 출입도 통제된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이진호 간사는 “한 달 평균 월세는 전기, 수도요금 다 포함해서 선납으로 22만원 선”이라며 “주민의 70퍼센트는 생활보호대상자이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일용직 종사자”라고 말했다.

지난 7월 8일 김황식 국무총리도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나 할머니를 비롯한 이 일대 주민들과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노숙자, 쪽방과 비닐하우스 거주자 등 비정상적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지원물량을 늘리겠다”며 “노숙인 쉼터나 보호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할머니와 같이 쪽방과 비닐하우스 같은 정상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비주택 가구는 전국적으로 약 5만 가구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1천7백57만 가구)의 0.3퍼센트다. 거주형태는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여관, 쉼터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그중 1인 주거시설로 전락한 고시원이 1만6천84가구로 가장 많은 수를차지한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환경은 극히 열악하다. 평균 주거면적은 6.9제곱미터다.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14제곱미터)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주방과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주거설비를 갖추지 못한 경우도 전체 가구의 60~70퍼센트를 웃돈다. 무허가 건물이 태반이라 화재 위험에도 늘 노출돼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만한 탈출구가 극히 드물다는 것. 무직이 42.9퍼센트에 달하는 등 일자리가 없고 소득수준도 매우 낮다. 소득이 있다 해도 한달 평균소득이 63만6천원에 불과해 월평균 임대료 20여만 원은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더욱이 평균 가구원 수도 1.4인으로,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해줄 가족관계가 해체된 ‘나홀로’ 가구가 71퍼센트에 달했다.




이에 오는 9월부터는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지원책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쪽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여인숙에 한정된 주거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노숙인 쉼터, 부랑인 시설 거주자도 임대주택 지원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노숙인 쉼터 등에 사는 대상자는 1만2천71명으로 전체 비주택 가구의 24퍼센트에 달한다.

임대주택 특별공급물량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오는 2012년까지 5천 호를 지원할 계획으로 이는 전체 비주택 가구의 10퍼센트 내외다. 특히 쪽방촌 인근 원룸을 우선 매입해 소형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비주택 가구에 지원되는 40제곱미터 이하 소형주택 공급비율을 현행 39퍼센트에서 60퍼센트로 확대키로 했다.

입주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도 50퍼센트 감면한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이진호 간사는 “쪽방촌 주민 대부분 보증금 없이 선납 월세로 사는데 100만원의 보증금은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6개월 이상 미임대 상태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등을 활용해 입주민들의 임대료를 50퍼센트 감면해 줄 방침이다.


물론 단순 주택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취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희망가구에 대해 개인별 상담과 취업지원계획을 수립해 직업훈련, 취업알선과 창업지원 등 통합적 지원을 실시하게 된다. 또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동안 최대 월 20만원에 달하는 생계수당을 지급하고, 취업성공 시 최대 1백만원의 성공수당을 별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는 임대주택을 제공할 때 자활의지에 대한 평가가 부족해 부작용이 속출한 데 따른 개선책이다. 실제 과거에는 임대주택에 들어 가도 임대료를 연체하다 자진퇴거하는 부적응 사례가 빈번했다. 심지어 일부 대상자는 임대주택 입주 시 무료급식 등이 끊어질 것을 우려해 아예 임대주택 입주 자체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대신 질병과 장애로 자립이 어려운 거주자는 ‘그룹홈’ 입주를 유도할 방침이다. 국토해양부 주거복지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그룹홈은 한 채의 임대주택에 4~6인이 공동 거주하며 사회복지사가 자활지원과 질병치료를 돌봐주는 주거형태”라며 “3개월 이상 그룹홈에 입주해 자활프로그램을 이수한 대상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 가점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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