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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움직여야 볼이 오지! 그래, 잘한다. 주호야, 수비해야지. 규영인 뛰어!”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감독님’의 목소리에 중학생 아이들이 농구코트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경기 내용도 수준급, 연습경기라 대충할 만도 한데 모두들 진지하다.

지난 3월 17일 토요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중학교 체육관의 풍경이다. 주 5일제 수업 후 처음 진행하는 이날 ‘토요스포츠데이(Sports Day)’ 방과후 농구교실에는 약 3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조문주 감독의 지시에 따라 1~3학년이 두 팀으로 나뉘어 약 1시간동안 농구경기를 펼쳤다. 개중엔 여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경기 후 벌칙은 진 팀 중 1명이 이날 입었던 조끼를 몽땅 빨아오기.
빨래 당번은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몇 번의 가위바위보를 한 끝에 3학년 이은규 학생에게 빨래 당번이 돌아갔다. 학생들은 농구교실이 끝난 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호평중학교 방과후 농구교실은 학교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도 유명하다. 80~90년대 여자 농구스타이자 전 국가대표인 조문주(48) 감독이 농구교사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상 학교 측에서 약간의 수고비를 전달하고 있지만,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주 2회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비하면 재능기부나 다름없다.

조 감독은 지난 1월 서울 노원구 노원중학교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전국농구연합회 주최 농구교실에도 참여해 보름 동안 무료로 학생들에게 농구지도를 하며 재능기부에 앞장서왔다.

“2010년부터 3년째 매주 이틀 호평중학교 방과후 농구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냥 제가 잘하는 농구로 아이들을 좀 더 건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당구장이나 노래방으로 겉도는 아이들에게 스포츠가 좋은 여가활동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당구에 재미를 붙이면 눈앞에 당구만 그려지듯이, 농구에 재미를 붙이면 농구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학생들의 반응은 조 감독의 예상대로였다. 방과후 농구교실을 통해 농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아이들은 담배 연기 자욱한 당구장이나 노래방을 찾는 대신 농구를 할 수 있는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향했다. 농구교실 수업 종료 후에도 계속 체육관에 남아 농구를 하고 싶다는 학생들도 다수였다.

3년째 방과후 농구교실을 수강하고 있는 3학년 이상우 군은 “선생님이 고함을 칠 땐 무섭기도 하지만 슛 자세나, 드리블 폼 등을 자세히 가르쳐주셔서 좋다”면서 “이제는 농구가 무척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것이 놀랍다는 눈치다. 조 감독은 “방송을 통해 내가 국가대표였다는 걸 안 학생들은 호기심을 느껴 더욱 열심히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주말에도 방과후 농구교실이 운영되는 것에 대해 반가워했다. 이날 첫 수업에 참여한 2학년 나유빈 학생은 “방과후 농구교실이 없었으면 아마 지금쯤 자고 있을 것”이라면서 “농구 하러 학교에 간다고 하니 부모님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농구교실을 수강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농구교실에 참여하고 나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는 게 조 감독의 설명이다.

조 감독은 현재 방과후 농구교실 수업 후 학교 측의 배려로 호평중학교 체육관에서 ‘조문주 농구교실’도 열고 있다. “무엇보다 비어 있던 체육관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농구를 가르칠 수 있어서 기쁘다”는 그이다.

최근 스포츠스타들의 재능기부에 대해 조 감독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 “남자선수뿐 아니라 은퇴한 여자선수들도 실력을 썩히지말고 필드로 나와 재능기부에 많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지난 3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는 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가 추천한 56개 종목의 스포츠스타 8백87명을 명예체육교사로 위촉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명예교사로 김미정(유도), 윤미진(양궁), 심권호(레슬링), 전병관(역도), 이용대(배드민턴), 김주성·전주원(농구), 차유람(당구), 임춘애(육상), 유남규·현정화·유승민(탁구) 등이 대거 위촉됐다. 명예교사가 된 선수들은 이달 중 거주지역의 체육재능뱅크에 등록돼 자신이 활동할 모교와 1인 1교 결연을 맺고 한 학기에 1회 이상 일일 체육수업, 학교 스포츠클럽 지도에 참여한다.

이 밖에 강연회, 농어촌의 ‘찾아가는 스포츠교실’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능기부를 펼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말까지 총 1천명의 명예체육교사를 위촉할 예정이다.

스포츠스타들의 재능기부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글과 사진·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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