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반지하방에 살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사방에 꼽등이였고, 가장 불편한 건 습기였어요. 여름이면 모든 옷에 곰팡이가 피었어요. 마치 제가 물에 빠진 미꾸라지가 된 기분이었다니까요.”
그러면서 웃었다. 맑은 웃음이다. 김은진(22)씨. 현재 ‘지상 2층’의 원룸에 살고 있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20대 모임’ 민달팽이유니온의 제2기 위원장이다. 절박하지만 유쾌한 요즘 20대의 모습을 은진씨와 귀여운 달팽이 로고의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엿볼 수 있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나날이 오르기만 하는 하숙비며 자취방 월세, 입학철이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대학생들의 주거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달팽이도 들어갈 곳이 있는데” 하며 주거 고민을 나누기 위해 만든 모임. 지난 5월 5일 출범한 민달팽이유니온의 인터넷 홈페이지(www.snailunion.com)는 자취나 하숙을 하는 회원들이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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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과 운영위원 20명은 주말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11월11일 현재 회원 수는 1백22명. 회의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연세대총학생회 지원을 받아 출발하다 보니 아직은 연세대 학생이 다수다.
은진씨는 “민달팽이유니온 존재 자체가 우리 세대의 주거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만큼 20대 주거문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5일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직을 맡게 된 은진씨는 충남 천안이 고향이다. 2008년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한 후 20대 주거문제를 피부로 느껴왔다. 반지하방에서 2년을 살다 지금은 원룸을 얻어 친구와 보증금 1천만원, 월세 47만원을 반씩 나눠 부담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가정 사정으로 인해 학자금은 대출과 장학금, 생활비와 월세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왔다. 어쩌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오히려 집으로 보내드린다고 했다.
“제가 사는 원룸을 전세로 얻으려면 6천만원쯤 들어요. 천안에서 동생 둘과 함께 사시는 부모님 집 전세금이 그 정도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학교 다니는 자체가 큰 부담이죠.”
여러 대학이 몰려 있는 신촌은 하숙비가 평균 50만원 안팎. 원룸에서 자취하려면 전세 기준으로 5천만~6천만원이 들며, 어느 대학이든 기숙사 들어가는 건 로또로 불린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운영위원인 박재흥(23·연세대 신문방송학과)씨의 경우 월 45만원에 하숙생활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 상경한 그는 “하숙생은 식사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편하지만, 방이나 화장실,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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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씨는 “그나마 과외아르바이트 구하기 용이하다는 ‘SKY’ 학생들도 큰 부담을 느끼는데 일반 대학생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다”며 “민달팽이유니온은 주거정보 공유 외에 회원 이사돕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생필품 공동구매 등 실질적인 생활도우미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청년유니온과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이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데이터를 기초해 발표한 ‘청년층 주거현황 실태 보고’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월세 비율이 젊은 층일수록 큰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월셋값 상승 고통이 청년층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2005년과 비교한 2010년의 월세 증가 비율은 ▲20~24세 10.2퍼센트 ▲25~29세 7.5퍼센트 ▲30~34세 3.9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44세, 45~49세 장년층의 월세 증가 비율이 3퍼센트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해 높다. 하지만 월세가 싼 곳은 일자리도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다는 데 청년들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은진씨는 “20대 주거난이 심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취업난”이라며 “취직해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야 할 대학 졸업생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기존의 하숙방이나 자취방에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방값이 오르고 방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간다”고 전했다.
절박한 20대의 목소리에 사회도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지난 8월 저소득 지방 출신 대학생들에게 저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유스하우징’을 통해 매년 8백개의 방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020년까지 총 2천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20대 주거난이 심각해지자 조기 공급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 성동구도 마장동의 공공용지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유스하우징’을 건립하기로 하고 11월 15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시설운영 기금을 부담할 지자체 투자를 공모했다. 내년 상반기 중 공사에 들어가 2014년에 마칠 계획.![]()
도시에 유학 중인 농업인 자녀 대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농협장학관’도 지난 2월 18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에서 문을 열었다. 정원이 5백명인 농협장학관은 월 15만원에 하루 세 끼 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월세나 하숙, 고시원 등에 사는 청년들은 서울시에 살면서도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요. 그래서 통계로 잡히는 것보다 주거난이 훨씬 심각합니다.”
은진씨는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이 오늘 20대 청년들의 주거 고민이 무엇인지 직접 들으러 와주셔서 반가웠다"며 “앞으로 청년주거실태를 정부에 전달해 정책적 대안을 찾도록 하는 것도 민달팽이유니온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사회가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은 ‘좀더 빨리’를 외치고 있다. 반지하방 곰팡이도, 고시원 꼽등이들도 꺾지 못하는 청년들의 발랄함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은 이들이 놓인 현실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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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