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고저, 사진은 찍지 마시라요.”
북한이탈주민(북한이탈주민) 김씨(46)는 지게차를 능숙하게 몰며 사진 찍히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인 김씨는 2007년 두만강을 건너 한국으로 넘어왔다. 김씨는 2008년부터 경기도 파주에서 포장박스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메자닌아이팩’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김씨는 아침 5시에 일어나 파주로 출근한다.
출근시간만 2시간20분이 소요된다.
지난해 김씨는 북에 있던 아내와 아들, 딸까지 모두 남으로 데려왔다. 크고 작은 브로커만 10명을 거쳤다. 그래도 땀흘려 일해 차곡차곡 모은 돈이 북에 있는 가족들을 빼내오는 밑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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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으로 넘어온 아내도 악착같이 노력한 덕에 각종 자격증만 6개를 따냈다. 김씨는 “요즘 약국에서 사무를 보는 아내의 월급이 나보다 더 많다”고 웃었다.
중·고등학교 다니는 자식들의 학비 대기는 조금 벅차지만 가족들과 오순도순 지낸다. 최근 영구임대아파트도 전세로 돌렸다. 그래도 김씨는 “동생과 누님이 아직 북에 남아 있어 걱정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고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고저, 노력의 열매가 대가로 돌아오기 때문에 여기(남한)가 좋다”며 땀을 닦고 다시 지게차 핸들을 잡았다.
김씨가 근무하는 메자닌아이팩은 북한이탈주민 고용비율이 50퍼센트에 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을 말한다. 메자닌아이팩은 전체 직원 33명 중 16명가량이 북한이탈주민이다. 또 8명은 고령근로자와 장애우들로 구성돼 있다.
메자닌아이팩은 지난 2008년 5월 열매나눔재단 김동호 목사의 제안으로 창업했다. 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1, 2층을 이어 주는 공간을 일컫는다. 취약계층을 이어 준다는 뜻이다. 포장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상덕 사장이 김동호 목사의 요청으로 회사를 맡아 운영 중이다. 박 사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적응할 수 있는 평생직장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고 말했다.![]()
상품 포장에 쓰이는 골판박스와 컬러박스를 생산해 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이 회사의 주 업무다. 작업장에 들어가자 대형기계가 쉴 새 없이 누런 골판박스를 뽑아냈다. 북한 말씨를 쓰는 40대 여성들은 능숙한 솜씨로 박스에 접착제를 붙였다. 이들 역시 카메라에 경계감을 나타내긴 마찬가지였다.
현재 메자닌아이팩은 한국도자기, 녹십자, 신한다이아몬드, 비상출판 등 1백여 곳에 박스를 납품하고 있다. 청와대에 설과 추석명절 때 각계 인사에게 나눠 주는 명절선물용 박스를 납품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21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29억4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상덕 대표는 “올해는 매출 40억원 이상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만큼 자리 잡기까지는 각계의 지원과 관심이 많은 도움이 됐다.
지난 5월 26일에는 한국수출입은행이 1천만원을 지원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도 이 회사에 1천만원을 보탰다. 또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고용노동부와 경기도도 인건비 조로 약 7천만원을 지원했다.
물론 창업 초기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사장은 “사회주의식 사고와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 작업 중 잡담과 근무태만이나, 동료들끼리 사소한 문제로 술을 마시고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사장은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자본주의식 경제관념을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래도 박상덕 사장 이하 메자닌아이팩 직원들은 “수백명의 북한동포를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번 돈을 다시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해 이북에 있는 일가친척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 박상덕 사장은 “북한이탈주민과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를 일률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업종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해 주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동훈 기자![]()
“북한이탈주민(북한이탈주민)도 넓은 의미의 다문화가정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와 살아온 환경이 사실상 다르기 때문이죠. 수출입은행이 북한이탈주민 돕기에 나서는 것은 신(新)소외계층을 보듬기 위한 노력입니다. 사회적 포용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미국에서 보듯이 다문화가정은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자산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다문화가정 출신 아닙니까.”
다문화가정의 중요성을 역설한 한국수출입은행 안종혁 사회공헌팀장은 지난 5월 26일 노성관 부행장과 함께 경기도 파주의 ‘메자닌아이팩’을 찾아 1천만원을 전달했다. 메자닌아이팩에 전달된 1천만원의 후원금은 ‘인쇄지부착 기계(일명 싸바리 기계)’를 사는 데 쓰여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도 메자닌아이팩에 1천만원을 지원했다.
수출입은행이 북한이탈주민 돕기에 적극 나서는 까닭은 남북협력기금을 수탁하는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안종혁 팀장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도 북한이탈주민 돕기에 나서는 식으로 국책은행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함께 북한이탈 청소년 장학생 29명을 선발해 2천5백만원을 전달했다. 또 서울 중구남산동에 있는 통일부 산하 특수학교인 여명학교에 지난 2006년부터 모두 6천1백만원을 지원해 왔다. 안종혁 팀장은 “올해도 북한이탈청소년 장학사업과 여명학교에 각각 3천만원과 2천만원씩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활동은 수출입은행이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하는 ‘글로벌 한가족’ 운동의 하나다. 수출입은행은 중국과 베트남 등지서 시집오는 결혼이주여성 창업과 취업을 지원하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도서관 건립과 PC교육 지원 등 다문화가정의 국내정착 및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 1세대 초청행사도 했는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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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