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모처럼 비가 그쳐 화창한 지난 7월 6일 서울 청계천로 한국정보화진흥원 3층의 ‘표준프레임워크센터’. 사무용 책상을 팀별로 나누고 있는 칸막이 위쪽에 붙은 직원들 이름표가 이채로왔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인 LG CNS, SK CNC,
삼성SDS 등 대기업 명칭과 나란히 중견기업 ‘현대정보기술’, 중소기업인 ‘유테커스’, ‘오픈잇’, ‘K4M’, ‘씨엔아이에스’ 등 소속 회사명을 밝힌 이름표가 혼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중소기업 직원들이 몇 년째 어울려 공동 작업을 해내는 곳이 또 있을까.
“이곳은 전자정부 입찰에 있어 공정경쟁의 기반이 되는 표준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곳입니다. 대·중소기업에서 파견된 직원 30여명이 3개 팀으로 나눠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표준프레임워크센터 김은주 팀장이 이렇게 ‘표준프레임워크’란 이상을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표준프레임워크’란 마치 건설·건축 분야에서 핵심 자재를 모듈화(기능별로 쪼개기)하여 공사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는 기법과 유사하게 정보시스템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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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프레임워크센터가 개설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의 기반이 되는 프레임워크 개발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이 막대해 최근 정부가 구축해 온 전자정부 사업 입찰에 중소기업의 참여가 막혀 왔기 때문이다. 국내 SI 3사의 평균 구축비가 1백80억원, 유지비가 연간 40억원에 이르는 상황. 중소기업으로선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어서 전자정부 사업의 85퍼센트를 이들 3개사가 점유하고 있었다.
전자정부 시장은 연간 6조원 규모로, 공개된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의 5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때문에 IT분야에서의 중소기업 진입 장벽 철폐가 시급한 과제가 되면서 2007년 12월 한국정보화진흥원 내에 표준프레임워크센터가 출범했다.
지난 2009년 11월 1단계 구축, 지난해 10월 2단계 구축을 거쳐 표준프레임워크의 실행·개발·관리·운영 등 환경이 만들어졌다. 올 7월 초까지 표준프레임워크센터 포털사이트에 공개되는 공통 컴포넌트가 2백19종에 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프레임워크는 올 4월 현재 총 1백13개 전자정부 사업에 적용됐다. 올 상반기에 적용된 사업비 규모는 3천억원대. 중소기업 수주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4퍼센트, 표준프레임워크 개발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증가했다.
김 팀장은 “중소기업 수주율이 급증한 것은 프레임워크 관련비용이 절감된 데다 기타 부분의 개발비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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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상도 휩쓸었다. 표준프레임워크는 2009년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기술대상’ 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2010년 ‘공개 소프트웨어 활동상’ 대상을 수상해 기술력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또 싱가포르가 주관하는 ‘2010년 미래정부시상식’에서도 16개국 8백69개 공공프로젝트와 경쟁, ‘올해의 정부상’ 대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공공부문뿐만 아니다. 민간수요도 늘여 지난 2009년 11월의 1단계 구축 이후 국내 공개 소프트웨어 사상 최단기간 다운로드 10만건을 기록했다. 이날 현재 11만 건을 넘었다. 4백99개 중소기업의 개발자 1천7백70명을 대상으로 개발 관련 무상교육도 실시했다. 지난해 8월 개설된 ‘표준프레임워크 오픈 커뮤니티’는 다양한 대·중소기업의 이해관계자가 기술공유를 추진하는 ‘개방형 생태계’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사실 전자정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대기업과 ‘절대약자’인 중소기업을 함께 끌어들여 표준프레임워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김 팀장은 “대·중소 IT기업 모두 이해가 상충되는 관계자란 점에서 복잡하고 어려웠다. 대기업은 선정시장의 붕괴를, 중소기업은 대기업 위주의 사업추진을 걱정했으며 정부에서는 사업의 효과를 걱정했다”면서 “그렇지만 결국 동반성장 기반구축이란 대의에 합의,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부터 이곳에서 표준프레임워크 개발에 참여해 온 LG CNS 프레임워크그룹의 민병석 부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4종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지난 4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IT산업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고, 우리 회사 독자적으로 하던 것과는 다른 기술 축적의 결실도 있다”고 말했다.
솔루션 전문 중소기업 ‘오픈잇’ 솔루션 개발팀의 윤병욱 과장은 “우리 회사는 SK CNC의 파트너로서 동참했다”며 “다른 업체의 전문가들과 한자리에 모여 기술개발을 한다는 점에서도 인적·기술적 메리트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표준프레임워크 작업으로 이들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다. IT업계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표준프레임워크센터에서는 올 11월 완성을 목표로 모바일 프로그램 개발의 기반이 될 모바일 표준프레임워크 개발이 한창이다. LG CNS는 실행 환경을, SKC NC는 개발환경을. 삼성SDS는 공통 컴포넌트 분야 개발을 맡고 있다.
센터 근무자들은 소속 회사 구분 없이 팀을 나누고 자리 배치를 하다 보니 얼핏 보아 ‘연합군’이 아니라 같은 회사 직원들로 보일 만큼 화기애애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함께 어울려 나가는 이들의 뒷모습은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경쟁회사 관계가 아니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한 동료이자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들이었다.
글·박경아 기자
한국정보화진흥원 표준프레임워크센터 ☎02-2131-0555
표준프레임워크센터 포털사이트 www.egovfram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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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