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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지난해 말 중소기업 정호이엔씨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의 고양 축열조(온수저장시설) 제작설치공사에 입찰해 낙찰을 받은 것이다.

공사 규모는 1백4억원이었다. 정호이엔씨에는 큰 공사다. 게다가 대기업의 하도급으로 참여할 때보다 수익성도 10퍼센트 이상 높아 실적 개선에 적잖은 보탬이 된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난방공사와 직접 계약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대기업의 하도급을 받으면 공사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지만 이번 계약은 난방공사와 직접 계약해 다른 공사에 입찰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난방공사와 공동 작업을 하면서 기술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정호이엔씨가 고양 축열조 공사에 입찰할 수 있었던 것은 난방공사가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분리발주’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발주는 말 그대로 하나의 큰 공사를 여러 개로 쪼개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 설계와 시공을 분리할 수도 있고, 시공도 여러 개로 나눌 수 있다.

분리발주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거래 형태다. 일괄발주의 경우 중소기업은 대개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참여하는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

단가인하와 구두발주, 비용전가,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가 적잖다. 이에 비해 분리발주는 발주처와 직접 계약하므로 수익성도 높이고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다. 윤지현 난방공사 동반성장팀 차장의 설명이다.

“일괄발주의 경우에도 대기업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기업은 공사를 쪼개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죠. 축열조의 경우 지금까지도 중소기업이 하던 일입니다. 난방공사는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중소기업과 직접 계약해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분리발주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난방공사는 1995년부터 중소 전문건설업체에 직접 발주를 하기 시작했다. 열배관공사가 주요대상이었다. 난방공사는 중소기업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갔다. 기존 50억원 미만 공사에만 한정됐던 것을 2010년엔 3백억원 미만으로 확대해 대형 공사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009년 전체 7백57억원 규모인 열배관공사에서 3백억원이 중소기업에 돌아갔고 지난해에는 3백30억원 가운데 2백40억원이 중소기업의 몫이 됐다. 올해는 약 3백억원 규모의 열배관공사를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발주금액은 1백60억원 수준이다.

분리발주가 중소기업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난방공사에도 도움이 된다. 간접비 부담이 줄어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일괄발주의 경우 통상 직접재료비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간접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배관공사의 경우 난방공사는 지금까지 약 13퍼센트의 원가를 절감했다. 말 그대로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동반성장’을 이룬 셈이다.

윤 차장은 “계약업체가 늘기 때문에 품질과 안전 등 관리 부담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난방공사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며 “난방공사가 발주하는 공사가 해마다 다르고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공사의 종류도 제한돼 있어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난방공사의 사례가 또 다른 공공기관에 도입돼 더 많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를 희망했다.

난방공사의 동반성장 드라이브는 분리발주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수주한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공사 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선수금을 지원하고 보증도 제공한다.

하도급의 경우 공사대금을 직접 지불하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불제도’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악화된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도급의 경우 원청업체가 대금 지불을 미뤄 고충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대금을 빨리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난방공사는 하도급대금 직접 지불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3백억원 미만 공사에만 적용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4백억원 미만으로 확대해 더 많은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또 4백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하도급기업이 대금을 수령했는지를 확인하도록 해 불공정한 거래의 발생을 차단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공정사회 달성을 위한 사내문화 정착에도 적극적이다. 올 초에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클린 KDHC(난방공사의 영문 약자)’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전사적인 반부패·청렴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최고 경영진에서부터 임직원, 관계사와 협력업체, 지역사회와 고객 등 전 가치사슬에서 부패가 발생하지 않는 ‘부패발생 제로화’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포상금을 최대 5천만원에서 20억원으로 늘리는 등 내부공익신고제도를 강화하고 부패영향평가도 확대 재편하는 등 내부의 부패유발요인을 제거하고 있다. 임직원에 대한 청렴교육과 홍보활동도 활성화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협력업체와 ‘청렴 협약식’을 맺는 등 청렴문화 확산에도 노력하고 있다.

글ㆍ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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