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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동남아서 ‘금융 허브’ 열매 맺는다




2006년 5월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쿠알라룸푸르발(發)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한국거래소(KRX)가 말레이시아거래소(BURSA Malaysia·BM)의 채권매매 및 감리시스템 개발 국제입찰을 수주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이 증시시스템의 새로운 글로벌 강자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전까지 세계 증시 정보기술(IT)시스템은 세계 1, 2위 거래소인 NYSE-Euronext와 나스닥-OMX 등 2대 메이저가 장악하고 있었고 한국과 스페인, 터키, 태국 등 일부 국가의 거래소만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세계 유수의 증권거래소 아홉 곳이 응찰해 불꽃 튀는 경합을 벌였던 이 프로젝트는 ‘정책한류’의 가능성을 국내외에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뜻깊은 건이었다.

증시 IT시스템은 증권시장의 핵심인프라로서 한국형 IT시스템의 보급이 곧 한국형 증권시장의 보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정부의 동북아 금융중심지 정책에 부응해 동북아 최고의 자본시장을 목표로 국제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한국거래소는 말레이시아에서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숨가쁜 질주를 계속해 왔다.




성공적인 개발에 만족한 말레이시아 측의 요청에 의해 2008년 4월 2차 개발 프로젝트를 따내는 등 다수의 추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채권 ETP 2차 개발(2009년 1월 가동), 마켓메이커감시시스템(2009년 4월 가동), 이슬람상품매매시스템(2009년 8월 가동) 인도 및 유지보수 등이 대표적이다. 파생상품청산결제시스템은 2010년 11월에 수주해 현재 모의 가동테스트 중이다.

2009년 10월에는 베트남 증시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필리핀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은 지난해 5월 계약체결 후 현재 통합테스트 중이다. 이 시스템은 오는 5월 가동 예정이다.

이 밖에 아제르바이잔, 태국, 페루, 카자흐스탄, 파나마 등 다양한 권역으로 시스템 수출을 상담 중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2개 회원국이 참여한 아프리카증권거래소연맹(ASEA) 국제콘퍼런스 참석 및 후원을 통해 사업협력을 위한 마케팅 교두보 마련 및 한국거래소 대외인지도 향상에 기여했다.

한국거래소는 아직 증권시장이 없는 신흥시장에 대해서 증시 설립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미 1996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베트남 증시 개설을 지원해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라오스 증시가 성공적으로 개장했다. 이 건은 베트남에 이어 한국이 지원해 개설한 두번째 증시 개장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9월 라오스 부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증시개설 지원을 요청함에 따라 라오스 중앙은행과 한국거래소 간 증시개설 지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9년 7월에는 라오스 중앙은행과 거래소 개설 및 공동운영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거래소는 IT시스템·교육을 제공하며 지분은 49퍼센트다.


캄보디아 증시는 오는 3월 개장 예정이다. 이 또한 한국거래소가 지원했고 라오스 건과 마찬가지로 합작 형태다. 한국거래소는 IT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으로 45퍼센트의 지분을 가진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캄보디아 양국 재정경제부가 캄보디아 증시개설 지원 합의 MOU를 체결한 것이 시초다. 지난해 6월 IT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12월에는 IT시스템 모의시장을 완료했다.

증시는 있지만 기능이 낙후된 나라에 대해서는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등이 대상이다. 2010년 12월 우즈베키스탄 국유자산위원회(SPC)와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8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증시현대화 방안 합의 후 IT개발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거래소가 IT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대가로 우즈베키스탄거래소 지분을 취득하는 데 합의했다. 또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거래소(KASE)와 증시현대화 자문 MOU를 체결했고 현재 카자흐스탄 증시현대화 자문보고서 초안을 작성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네팔거래소(NEPSE)와 증시현대화 자문 MOU를 체결했고 네팔 정부 및 거래소와 세부내용을 협의해 금년내로 IT시스템 제공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증권거래소는 이 밖에 미얀마(증시개설), 벨라루스(증시현대화), 아프리카권 등 신규사업 개척을 위해 현지 정부와 적극 협의 중이다.


위와 같은 한국형 증시시스템은 파급효과가 크다. 우선 한국 증권업의 현지 진출이 용이해지고 한국 금융의 해외 기반이 강화된다.

또 IT산업의 특성상 유지보수, 시스템 업데이트 등 추가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미 수출한 이슬람금융시스템을 통해 대(對)이슬람권 진출 확산을 모색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시장을 한국형으로 채택하는 나라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가 꿈꾸는 이른바 ‘KRX 로드(Road)’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앞으로 동남아 외에도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이르는 세계 30여 개국 이머징마켓에 한국형 증시 모델을 이식하는 ‘KRX 로드’를 개척하는 글로벌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박영철 기자


한국·일본·호주·홍콩·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5배, 세계 평균의 3배다.

아시아 신흥시장의 인구는 세계의 45퍼센트이고 인가증가율은 OECD의 3배, 세계 평균의 2배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 중이며 사회간접자본, 에너지, 주택건설 등에 대한 수요 급증, 금융서비스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해외진출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돼 있다. 문화적 유사성이 해외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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