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에 한 통의 외교서한이 배달됐다. 발신인은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이었다. 우리 정부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는 내용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2009년 우리 정부는 베트남에 경제전반에 걸친 자문을 제공했다. 베트남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은 ‘2011~2020 사회경제발전전략’과 ‘2011~2015 사회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에티오피아, 적도기니 등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의 국가들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요청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SP는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다. 전후의 황무지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돈도 자원도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출발했기에 세계 사람들은 우리를 두고 ‘기적’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저개발국들이 경제발전의 ‘롤 모델’로 삼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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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철 기획재정부 국제개발정책팀장은 “KSP사업은 우리의 경제발전이 선진국에 비해 최근에 이뤄졌고 인구 규모나 국토면적, 자원보유 등의 측면에서 따라서 하기에 부담이 없는 데다 정책자문 이후의 의도가 없다는 점 등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전직 장·차관과 고위공직자들을 자문단으로 파견하는 것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대가를 바라는 사업은 아니지만 KSP사업은 국익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대외 이미지가 향상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강화되는 것이다. 경제적인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컨설팅 제공이 인프라 구축 등 경제협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SP사업은 2004년에 시작됐다. 각국의 요청이 쇄도하는 데 따른 대응이었다. 사업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원 요청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지원 규모가 급증하는 추세다. 2009년 50억원이던 예산이 올해 1백92억원으로 3년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1년 현재 정책자문을 받은 나라는 37개국, 자문 건수는 3백건에 이른다. 베트남의 사회경제발전전략을 비롯해 몽골과 캄보디아의 민간투자유치사업, 도미니카공화국의 수출진흥방안, 우즈베키스탄의 경제특구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자문을 요청하는 국가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저개발국만이 아니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6개의 G20 회원국에도 자문을 제공했다.![]()
지난해부터는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아시아개발은행(IDB), 세계은행(W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주요 국제개발금융기구(MDB) 등과 공동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전문성과 우리의 개발 경험을 결합해 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기존 우리와 지원국의 양자협력 구도는 삼각협력 구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 팀장은 “MDB는 개발 지원에 대한 경험이 많고 각국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MDB와 협력을 통해 KSP의 질을 MDB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SP는 기획재정부를 넘어 범부처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제개발만이 아니라 교육, 의료, 사회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자문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부처들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KSP추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KSP 지원 대상국과 모듈화 주제 선정 등 범부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모듈화사업은 우리의 발전 경험을 1백대 과제로 정리해 정책자문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2010년 시작해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KSP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 컨설팅 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KDI 대학원에 개발정책과정을 개설하고 ODA 프로젝트의 사전컨설팅 비중을 늘려 시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변형주 기자![]()
“KSP사업은 국제개발 원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광철 팀장은 KSP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역사가 자산이 되고 있다”며 “선진국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SP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대단히 잘된 사업이라는 평가입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으로 주최한 ‘지식공유 워크숍’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대단히 한국적인 국제원조이며 성과도 크다’고 호평했습니다. MDB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미처 다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지원 요청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적개발원조(ODA)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ODA는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인 반면 KSP는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지식공유사업입니다. ODA 대상국이 아니라도 KSP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발지식공유는 ‘G20 서울 개발컨센서스’에서 채택한 9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KSP를 통해 지식공유 부문에서 주도권을 보하고 있습니다.
지원대상국들과 우리의 사정이 달라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습니다. 지원대상국과 여러 차례의 협의를 통해 각국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자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자문결과는 대부분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제협력과 연결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컨설팅은 경제협력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델이 되는 나라와 협력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경협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노이에서 하이퐁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배전선로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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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