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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빠만 일해? 엄마·아이가 따분해!




우리나라 자연을 싫어하고, 게으르고,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고, 의리 없는 사람은 캠핑할 수 없다. 캠핑은 대자연을 만끽하고 남보다 부지런해야 하며, 당장 결과를 바라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의리가 있어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캠핑은 힘들고 불편하며, 피곤하고 귀찮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이 캠핑에 열광하며 매 주말 트렁크마다 짐을 가득 싣고 온 가족을 태우고 캠핑을 다니고 있다.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신과 가족, 친구와 연인들의 만족을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전수해 주고 싶다.




집에서 가기 쉬운 경치 좋은 곳을 골라 홈그라운드 캠핑장을 만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에서나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너무 좋다. 홈그라운드 캠핑장을 정해 놓고 캠핑을 하면, 보다 여유롭고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캠핑의 기술이 는다.

매주 새로운 캠프지를 찾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도 좋다.

홈그라운드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에 익숙해지고, 마치 내 집처럼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이 홈그라운드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특히 초보자들의 경우 홈그라운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매번 같은 곳에서 캠핑하는 데 즐거울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매주 같은 캠핑장을 다녀도 다른 느낌을 받는 게 우리나라의 자연이다. 4계절이 분명해서 정말이지 매주 그 기분과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그러다가 두 달에 한두 번 정도 가고 싶은 캠핑장을 찾으면 그 느낌 또한 묘한 매력을 준다. 캠핑 가는 기분도 좋아진다. 노하우도 늘어 짐도 줄어든다. 한마디로 캠핑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즐거워지는 것이다. 일 년 정도 같은 곳에서 정기적으로 캠핑을 하면 그곳의 터줏대감이 되어서, 계절마다 적절한 텐트 위치와 방향, 적당한 메뉴와 활동들이 몸에 익고, 다른 곳에 가서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캠핑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텐트치는 데 한 시간, 식사 준비하는 데 한 시간, 먹고 치우는 데 한 시간 이상을 소요한다.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거나 주변을 걷다 보면 어느새 다음 끼니를 준비할 시간이 된다. 그래서 쉬러 온 것이 아니라 먹고 치우러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모든 것을 목적을 위해 단순화하기를 권하고 싶다. 가령, 책 한 권을 읽을 목적이라면 요리는 간단히 먹고 치울 수 있는 것 위주로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캠핑장 주변의 유적지를 둘러보는 게 요량이라면 도시락을 미리 준비하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시간과 비용과 짐을 줄일 수 있다.

목적이 분명해지면 챙겨야 할 준비물도 단순해진다. 낚시를 주제로 삼으면 해먹(그물침대)이나 배드민턴 용품 같은 것은 자연히 필요가 없다. 필요도 없는 짐을 자동차 트렁크에 억지로 싣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불필요한 짐만큼 지치기 때문이다.


요리는 캠핑의 꽃이고 주인공이다. 캠퍼들 대부분이 숯불 바비큐나 철판구이 같은 요리를 꿈꾼다. 환경과 상황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캠핑장은 바람이 많이 불고, 주위가 산만하며, 요리 시설이 집보다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 성공적인 요리를 하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요리 중에서 가장 쉽고 간편한 것을 하는 게 좋다. 집에서도 못 해 먹는 요리를 준비하거나 십수 년 전 군대에서 해본 요리를 기억을 더듬어서 준비하면 1백퍼센트 실패한다.

일단 기본인 밥과 국, 몇 가지의 밑반찬을 준비하자. 그러면 일단 밥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바비큐나 철판요리 같은 것을 준비하는 게 좋다. 싱크대나 찬장같이 정리된 시설이 없는 캠핑장에서 기본적인 밥과 국, 찌개를 준비하는 것도 초보자들에게는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알고 있는 요리 중에서 가장 쉬운 요리를 해야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무쇠 솥(더치 오븐)에 요리를 하거나 평소 번거로워 해 먹지도 않는 베이컨 말이나 서양 요리를 캠핑장에서 하면 아마도 땀만 뻘뻘 흘리고, 재료의 대부분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숯불 바비큐도 마찬가지다. 평소 삼겹살집이나 갈비집에서 고기만 뒤집던 기술로는 맛있는 바비큐 요리를 할 수 없다. 불 피우기부터 시작해 적당한 화력을 유지하기, 타지 않고 연기 안 나게 굽기, 남은 재 처리하기 같은 것을 모르면 대부분 검게 그을리고 육즙이 다 빠진 맛없는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다.


캠핑은 그야말로 의식주의 이동이다. 챙겨야 할 준비물은 많고,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 집을 짓고 부엌을 만들고, 요리를 해야 하며, 식수를 준비하고, 응접실도 만들어야 한다. “밖에 놀러 나와서는 남자가 일을 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어, 운전도 텐트 설치도 요리도 식수 준비도 대부분 남자가 도맡아 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여자나 아이들은 할 일이 없어 캠핑을 따분하게 느끼고, 반대로 남자들은 녹초가 된다. 캠핑장에서는 쉬운 일도 모이면 어려운 일이 되고, 어렵고 힘든 일도 나누면 쉽고 즐거워진다. 물 떠오기는 아이들이, 운전은 엄마가, 텐트 설치는 다 같이 해보자.

물론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해도 한두 번 해보면 기특하게도 잘 해낼 것이다. 아이들에게 주변 청소나 텐트 청소 등을 맡기면 책임의식이 생겨 오히려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어지럽히지 말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글·한형석 (아웃도어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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