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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두려움·공포의 강에서 여유 · 즐거움의 강




화창한 날씨가 더없이 좋은 날, 친구 세 명과 차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북한이탈주민 친구들로, 금강으로 1박2일 야영을 하러 가기로 한 것이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어엿한 직장인 친구도, 아직 나처럼 학교를 다니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렇게 서울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오래간 만이었다.

4대강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혹시나 여기저기서 공사를 한다고 어수선한 모습이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도착을 하고 나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금강은 여전히 자연의 모습 그대로 우리를 맞이하였고, 우리가 하루를 보낼 합강 오토캠핑장은 야영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합강공원 내 캠핑장에 도착한 우리는 허둥지둥 짐을 내리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우리 중 아무도 텐트를 쳐 본 적이 없던 터라 한참을 헤맸다. 텐트를 이리저리 조립하다가 다시 풀고…. 하지만 몇 번시행착오를 거치다 이내 야생에 적응이라도 하듯 아주 훌륭하게, 그럴듯하게 텐트를 쳤다.

캠핑장에서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함께 캠핑을 한다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시간이 흘러 이내 하루해가 저물어 갔다. 야산에 걸린 해는 붉은 노을과 함께 환상의 조합을 이루었고, 우리는 하루가 이렇게 짧음을 못내 아쉬워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금강변 양쪽에는 은은한 빛의 가로등이 켜졌다. 고요함이 잔잔히 흐르는 강변을 배경 삼아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숯불에 올린 삼겹살은 우리의 깊은 우정만큼이나 맛있게 익어갔다.

맛있는 고기에 소주 한잔이 들어가니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문득 한 친구가 “오늘 술 많이 마시고 금강하고 두만강하고 헷갈려서 또 도강(渡江)하는 거 아니야?”라며 농담을 던졌다. 강변의 정적이 우리의 웃음소리로 흥겹게 깨져 버린 듯했다. 우리 네 명은 하나같이 모두 두만강을 건너 남한으로 왔으니 그 친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돼 과거가 더욱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두만강을 금강으로 여길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활고에 시달린 수많은 북한 사람이 어둠을 헤치며 뛰어들었던 두만강은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동시에 생명을 빼앗아 가는 죽음의 통로다.

두만강의 고요함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두만강의 불빛은 순찰병들의 손전등으로 채워진다. 간밤에 누가 또 강을 건너다 총에 맞았는지, 간밤에 누가 또 강을 건너려다 물에 떠내려갔는지 알 수 없는 곳이 두만강이다. 밤이고 낮이고 더욱 삼엄해지는 군인들의 순찰은 두만강을 접근금지 구역으로 만들었다. 북한과 중국의 공장들에서 흘러나오는 더러운 물은 두만강을 점점 더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두만강에서 오늘처럼 텐트 치고 밤새워 고기를 구워 먹으며 우정을 나누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금강도 두만강도 한반도에 함께 자리한 같은 강이건만 무엇 때문에 이리도 다른 것일까?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4대강살리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금강…. 오염물이 흘러 들어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물에 빠져 죽은 이의 시체가 있어도 누구 하나 묻어 주는 사람 없는 두만강….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른 곳이 되어 버린 두 강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금강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고요한 밤, 캠핑장의 다른 가족들도 우리처럼 바비큐를 즐기며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텐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금강이 만들어 내고 있는 또 다른 야경이다. 파티를 마친 우리는 조금은 쌀쌀한 가을밤을 뒤로하고 텐트로 들어와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뽀얀 안개가 자욱한 금강은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전날 해가 지던 그 산은 안개 속에 묻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여기가 두만강이었다면 강을 건너기 딱 좋을 시간이다.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 만큼 긴장이 가득한 그 시간. 하지만 이곳 금강은 다르다. 새들은 유유히 먹이를 구하고 낚시꾼들은 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으며 기다리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신선한 아침 공기 덕에 우리는 해장할 필요 없이 온 몸이 개운해졌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뒤로하며 생각에 잠겼다. 두만강도 금강처럼 자유와 평온함이 있는 곳이 되길 바라면서,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글과 사진·김은주 (서강대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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