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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솔직한 소통으로 국민에게 동의 구해야




1997년의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있어서 엄청난 재앙이었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지적되지만 역시 가장 직접적인 것은 외환보유고 관리의 실패였다. 결국 우리는 IMF로부터 210억 달러의 지원 패키지를 받는 동시에 금리를 30퍼센트 근처까지 올리라는 가혹한(?) 처방을 받으면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1998년 경제성장률은 -6.9퍼센트, 주가는 1998년 6월 280까지 하락하는 신기록을 세웠고 실업자가 130만명이 생기는 아픔을 겪었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는 6퍼센트 중반이었던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4퍼센트 중반으로 끌어내렸다. 무려 2퍼센트포인트 하락해 비율로 보면 6.5퍼센트가 4.5퍼센트가 되었으니 30퍼센트 하락한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후 병이 나아서 퇴원을 하기는 했지만 입원 후유증 때문에 체력 자체가 떨어져 버린 셈이다.




1998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만 4백억 달러로서 우리가 IMF에서 지원받은 돈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던 것을 보면 우리의 저력을 확인해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환위기의 후유증은 상당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우리 경제는 큰일날 뻔한 상황에서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였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4.3퍼센트 정도로서 글로벌 위기 전에 비해 거의 변동이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0.5퍼센트포인트 정도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보면 상당한 수준의 선방을 한 것이다.

특히 위기 직후 신속한 재정 조기집행을 통해 추락하는 총수요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행의 외화부채에 대한 정부보증을 실시한 점 등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또한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외국자본이 약 7백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와중에서 외환보유고로 대응을 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통화스와프협정을 통해 3백억 달러 조달에 성공한 점 등은 상당한 업적이라 할 만하다.

결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금융 부문으로 전이(轉移)되는 것을 슬기롭게 차단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막고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피해 간 것이다.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은 대목이다.


우리 경제의 2009년 성장률은 0.2퍼센트에 불과했지만 폴란드와 호주에 이어 OECD 국가 중 3위였고 2010년 성장률은 6.2퍼센트로서 OECD 국가 중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기록한 국가가 바뀐 것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는 거의 최고 수준이다.

비록 우리 스스로의 상태가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대부분 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매우 긍정적이고 이는 현 정부의 커다란 공헌으로 기록될 만하다.

한때 잘나가다가 몰락하고 있는 그리스 사태를 보면, 평소 국가부채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어느 정도의 파장을 경제에 미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시위대로 인해 거의 전쟁터처럼 되어버린 아테네의 모습을 전해 들으면서 우리의 처지가 상대적으로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도 상당하다. 글로벌 위기의 직격탄은 피했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상당하다. 무엇보다도 인플레 문제가 심각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화폐 발행을 늘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호주의 홍수, 일본의 대지진 등까지 겹치면서 물가상승은 폭탄이 되어 우리를 덮치고 있다.

특히 이번 인플레가 고약한 점은 주로 먹을거리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공산품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안사면 그만이지만 먹을거리는 필수재이고 가격이 올라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소득에서 식품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엥겔계수인데 소득기준으로 가계를 5분위로 나누는 경우 가장 형편이 어려운 1분위 가계의 엥겔계수는 20퍼센트가 넘고 가장 형편이 나은 5분위의 경우 엥겔계수가 10퍼센트 근처이다.

사정이 이러니 먹을거리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직격탄이 된다.

최근의 물가상승이 현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지만 국정을 책임진 주체로서 일단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우리 국민의 복지에 대한 갈증은 유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편복지 무상의료 무상보육에 반값등록금까지 이슈가 되면서 우리 경제에서는 복지라는 화두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상황이 이러한 요구를 다 충족시키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점이다. 복지예산은 벌써 86조4천억원으로 국방과 교육예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일선 복지담당 공무원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면서 국민들의 체감 복지수준이 개선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물론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맞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지만 좀더 의연하게 접근하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별하고 국민과 솔직한 소통을 통해 이를 알리면서 동의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의약품의 수퍼 판매 같은 이슈도 청와대에서 나서기 전에 적절한 수준으로 실행했더라면, 모양새가 훨씬 나았을 텐데 혼쭐이 나고서야 움직이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미리미리 주요 현안을 챙기면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줄이고 행정행위에 있어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정무적 판단을 병행함으로써 정부가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매끄러움이 전제가 되어야 고생해서 일을 잘해 놓고서도 비판은 비판대로 받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수많은 요구들이 분출하겠지만 그럴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의연한 모습으로 많은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시행해 나가기를 바란다.

글·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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