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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값싼 에너지 원한다면 原電에서 찾아야




전력대란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총전력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수요를 뺀, 전력의 추가공급 여력을 나타내는 전력예비율은 보통 10퍼센트 이상 유지돼야 안심할 수 있다. 일부 발전소의 사고로 전력생산이 중단되어도 그 정도 예비능력이면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여름과 겨울 전력성수기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은 10퍼센트를 훨씬 밑돌고 있다. 현재 국내 발전시설을 모두 가동할 경우 7천8백만킬로와트 정도를 공급할 수 있다.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7천7백만킬로와트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예비율 5퍼센트(4백만킬로와트) 수준을 지켜 내기도 어려운 심각한 국면이다.

그런데도 당장 전력공급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더구나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외국으로부터 전력을 사 올 수도 없다. 현재 고리와 울진·영광에서 모두 7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지만 신울진 1·2호기가 완공되는 2015년 이후에야 전력사정에 숨통이 틘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1.7배나 된다. 1달러의 GDP를 위한 전력사용량은 한국이 시간당 0.580킬로와트인 데 비해 미국은 0.359,프랑스 0.328, 일본 0.206, OECD 평균 0.339이다. 1인당 전력소비량만 해도 한국은 2009년 기준 시간당 8천8백33킬로와트로 일본 7천8백18킬로와트, 영국 5천6백7킬로와트 등에 비해 훨씬 많다.

우리가 지나치게 전력을 소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효율 또한 낮은 현실인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고 가정, 기업, 농촌 할 것 없이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값싼 전력에 의존하는 탓이 크다.

우리나라는 21기의 원전이 총 전력공급의 약 24.6퍼센트(2012년 3월 에너지원별 발전량 기준)를 차지하고 있고, 화력발전은 70퍼센트(석탄 37.8, 석유 13.5, 가스 18.8퍼센트)이다. 나머지는 수력과 열병합,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으로 극히 미미하다. 전체 전력소비 가운데 가정에서 쓰는 양은 14퍼센트 정도인 반면 산업용 소비가 55퍼센트에 이른다.

반면 일본의 산업용 전력소비 비중은 30퍼센트 남짓이다. 어떤 이유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일본보다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국내의 모든 원전이 멈춰 설 경우 국내 산업체의 25퍼센트 이상이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전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 우리 경제의 에너지 수급구조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화력발전 비중이 원전의 2배에 이르지만 연료인 화석에너지의 97퍼센트를 수입에 기대야 해 발전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석유가격 폭등으로 전년 대비 35퍼센트나 증가한 1천6백5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연간 총 수입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무역흑자(3백33억 달러)의 5배 규모다. 힘들게 벌어들인 달러를 에너지 수입에 쏟아 넣는 실정이고 보면 효율 높은 에너지원 개발은 절박한 현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대안이 원전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은 석탄 60원, LNG 1백40원, 석유 1백80원에 이르는 반면 원자력은 40원이 안 된다. 값싸고 안정적이며 고품질의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용량 전원(電源)으로서 원전을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을 우려한 반대 여론이 다시 비등해지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고 그 활용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시대적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전혀 현실성 없는 이상론(理想論)일 뿐이다.


1킬로와트 생산단가는 태양광 4백70원, 풍력 1백30원 등으로 발전비용이 원전에 비해 3~10여배나 비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부존량이나 개발여건 등이 매우 열악하다. 태양광의 경우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계절별·시간대별 편차가 심하며, 날씨와 일사량의 변수로 인해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풍력은 설치비용이 비싸고 설치 부지의 제약이 많다.

예를 들어 원전의 발전용량에 맞먹는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원전의 50배가 넘는 광대한 부지가 필요하다.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대용량 전원으로 개발하려면 역설적으로 엄청난 환경파괴를 감수해야 한다. 대규모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지금까지 원전만큼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운영된 기술은 없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50여 년 세계 원전 역사에서 중대한 오점(汚點)이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모두 안전관리의 실패가 가져온 방사능 누출의 재앙이었지 원전 그 자체가 갖는 기술적 결함의 문제는 아니었다. 경제적 합리성이나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신뢰성, 기술적 실현성의 차원에서 원전 확대는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글·추창근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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