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열대야가 지속될 경우 노인들이 있는 가정은 에어컨을 어느 정도는 켜야 합니다.”
지난해 여름 냉방장치를 전혀 가동하지 않다가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노인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한 노인은 “냉방장치를 켜지 않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보니…”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원전중단에 따른 전기부족이라는 국가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여름도 대정전의 위기 없이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지난해 절전의 성공 덕분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 정부는 전년 대비 15퍼센트 절전을 목표로 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21퍼센트 초과 절전을 달성했다.
올들어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절전 분위기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창문에 ‘고야’라는 덩굴 식물이 심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야는 심기만 하면 두세 달이면 2.5미터까지 자라 ‘녹색 커튼’ 역할을 하며 실내온도를 낮춰 준다. 덩굴식물이 없는 창문에는 직사광선을 막아 주는 ‘발’들이 대부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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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또 전력위기를 계기로 기업은 물론 각 가정도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백열전구보다 전력사용량이 20퍼센트에 불과한 LED 전구는 3·11 대지진 전에 전체 전구 판매량의 10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최근 절반을 넘어섰다. 가격이 거의 10배까지 비싸지만 전기를 아끼기 위해 비싼 LED 전구로 일본국민들이 스스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의 관공서와 기업에서는 정장 대신 반팔 티셔츠, 청바지 차림에 샌들을 신고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여름철 복장규정은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는 물론 알로하셔츠, 가리유시셔츠, 스니커, 샌들도 허용했다. 알로하셔츠는 하와이에서, 가리유시셔츠는 오키나와에서 만들어진 여름용 셔츠이다. 다만 찢어진 청바지와 해수욕장용 샌들은 금지됐다.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도록 하는 기존의 여름철 복장규정을 ‘쿨비즈’라고 했다. 절전을 위해 쿨비즈보다 한 발 더 진화한 ‘슈퍼 쿨비즈’가 유행이다. 정부는 물론 상당수 기업도 슈퍼 쿨비즈를 채택하고 있다. 전력수요가 많은 낮시간에는 복사기 가동을 중단하는 등의 대책도 각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 격층운행, 낮시간대 에스컬레이터 가동 중단 등은 기본이다.
일본 국민의 더위를 식혀 줄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린맥주는 얼음에 타 먹는 ‘아이스 플러스 맥주’라는 캔맥주를 시판한다. 기린맥주는 “특수 효모를 사용해 보통 맥주보다 색깔과 맛이 진해 얼음에 타 먹어도 맥주 특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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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온도를 28~29도로 설정하는 회사가 늘면서 물안개 내뿜는 휴대용 선풍기, 목에 두르면 시원해지는 스카프, 소형선풍기가 부착된 작업복, 휴대용 냉기 분사기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바(東芝)는 최근 충전기 내장형 TV를 시판했다. 평소 충전을 해 두었다가 정전이 발생할 경우 3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고 전력피크 타임에는 충전한 전기를 이용해 절전도 가능하다.
일본은 평소에도 절전을 생활화하고 있다. 겨울에는 ‘유단보’나 ‘고타쓰’와 같은 절전형 난방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유단보는 뜨거운 물을 넣은 일종의 보온병. 겨울에도 잠을 잘 때 난방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두꺼운 이불 속에 유단보를 넣고 잔다. 고타쓰는 밥상·식탁 등에 전기난로와 이불을 붙여서 만든 난방장치이다.
한 일본 주부는 “한국 친구 집에 갔더니 냉장고 냉동실을 자주 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냉동실을 자주 열면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데도, 그걸 의식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일본의 이런 절전의식은 한국보다 전기료가 2배 이상 비싼 것도 한몫하고 있다.
글·차학봉 (조선일보 도쿄 특파원)![]()
일본 정부는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한 상태에서도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8월 전국 평균 0.1퍼센트 정도 여유전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들이 절전운동에 동참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일본의 9개 전력회사 중 도쿄전력(4.5퍼센트), 주고쿠(中國·4.5퍼센트), 주부(中部·5.2퍼센트), 호쿠리쿠(北陸·3.6퍼센트) 등은 비교적 많은 예비전력 확보도 가능하다. 원전의존도가 30퍼센트라는 일본에서 원전가동을 중단했는데 어떻게 전기가 일부라도 여유가 발생할 수 있을까. 30퍼센트라는 것은 1년 평균 전력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8월을 기준으로 하면 18퍼센트까지 떨어진다.
전력사용량은 냉방수요가 많은 여름철 오후 1~4시에 1억7천9백87만킬로와트(2010년 기준)까지 급증한다. 비수기보다 30~40퍼센트 정도 사용량이 많다.
이 때문에 전력회사들은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을 기본으로 가동하고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화력과 양수발전 등을 추가한다.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물을 끌어올렸다가 전력수요 피크시에 발전하는 시설이다.
일본정부는 원전(3천4백83만 킬로와트)을 전면 중단했지만, 절전(9백11만 킬로와트)에다 낡아 운행정지에 들어간 화력발전소(2백73만 킬로와트), 임시 비상발전설비(3백18만 킬로와트), 기업체의 자가발전설비(3백1만킬로와트), 양수발전(1천9백67만 킬로와트) 등을 총동원, 전력부족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여름철 오후 1~4시의 전력피크기. 전력피크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회사들은 낮시간대 전력요금을 비싸게하고 심야시간대 전력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도 확대했다.
심야에 축전해서 낮시간에 사용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최근 보급이 급증하는 전기자동차를 활용, 전기가 남아 도는 심야시간에 저렴하게 충전했다가 낮시간에 사용하는 것도 유행이다.
하지만 산업계와 전력회사들은 8퍼센트 정도의 예비전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상보다 무더워 냉방수요가 더 늘거나 화력발전소가 고장 날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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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