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
한ㆍ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후소샤판 교과서 검정 통과·과거사·독도 영유권·북한 미사일 문제 등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양국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양국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가 일본에 대해 유감을 갖고 있는 것은 식민지배의 쓰라린 상처를 온전히 치유치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을까.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감정 역시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 닥친 한류 열풍, 한ㆍ일 월드컵 등의 영향으로 한때 호전 기미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빈번해진 양국 간 갈등 때문에 부정적인 쪽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양국 간의 간격은 겉으로 드러난 역사·정치적 요인 못지않게 가치관·의식구조 등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해 온갖 외교적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일본인이 모르는 한국문화, 한국인이 모른 일본문화라는 양국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해법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전제 아래 문화인류학적 차이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이기호 기자 |
|
한·일 갈등 현주소 |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지난 2001년 일본의 후소샤판 교과서 검정 통과로 야기된 한·일 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전에도 일본 측의 역사왜곡에 따른 망언으로 심심치 않은 갈등을 빚었지만 우리 측의 즉각 항의와 일본 측의 사과로 일시적으로 봉합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잠잠해지던 과거와 달리 갈등 수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과거사·독도 영유권·북한 미사일 문제 등 양국의 현안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 영유권 핵심 쟁점
한동안 잠잠하던
독도 영유권 문제는 지난해 3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제정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뒤이어 다카노 도시유키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독도는 명백한
우리 땅”이라고 언급하면서 대일감정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뿐 아니다. 아사히신문의 경비행기가 독도 상공에 아무런 통보 없이 진입했다가 우리 전투기 출격으로 물러났고, 일본 해경 해상초계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부근에 접근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3월말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교 교과서 검정을 통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왜곡을 강요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발을 야기했다. 또한 4월에는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독도 주변 수로탐사 계획을 추진하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수로탐사 문제는 양국 외교차관 간의 줄기찬 협상 끝에 일단 무마됐지만,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직접적인 도전 행위로 판단한 우리 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정부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 4월 특별담화문을 통해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선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독도 문제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더불어 한·일 양국의 교과서 청산과 역사인식, 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 수호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무력사용의 정당성을 공론화하고 나선 것도 양국 간의 갈등요인으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가 “대북 선제공격 주장은 일본의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즉각 대응하면서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대립양상으로 치달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로 일본의 정치인들이 한반도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인 데 비해 일본은 자국이 느끼는 안보상 위협을 한국이 경시하고 있다며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양국 정상외교가 단절된 상태에서 다른 악재들까지 겹쳐 더욱 꼬여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국 입장이 쉽사리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한국과 일본은 일전을 벌여야 했다. 규정상 양국을 오가며 치러야할 경기였는데도 일본 선수의 입국은커녕 국가대표 축구팀의 일본 원정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형 당시 국가대표 감독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지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일본행 허락을 받았을 정도로 당시 우리나라의 반일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주는 문화'와 '빼앗는 문화'
일본과의
문제, 한국과의 문제라면 양국민이 이처럼 이성에 앞서 감정이 격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설가
박경리 씨는 ‘일본은 불쌍한 나라’란 제목으로 한 신문에 기고했던 글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우리들은 역사적으로 일본에 대해선 항상 주어왔고 빼앗겨왔어요.
이름까지도 빼앗겼고,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일본인들은 주는 것을 몰라요.
줄 수 없다는 것은 문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는 문화’와 ‘빼앗는
문화’라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는
두 개의 사회를 이끌어간 주도세력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쪽은
사대부 세력이 우세한 사회였고, 다른 한쪽은 무사계급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양반문화와 사무라이문화의 충돌’에서 양국의 오랜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국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가치관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반면, 일본은 사무라이적 가치관이 팽배해
있어요.”
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는 양국 국민이 지닌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는 데서 상호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SET_IMAGE]5,original,center[/SET_IMAGE]
우리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즉 자신과 가족, 국가를
동일선상에 놓고 함께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멸사봉공(滅私奉公)’정신에
투철하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바쳐 자살공격대로 뛰어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문화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장시간 논쟁을 벌여 해결하는 방식과 단시간 내에 칼로써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는 사실 크고도 깊은 것이다.
이는 집단성 여부를 보여주는 가족개념에 있어서도
확실한 차이를 나타내 문화인류학적 간격을 더욱 넓혀놓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개념이 강한 반면, 일본에선 가족 위주의 생활이나 가족 간의 애정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본인은 가족 사이에 ‘사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가족 내에서 각자의 고유한 권리와 의무를 중요시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인들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는 게 불문율이다. 이는 일본사회가 혈연과 애정에 바탕을 둔 가족관계보다는 국가와 회사 같은 목적사회의 존재를 우선시하는, 우리와는 이질적인 형태의 사회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인들의 집단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프랑스 언론이 파리에 일장기를 꽂아놓고 “헤쳐모여” 하면 일본인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여들 것이라며 놀라움을 표명했을 정도다.
일본인들의 경우 뚜렷한 개성을 사회악쯤으로 여겨 평소에는 품성을 나타내지 않지만 개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상황이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이 아니라 ‘일본’이란 국가의 대의명분으로 뭉쳐지면 성격이 돌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일본인은 A형이 많고, 한국인은 B형이 많다는 소리도 나온다. 자신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일본인과 격정적인 한국인의 특성을 지적하는 말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양국 간의 갈등원인으로 가치관의 차이를 꼽는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유교사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상에 ‘양반정신’이
강해요. 일본 역시 유교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무사적인 생각이 행동을 결정합니다.
항상 싸워서 적을 이기려고 생각하지요. 유교문화와 무사문화, 바로 이 점이 한국인과
일본인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보편적인 인간중심의 원리를 중시하는 유교사상은 ‘외부’를 보지 않는 약점이 있는 데 비해 무사들은 항상 외부 침략에 대비하는 사고가 몸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외부 시각을 먼저 생각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반면, 한국은 외부 상황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민족과 가족 등 내부 문제에 더 민감한 문화를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지적이다.
[SET_IMAGE]6,original,left[/SET_IMAGE]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리나라에 역전패하자 “앞으로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겠다”고 말해 우리 국민을 자극한 것도 사무라이식 전투성과 외부지향적
문화가 낳은 제스처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라면 패배의 원인과 문제가
무엇이냐를 놓고 내부 논쟁이 치열했을 사안이다.
이 같은 대응방식 차이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도 양측의 대응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요인이란 주장도 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은 상대방 의도를 제대로 읽지 않고 자국의 관점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외부 시각을 중시해 독도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 즉 한국은 ‘독도는 한국 땅인데 무슨 억지주장이냐’는 입장을 펴는 데 비해 일본 측은 한국의 주장을 일일이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의 불법점거’를 알리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자는 입장이다. 남쿠릴열도나 조어제도에 대해선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거부하면서 독도에만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독도 침탈의 역사를 감추려는 의도와 함께 한국이 현재 독도를 지배하고 있어 패소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이중적 속셈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일본인은 ‘두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란 표현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진행형 문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양국의 TV 프로그램을 살펴보더라도 두
개의 얼굴을 증명할만한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 TV방송은
뭔가 교훈적인 것을 제공하려 한다. 그래서 선정적이거나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빠져들면
즉각 시청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반해 일본 TV방송은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독자나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정상적인 테마보다는 비정상적인
소재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선정적인 내용이나 잔인한 장면을 내보내는 것도
불사한다. 요리프로그램에서 예리한 칼로 살아 있는 생선의 배를 가르거나 뉴스에서
끔찍한 사고 장면을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것은 예사다. 남녀 간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치정관계나 선정적 장면이 곧잘 등장하고, 사회성 드라마에선 원한관계 등 살인사건이
단골소재다. 오죽했으면 시인 김지하 씨가 “일본문화는 살인문화”라고 표현했을까.
'꽃보다 경단이 좋은' 일본인
일본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성이 취약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우리의 온돌방과
달리 하나씩 떨어져 있어 여러 장을 모아야만 온전한 방을 이루는 다다미방,
그리고 부부든 자식이든 따로 사용하는 이불과 식기 등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확실하다. 우리의 경우 함께 사는 구성원이라면 가족이든 친구든 그릇이나
젓가락을 애써 구별하지 않고 공동으로 사용한다. 침구류의 경우 주거가 현대화하면서
개인 소유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내 이불을 다른 사람이 덮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부부 사이에도 이불을 같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컵과 젓가락까지도 따로따로 사용한다. 우리는 인간관계가
가까워지면 경계선이 사라지는 반면, 일본인의 경우는 여전히 침범불가의 경계선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상당수의 한국인이 일본인은 속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러 분야의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친해지면 경계선을 허물어버리는 우리의 의식구조와 영원히 침범불가 영역을 가진 일본인 간의 차이를 자주 잊어버리는 탓은 아닐까.
과거사에 대한 의식구조만 해도 그렇다. 한국인은 지난 과거를 정리하지 못하면 화병을 얻고, 결국은 한으로 남는다. 반면 일본에는 ‘죽은 아들 나이 센다’란 얘기가 있다. 이 말은 지난 과거를 돌이켜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의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자는 일본의 주문이 나오고 한번 사과했으면 끝난 문제가 아니냐는 항변이 튀어나온다. 우리가 사과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를 중요시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인의 이러한 의식과 사고방식은 주변국과 언제든 갈등을 일으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는 것이다.
일본 속담 중에 ‘꽃보다 경단’이란 게 있다. 아름다운 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경단을 먹고 배가 부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실리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표현이다. 실리 못지않게 명분을 중시하는 사회와 실리를 앞세우는 사회 사이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간격은 더욱 넓어진다. 그것이 현재 한·일 간 미해결 현안의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아닐까.
우리와 확연히 다른 종교관 역시 일본인들의 실리추구 습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사람들이 신봉하는 대표적인 종교는 전통 신앙인 신도(神道)와 불교다. 여기까지는
예사로운 일이다.
특이한 것은 서로 다른 종교를 쉽게 넘나든다는 점이다.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비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일본사람들은 결혼식은 교회에서 올리지만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치른다.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일본문화 가운데 하나로
종교의식을 꼽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학자들은 일본인들을 ‘신앙심이
없는 국민’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일본인들의 이러한 습성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자신들이 저지른 가해행위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어 하면서, 자신들을 2차대전의 피해자라고 항변하는 이율배반적 심리가 깔려 있다. 미국의 힘으로 전후 경제부흥을 이루었음에도 원폭 문제만 나오면 미국을 ‘악역’으로 내세우길 서슴지 않는다. 지금은 다시 미국과의 달콤한 밀월을 즐기고 있는 걸 보면 일본인들의 실리추구 습성이 지닌 순발력을 짐작할 수 있다.
韓 '수직적 문화' 日 '수평적 문화'
일본의
문화수용 태도도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는 민족고유의 문화를 보존·발전시키는
데 치중하는 수직적 문화에 익숙한 반면, 일본은 다른 문화를 흡수해 자신의 문화로
가공하는 수평적 문화에 뛰어나다.
김용운 교수는 “일본은 외국문화를 수용할
때 처음에는 ‘졌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인 후 열심히 노력해 상대방의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버린다”며 “개량에 성공한 다음에는 자신들이 우수하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 가깝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가장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한·일 간에 얽혀 있는 숱한 문제들이 이를 증명한다.
분명한 것은 한·일 간 현안의 겉면에 치중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안 속에 숨겨진
의식구조의 속성을 해석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만큼 현안해결과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실적 필요성과는 달리 지금 국내에는 일본전문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비관적 지적도 있다.
현안의 해법 찾기든 극일이든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길 수 있다면 이제라도 접근방식을 바꾸고, 장기적인
대일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한·일 청소년 인식 차이 |
|
韓, ‘일본=독도문제·식민지배’ 日, ‘한국=한류스타·음식’ [SET_IMAGE]7,original,right[/SET_IMAGE]한국학중앙연구원은 지난 7월 24일 한·일 교과서 세미나에 앞서 양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인식조사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서울 지역 3개 고등학교의 남녀 학생 273명이 응답했고, 일본은 도쿄·지바·가나가와 등 3개 지역의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생과 대학생 23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국 청소년들이 일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독도문제가 으뜸이었고, 식민지배를 포함한 교과서 역사 왜곡·왜놈(쪽바리)·군대위안부 등 부정적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초밥·패션(기모노)·애니메이션 등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도 없지 않았지만 응답률은 비교적 낮았다. 현재의 한·일 관계에 대해 응답자의 61%가 ‘나쁘다’가 대답했고, ‘아주 나쁘다’는 평가도 22%나 됐다. 양국관계가 악화된 이유로는 남녀 청소년이 똑같은 비율로 잘못된 역사교육(66%)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교과서의 부적절한 서술(36%)과 반일감정(31%)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일본을 배울 것이 많은 선진국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학생도 17%나 됐고, 경쟁상대라는 인식과 협력이 필요한 나라라는 생각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본 청소년, 한국문화에 관심 높아 이번 설문조사의 특징은 일본 청소년들의 관심을
끄는 분야는 한국의 정치·경제가 아니라 스포츠·영화·드라마·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문화가 주요 관심대상이라는 얘기다. 양국 청소년들의 인식차가
자못 느껴지는 대목이다. |
[SET_IMAGE]8,original,center[/SET_IMAGE]
국가 간에 갈등이 생길 경우 외교적 협상이나 제3국의
중재로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양국 국민들이 잘못 생각하거나
왜곡하는 부분을 바로잡아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는 게 더욱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인식은 일본을 직시하기보다 과거부터 형성돼온 일본관이 그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 또한 한국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상호 무지·무관심 해소 급선무
한·일
월드컵이나 한류열풍 등 사안이 생길 때만 관심을 나타낼 뿐이다. 따라서 서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해소해야만 상호갈등도 점차 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관심과
무지가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 등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빈번한 양국의 갈등을 극복하려면 사실 인식을 통한
상대방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중현 서울 양재고 교사는 “상대방의 ‘서로 보기’가 필요하다”며 “서로 보기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는 교과서”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일본 청소년들이 과거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 역사의 미화 내용을 배운다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과서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치즘으로 피해를 입었던 독일 주변국들과 독일 간에 ‘교과서 대화’를 통한 화해 노력은 한·일 양국 관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SET_IMAGE]9,original,right[/SET_IMAGE]독일과 폴란드는 국경 문제로 갈등이 잦았다. 갈등 해결을 위해 양국은 폴란드·독일 유네스코위원회를 결성, 역사와 지리 교과서 개정을 돌파구로 삼았다. 독일 점령의 상처, 냉전, 이념 차이 등 과거사 때문에 독일과 폴란드의 교과서 협력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독일 측이 폴란드 국경을 인정하면서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1920년대부터 공동으로 역사연구 작업을 벌인 양국은 히틀러 집권으로 중단됐다가 2차대전 이후 논의가 재개됐다. 프랑스에서 독일에 대한 적대감은 과거의 산물이며 상호대화를 통한 갈등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렸다. 독일도 전후 역사교과서 편찬과정에서 프랑스·폴란드 등 주변국과의 협의를 거쳐 상호 역사이해의 지평을 넓히면서 오해 요소를 최소화했다. 양국 역시 해결책을 교과서에서 찾은 셈이다.
獨·佛 공동 역사교과서 첫 출간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역사교과서 출간계획은 지난 2003년 1월 양국 간 화해협력 조약인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계기로 영국 청소년대표의 공동 역사교과서 출간 제의를
양국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첫 작품은 1945년 이후 현대사 부문으로 2차대전의
원인보다 전쟁에 따른 피해에 초점을 맞춰 양국의 견해차를 피했다. 특히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양국의 인식을 굳이 하나로 통합시키지 않고 공동교과서에 그대로 병기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비교해서 판단토록 한 게 돋보이는 대목이다.
유럽의 ‘교과서 대화’는 한·일 양국의 갈등해소와 이해를 다지는 관건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요인이나 환경이 다르다는 주장은 진정한 화해를 위한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의 괴리만큼이나 유럽의 상황도
열악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독일과 일본의 역사인식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과거사에서 자기를 극복치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주요국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호르스트 묄러 독일 뮌헨대
역사학 교수의 충고를 양국 관계자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또한 미래를 함께 짊어지고 갈 양국 청소년들의 활발한 교류도 중요하다. 양국 정부는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양국 청소년들의 상호이해 폭을 더욱 넓힘으로써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
한편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유재기 처장은 민간부문의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일 양국의 부정적 요소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전문단체 육성과 함께 활발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박사는 “양보와 타협으로 사안을 해결하던 일본이 국익 중심의 ‘주장 외교’를 펼침으로써 한·일 양국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며 “올 9월에 들어설 포스트 고이즈미 정권의 등장이 첫번째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진 박사는 이와 함께 상호 신뢰회복을 양국 관계개선의 주요 관건으로 꼽았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