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낮의 열기가 가시고 밤의 서늘함이 찾아오기 시작한 10월 18일 오후 8시(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시의 국립컨벤션센터. 이곳에서는 아리랑TV와 베트남 국영방송(VTV) 공동 주관으로 ‘한국-베트남 우정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1부에서 양국 전통문화 공연이, 2부에서는 소녀시대, U-KISS, god의 손호영 등 한국의 인기가수를 포함한 양국 정상급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한·베트남 우정 페스티벌’은 베트남의 ‘한국주간(Korea Week·10월 18~22일)’ 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메인 행사였다. ‘한·베트남 우정 페스티벌’을 필두로 우리나라 정부 각 부처의 다양한 행사가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됐다. △외교통상부는 국가브랜드위원회 페스티벌 △기획재정부는 경제발전 포럼 △지식경제부는 한·베트남 CEO 포럼과 비즈니스 투자포럼 △국토해양부는 국토개발기술포럼과 신도시·수자원 관련 전시회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디어데이 행사, 한국영화제, 한식 전시회 △교육과학기술부는 베트남 장학회 결성, 인적자원 개발 포럼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행사, 직업훈련 기자재 기증 행사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술개발센터 개소식 행사 등을 열었거나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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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친선주간 특집 다큐멘터리로 ‘한강 르네상스, 베트남에서 부활하다’가 10월 18일부터 방영돼 베트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리랑TV와 베트남 VTV가 공동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한강 르네상스’를 베트남 하노이의 ‘홍(Red)강 프로젝트’에 벤치마킹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뜻이 숨어 있다.
이번 한·베트남 행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10대 과제 중 ‘대한민국의 개발 경험을 인근 개발도상국가와 공유하고자’ 하는 구상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이 대통령은 10월 20~25일 베트남과 캄보디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등 동남아 3국을 방문한다.
‘경제 한류’를 확산시키고 지난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밝힌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본격 가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인 가운데 대통령의 첫 번째 방문지인 베트남에 유독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것은 왜일까. 이는 베트남이 우리나라 국제결혼이민자(2009년 3월 현재·행정안전부 자료) 가운데 중국 조선족(38.6퍼센트), 중국(23.3퍼센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라(14.6퍼센트)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6월 1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도 아세안 주간(5월 24일~6월 2일) 행사의 하나로 모범 다문화가정 초청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외국인 거주 인구가 전체 인구의 2퍼센트에 이르고, 전체 결혼 10건 중 1건이 국제결혼인 시대, 다문화는 외국과 든든한 가교를 놓는 ‘새로운 자산’인 셈이다.
결혼이민 또는 이주노동자로 한국사회의 일원이 된 많은 다문화인들은 우리 사회 안에서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농촌이나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충남 연기군 전동면 심중리에 사는 필리핀 이주여성 락켈 카르피오(39) 씨는 올해 초부터 충남교육청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업무는 영어 원어민강사 코디네이터 역할이다. 우리나라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원어민 강사들을 돕는 일을 한다.
필리핀의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1995년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낯설어서 마냥 두렵기만 했는데, 하나둘씩 정을 붙이며 살다 보니 이젠 한국이 내 나라 같다”고 말한다.
락켈 씨는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촌에 고령층 인구의 구성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이면 19세 미만 농가 인구에서 다문화자녀가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다문화가정이 없는 우리 농촌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STX조선해양에서 일하는 3백5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우즈베키스탄인 함담벡(32) 씨는 지난해 STX 모범 사원상을 수상한 우수 사원이다. 함 씨가 일하는 부서는 취부파트. 취부는 철판과 철판 자리를 정교하게 맞춰놓고 용접하는 것으로 높은 집중력과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에 온 지 4년 된 그는 회사에서 제공한 기숙사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한다. 함 씨 형제는 앞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 자동차를 수입해서 파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현장에서 희망을 찾는 이들의 사연은 아리랑TV가 제작한 다문화 성공스토리 프로그램 ‘마이 코리아, 마이 코리안즈(My Korea, My Koreans)’에 담겨 지난 9월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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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결혼과 출산율이 떨어져 급격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다문화가정은 출산의 희망이 되고 있다. 향후 5년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2명 내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한 국제결혼가정의 초중고생 자녀 현황을 보면 △2005년 6천1백21명 △2006년 7천9백98명(+30.6퍼센트) △2007년 1만3천4백45명(+68.1퍼센트) △2008년 1만8천7백78명(+39.6퍼센트)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6세 미만 아동은 전체 다문화가족 아동 10만3천4백84명(2009년 5월 기준·행정안전부 자료) 중 60퍼센트(6만1천7백명)에 달해 최근 출산율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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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관련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수유전문 브랜드 ‘유피스’는 지난 8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이비페어에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모유 수유 시연회를 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은 이날 모유 수유 전문가에게 유방 관리, 젖 먹이는 자세 등을 배웠다.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일부 분유제품에는 캔 용기 포장에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국어로 회사 홈페이지가 표기돼 출시되고 있다. 일동후디스, 파스퇴르유업도 기존 제품이 소진되는 대로 제품 용기 안팎에 다국어 표기를 병용하게 된다. 이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아기를 키우면서 물에 분유를 얼마나 타야 하는지 알려주는 한글 설명서를 읽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생긴 변화다.
지난 7월 12일 서울 광진구 광장중학교 운동장에서는 이색적인 몽골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몽골인들의 가장 큰 전통축제인 ‘나담축제’가 열렸다. ‘나담’이란 ‘게임, 축제, 경기’라는 뜻의 몽골어다.
광진구의 나담축제는 2001년 광진구가 울란바토르시 항올구와 자매결연한 이후 매년 개최돼왔다. 이번 나담축제에서는 몽골 전통씨름인 ‘부흐’와 ‘활쏘기’, 양과 염소의 복숭아뼈인 샤가이를 던져 표적을 맞추는 ‘샤가이하르와’ 등 몽골 문화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나담축제와 같은 다문화축제를 통해 이국 문화를 맛볼 수 있고, 서울에서는 마포구 연남동을 비롯해 역삼, 서래, 이촌, 한남까지 외국인 동장 시대가, 농촌 곳곳에서는 다문화부녀회장 시대가 열렸다. 지난 7월 29일 임명된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은 1986년 한국에 귀화한 독일 출신 이참(55)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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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제1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주한 필리핀·몽골 대사 등 주요 인사, 결혼이민자, 유학생 등 각계각층의 국민과 외국인 1천5백여 명이 참석했다.
“국제화시대에는 문화의 다양성이 곧 경쟁력이자 국가 발전의 동력입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대독한 총리 명의의 기념사는 우리 국민은 물론 재한 외국인 모두의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글로벌 코리아로 발전할 것임을 밝혔다. 이미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한 축으로 활약 중이다.
물론 다문화가정의 높은 이혼율, 언어와 문화 적응의 문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업부진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문화의 시너지 효과를 목도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함께 행복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포용하고 지원하는 것만이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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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