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많은 베트남 신부들이 시집온 우리나라에 변변한 베트남어 사전 하나 없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집계한 다문화가족 관련 통계에서 국제결혼이민자 국적별 현황을 보면 중국 조선족(38.6퍼센트), 중국(23.3퍼센트), 베트남(14.6퍼센트), 필리핀(5.4퍼센트), 일본(4.4퍼센트), 대만(2.6퍼센트) 순이었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조선족이나 중국어, 일본어 사전이 흔한 중국,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비중이 높은 출신국이 베트남이지만 여태껏 베트남어 사전이 국내에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민간단체들이 중심이 돼 <한국어·베트남어 실용 핸드북(전 2권)>을 펴냈다.
“씬 짜오 바 아=안녕하세요, 할머니!”
“또이 당 쫑 꼰=아기를 돌보고 있어요.”
“또이 비 다우 붕. 또이 디 덴 콰 노이=배가 아파요. 내과에 갑니다.”
한국·베트남어, 베트남·한국어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된 이 핸드북은 양국의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고 가족 간 호칭, 식사예절, 교통정보와 더불어 경찰서·우체국·은행·의료기관 이용하기 등 생활정보, 상황별 생활회화, 필수단어장, 각종 전화번호까지 고루 담았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 김성호), GS칼텍스, 삼성 등이 후원하고 동아일보사가 제작을 맡은 이 핸드북은 10월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전만길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장에게 전달됐다. 이 사전은 곧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각지의 베트남 이주여성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
전 회장은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이 핸드북을 기다렸다”며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뿐 아니라 지원센터 상담원들에게도 나날이 늘고 있는 베트남 이주여성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이러한 책이 절실했다”며 환영했다.
이 핸드북은 10월 20~25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 3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길에 갖고 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 당국자들에게 국내의 ‘행복한 다문화사회 만들기’ 노력을 설명하며 이 핸드북을 선물할 계획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최근 잇따라 문을 열었다. STX그룹 등이 후원하고 지역 시민단체인 푸른시민연대가 힘을 모은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1호점’이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개관했다. STX그룹은 지난 9월 2호점인 창원관을 경남 창원시에 열었다.
‘다양한 문화가 모두 모인다’는 뜻을 지닌 ‘모두’는 다국어 책이 있는 도서관이다. 1호점의 경우 문을 들어서자마자 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아이들이 직접 쓴 글씨로 다국어를 만날 수 있고 12개 국어의 다양한 문자와 책을 만날 수 있다. 2호점에는 7개국 6천여 권의 도서와 동영상 자료가 마련돼 있다.
사비로 10만 권의 다문화 동화책을 펴내는 사람도 있다. 여원미디어 김동휘(54) 대표는 사비 약 2억원을 들여 6개 국어로 된 어린이책 10만 권을 제작해 다문화가정 1만 가구에 무료 배포하기로 하고 현재 <흥부와 놀부> 등 전래동화와 <훈민정음> <김치는 안 먹어> 등 전통문화서 총 10권을 번역하고 있다. 번역 작업이 끝나는 대로 베트남어, 영어, 태국어, 몽골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로 제작에 들어가 내년 3월부터 형편이 어려운 가정부터 10권씩 나눠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다문화가정은 부모 한쪽이 우리 문화를 제대로 모르는 바람에 그 자녀들마저 우리 문화를 깊이 알기가 어렵고, 그것이 따돌림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책을 다문화어로 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기업들의 관심도 다문화로 향하고 있다. 삼성사회봉사단(사장 이순동)은 추석을 앞두고 지난 9월 29일 경기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에서 다문화가정 50여 가족을 초청해 해당 나라 음식과 문화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 안산시와 함께 진행한 이날 행사는 전통문화 공연과 음식 체험 등 다양한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지구촌사랑나눔 다문화복지센터’에서 다문화가정 가족들을 초청해 송편을 빚고 다과회를 가졌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24일 고객 지원 행사인 ‘소망스토리 이벤트’의 하나로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인 ‘레인보우코리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소망스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지난 7월 전국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 10곳에서 열린 ‘함께하는 세상 희망캠프’를 후원했다. 이 캠프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심리 안정과 자신감 회복을 위한 행사였다.
LG는 11월부터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장점인 ‘두 가지 언어와 두 가지 문화’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특성을 개발해 미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LG는 이중언어와 과학 분야에서 실력을 키우길 희망하는 전국 다문화가정 청소년 약 70명을 매년 선발해 2년 동안 무료로 한국외국어대와 KAIST 교수진이 직접 지도하는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기업인 (주)대교도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무료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연예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가수 임창정 씨는 지난해 5월 21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책 낭독회’에 참석했다. 가수 윤미래 씨와 드렁큰타이거도 지난해에 7개월 동안 다문화청소년 모임인 무지개문화탐험대 활동을 지원했다. 이 밖에 서울대, 성균관대 등 각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멘터가 되어주는 등 따뜻한 다문화사회로 향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큰 봉사 활동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