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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907호

노블레스 오블리주 첫걸음은 ‘성실 납세’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1백만원이지만 현금을 내면 80만원에 하실 수 있어요.”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A(34)씨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성형수술비를 현금으로 내면 10~30퍼센트 할인해주겠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그리고 현금으로 받은 진료비는 제3자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했다.
 

현금과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A씨는 무려 1백32억원의 소득 탈루를 저질렀다. 또 피부과, 치과 등과 협진시스템을 구축해 8개 병원을 직접 운영했지만 고용의사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놓아 양성적인 소득금액도 여러 명에게 분산시킴으로써 적용되는 세율을 낮추는 편법을 썼다.






 

한의사 B(45)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한의원은 자체 개발한 한방치료제의 약효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일부 환자들은 돈을 보낸 다음 한방치료제만 택배로 배달받기도 했다. B씨는 환자들이 내는 비보험 진료비 가운데 현금이나 무통장 입금을 통해 받은 진료비를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해 모두 32억원을 탈루했다.

 


 

이들의 탈루 사실은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병·의원 등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1백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 드러났다. 결국 A씨는 탈루소득 1백32억원에 대한 소득세 34억원을 추징당했고 고의적인 세금 포탈에 대해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관련법에 따라 고발됐다. B씨도 탈루소득 32억원에 대해 소득세 17억원을 추징당했고 고의적 포탈에 대해 포탈세액 상당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결국 이들은 탈루 소득을 숨기려다 더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세금과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세금은 누구나 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어떻게든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의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은 43.3퍼센트에 달했다. 최근 국세청의 기획세무조사 결과 연도별 소득 탈루율 추이를 살펴보면 2005년 56.9퍼센트, 2006년 49.7퍼센트, 2007년 47퍼센트로 감소 추세에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관계 부처의 분석이다.
 

국세청 조사국 조사2과 오상훈 사무관은 “여전히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가 절반 가까운 소득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투명 지갑’이라 불릴 정도로 소득이 그대로 드러나는 근로소득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국세청의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신고 성실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 업종이 입시학원, 치과, 웨딩 관련 업종 등이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하고 ‘과세 그물망’을 촘촘히 하면서 기존 세제 혜택을 줄이는 내용을 2009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는 30만원 이상의 서비스 제공 시 무조건 영수증을 발행해야 한다. 즉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15개 전문직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 4개 의료전문직 △입시학원, 골프장, 예식장, 장례식장 등 4개 업종은 30만원 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때 신용카드 전표,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등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개정되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영수증 미발급 금액만큼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를 어긴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영수증 미발급 금액의 20퍼센트를 정부가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일명 ‘세(稅)파라치’ 제도가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위반사실 신고자는 신상정보 비밀 유지 등 법의 보호를 받게 되며 건당 3백만원, 연간 1천5백만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각종 근로소득세 혜택도 줄어든다. 먼저 연봉 1억원이 넘는 근로자(약 16만명)에 대한 근로소득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된다. 근로소득 공제율도 총급여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5퍼센트에서 1퍼센트로 낮추고, 8천만원 초과동아DB고소득 전문직과 입시학원, 골프장 등 자영업자의 영수증 미발행을 감시하는 ‘세(稅)파라치’제도가 내년 도입된다.∼1억원 이하인 경우 5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줄어든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원 포착 시스템과 세무자료 제출 시스템도 강화된다. 앞으로는 기존의 변호사 소송 수임자료 외에도 보석과 영장기각, 구속취소 등 법률 자문과 관련한 다른 과세자료들이 법원에서 국세청으로 통보된다. 세무사나 변리사 등이 참여한 행정심판 자료 역시 조세심판원, 특허심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세무당국으로 통보되도록 제도가 바뀐다. 또 고소득 전문직의 수입금액 미제출에 대한 가산세도 지금의 0.5퍼센트에서 1퍼센트로 오른다.
 

상습·고액 탈세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지고 조세 포탈의 상습성 정도, 포탈세액의 규모, 납부세액 대비 포탈세액 비율 등에 따라 처벌이 차등화된다.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상습범은 해당 형(刑)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
 

특히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은 물론 뇌물을 준 사람에게도 뇌물액의 10배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이 탈세를 조장하거나 지시하는 경우 50만원 이하이던 벌금이 1천만원 이하로 인상된다.
 

대기업의 법인세 납부도 강화된다. 중소기업과 과표 1백억원 이하 기업은 당초대로 최저한세율이 인하(8→7퍼센트, 11→10퍼센트)되지만 과표 1백억원 초과기업은 2008년 수준으로 환원(14→13퍼센트)되고, 1천억원 초과 기업은 2008년 이전 수준(15퍼센트)으로 환원된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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