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불닭집을 운영했던 나영세(가명·42) 씨는 조류인플루엔자에다 경기한파까지 겹쳐 올해 초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 사업을 정리하고 보니 세금 낼 돈조차 없어 체납세금이 1천1백만원이나 쌓였다. 국세청에서는 나 씨의 재산이 없는 것으로 보고 1천1백만원을 결손처분(납세 의무자에게 일정한 사유가 발생해 부과된 조세를 징수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그 납세의무를 소멸시키는, 세무서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처분)한 뒤 나 씨를 5년간 체납자로 분류해놓았다. 이 때문에 나 씨는 ‘체납 딱지’가 붙어 사업자등록을 할 수가 없고 금융권 대출을 받아도 결손처분 금액만큼 국가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음식점을 다시 차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나 씨는 영세자영업자의 결손처분된 체납세금을 면제해준다는 세제개편안을 접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 정부는 폐업한 영세자영업자의 체납세금을 내년부터 최대 5백만원까지 털어주기로 하고,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하는 체납정보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나 씨가 내년 말까지 새로 창업하거나 취업을 하게 되면 체납세금 가운데 6백만원만 남게 된다.
또한 정부가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체납정보 범위를 5백만원 이상에서 1천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으므로, 6백만원의 체납세금이 남게 되는 나 씨는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되면 나 씨는 금융권 대출 심사에서 체납정보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나 씨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를 통해 2천만원을 대출받아 장사를 하면서 6백만원의 체납세금을 갚아나갈 생각이다.
기획재정부가 8월 24일 발표한 ‘친(親)서민 세제지원 방안’은 이처럼 주로 근로자에 중심을 두었던 예년의 세제개편안과는 달리 영세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김낙회 조세기획관은 “폐업한 영세자영업자가 재기하는 데 세금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을 할 경우 재산이 없어 결손처분한 사업소득세, 부가가치세에 대해 5백만원까지 납부의무를 소멸시켜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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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결손처분 후 5년간 체납자로 분류되며, 만약 이 기간에 재산이 발견되면 결손처분이 취소되고 세금 징수가 재개된다. 따라서 폐업한 영세자영업자가 다시 장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로 크레디트 등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압류가 된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리는 폐단이 존재했다.
정부는 이번 결손처분 세금의 징수 면제로 약 40만명의 영세자영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그 대상도 직전 3년간 평균 수입금액 2억원 이하(소득률 12퍼센트가 적용되는 음식점의 경우 연간 소득 2천4백만원 수준)의 영세개인사업자로 한정했다. 또 세무서장에게 납부의무 소멸을 신청한 날 직전 5년 이내에 조세범처벌법에 의한 처벌 또는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거나 이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신청일 현재 조세범처벌법 규정에 의한 범칙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하는 체납정보 제공 범위를 5백만원 이상에서 1천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금융기관에 등록되는 체납자 수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체납정보 제공 체납자 수가 연간 45만명에서 7만명으로 38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체납액이 5백만원에서 1천만원 사이에 속해 이미 체납정보가 제공된 사람들도 개정 내용에 따라 해제 통보할 예정이다. 이 조치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체납세금은 원금부터 갚아나가도록 해 체납세금 납부 부담을 완화했다. 세금을 체납할 경우 처음에는 3퍼센트의 가산금이 붙고, 이후 다달이 1.2퍼센트씩(72퍼센트 한도) 가산금이 불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산금만 갚다가 정작 본세를 덜어내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그동안은 체납세금을 납부할 때 이자부터 갚아야 했기 때문에 원금이 줄어들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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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성실 사업자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기간을 최대 18개월간 늦춰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도, 재해, 질병 등의 사유로 가산금을 내지 않고 세금 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는 기간이 소규모 성실 사업자에 한해 현행 9개월에서 18개월로 2배로 늘어난다. 소규모 성실 사업자란 복식장부를 사용하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서 수입금액이 일정 금액(도소매는 3억원, 제조업은 1억5천만원) 이하인 사업자를 말한다.
아울러 연간 매출액이 4천8백만원 미만일 경우엔 부가가치세율을 3퍼센트로 적용받을 수 있다. 원래 내년부터 음식·숙박업은 매출액에 4퍼센트의 부가가치세율이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감안해 2년간 더 연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간편장부 대상자인 보험모집인, 방문판매원의 경우 사업소득 연말정산은 다음연도 1월 말에, 지급명세서는 2월 말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근로소득과 동일하게 바꿔 연말정산은 다음연도 2월 말까지, 지급명세서는 3월 10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간편장부 대상자란 직전연도 수입금액이 7천5백만원 이하인 사업자나 신규 사업자를 말한다.
복식장부 사용,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가맹등록, 사업용 계좌 개설 등 성실 사업자 요건이 되면 가족들의 의료비와 교육비를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의료비, 교육비 공제는 성실 사업자에 한해 올해 말까지만 적용되나 이를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업자등록도 편해졌다. 내년부터는 굳이 사업장이 있는 관할 세무서에 가지 않아도 되며, 온라인을 통해서도 사업자등록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사업 활동 지원과 납세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어느 세무서에서나 사업자등록 및 정정신고, 휴·폐업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관할 세무서에서만 업무를 처리해줬다.
아울러 사업자등록 정정신고 처리 기간도 단축돼 상호 변경의 경우 당일 처리가 가능하며, 사업 종류의 변경 또는 사업장 이전 등의 신고는 ‘7일내 처리’에서 ‘3일내 처리’로 단축된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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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