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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907호

서민 감세·세원 확대,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조세정책은 올 상반기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중요한 ‘무기’가 돼줬다. 지난해 9월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제회복이 상대적으로 늦어질 것으로 예견됐으나 최근 몇 달 사이 한국의 경이로운 회복력을 평가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9월 2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올린 것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부각된 한국 경제의 위기극복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재정 확대를 기조로 한 조세정책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0.4퍼센트였던 것이 3분기 0.2퍼센트, 4분기 -5.1퍼센트까지 떨어졌다가 올 1분기 0.1퍼센트로 회복됐고 2분기 2.3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회복에 기여한 조세정책의 한 예로 노후차 세제지원을 들 수 있다. 노후차 세제지원은 2분기 경제성장률의 0.8퍼센트 포인트를 견인했다. 또 지방 골프장에 대한 세제지원은 해외로 나가던 골프인구를 불러들여 내수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빠른 개선과 더불어 영세자영업자의 폐업이 증가하는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8만7천명이 감소했다. 또 전국 가구의 실질소득과 소비가 3분기 연속 동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월 28일 발표된 ‘2009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올 2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2백92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퍼센트 감소했다. 올 2분기 실질소비는 1백85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퍼센트 줄었다. 감소 속도 자체는 둔화되고 있지만 실질 소득과 소비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래 3분기째다.
 

올 연말까지 예상되는 재정적자 규모가 5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올해의 재정과 조세정책은 △경기회복의 체감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서민과 중산층을 배려하면서도 △성장동력을 끌어올려 일자리를 유지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두 개의 축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8월 24일 발표한 ‘2009 세제개편안’은 바로 이 같은 기조 속에 서민·중산층 및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減稅)와 고소득층 및 대기업에 대한 증세(增稅) 방안이 합쳐진 것이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번 세제개편안은 무엇보다 ‘민생안정’에 중점을 두어 추진된다. 경기침체로 인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농어민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한다.







 

내년까지 사업을 재개하는 영세사업자에게는 결손처분한 체납세금 5백만원까지 납부를 면제해주는 등 사업이나 취업에 재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게 된다. 소형주택 월세공제, 주택청약종합저축 불입액 소득공제 등 무주택 근로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강화된다. 또 중소기업에는 모든 국세를 최대 5백만원까지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하고, 지방에 창업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2012년 말까지에서 2015년 말까지로 3년 연장한다.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기부도 기부금 손비로 인정하고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비과세하는 등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둘째, ‘지속성장’을 목표로 하여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연구개발(R&D), 녹색성장 등 미래대비 분야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한다. 신재생에너지, 로봇산업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투자하는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비용의 2퍼센트(중소기업은 30퍼센트)를 세금에서 감해주고 녹색펀드와 예금, 채권에 투자하고 받는 이자와 배당소득을 비과세하는 등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는 ‘친환경 녹색세제(Green Tax System)’를 도입한다.

 


 

셋째, ‘과세 정상화’를 위해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부동산 임대업자 등의 과표가 양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과 입시학원, 결혼식장 등 자영업자 등에 대해 30만원 이상 거래 시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보증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며 상가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이 임대소득 현황 파악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건전 재정’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례제도를 중심으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한다. 또 금융 관련 과세제도를 정비하며 부가가치세 과세 기반을 확대하는 등 재정 건전성 회복 노력을 병행하게 된다.
 

이번 세제 개편에 따라 2012년까지 3년간 모두 10조5천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세 부담은 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게 된다. 정부의 분류방식에 따르면 세수 증가분 10조5천억원 가운데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은 8조4천억원(79.6퍼센트)이며 나머지 2조1천억원(20.4퍼센트)은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부담이다.
 

OECD 기준으로 볼 때는 고소득자와 대기업 부담이 9조5천억원(90.6퍼센트),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1조원(9.4퍼센트)으로 분석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세원 발굴은 대부분 자금 사정이 넉넉한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김낙회 조세기획관은 “세금을 낮추고 고루 내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많은 선진국이 세율을 낮추는 대신 세금은 골고루 내는 방향으로 조세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건전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계획대로 인하하고, 개인과 기업이 내는 세금을 낮추는 대신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며, 특정 계층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여 전 국민이 골고루 세금을 낼 수 있는 조세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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