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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 채무 불이행자 없앤다



 

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내년 1학기부터 실행하겠다고 발표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학 학자금 대출제도의 기본 개념부터 바꾼 제도다.
 

‘학자금 안심대출’로 이름 붙인 이 제도는 기존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새 제도는 대학 재학 중 이자 납부를 유예하고, 졸업 후에도 일정 소득이 생긴 시점부터 최장 25년 동안 원리금을 갚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제도가 운영되면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고, 소득이 없으면 상환 의무도 없다. 이에 따라 대학생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생기는 일을 근원적으로 없애준다. 정부의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는 규정상 최대 10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방식이지만 통상 거치 기간이 5, 6년이며 분할 기간도 5, 6년 정도에 불과하다. 또 학자금을 대출받은 즉시 매월 이자를 내야 하고 상환 기간이 도래하면 소득이 없더라도 무조건 갚게 돼 있다.
 

최근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재학 중 매월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졸업 후 취업이 안 돼 상환 기간이 도래한 원리금을 내지 못해 생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급증, 사회문제가 돼왔다. 학자금 대출자 중 6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 납부를 연체한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6백70명(2006년)에서 올해 6월 기준 1만3천8백4명으로 급증했다.
 

새 제도는 사회생활 출발선상에 있는 대학생들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해 사회생활 시작과 동시에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들여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될 미래의 성장 잠재력인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30대 이후 자녀의 사교육비와 대학 학자금 부담이 연속됨에 따라 생활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자녀의 학자금 대출이 실제 부모 몫으로 남게 되면서 노후 생활에 큰 부담을 가져왔다. 지난해 전국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은 교육비가 13.8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외식비(13.7퍼센트), 식료품(13.7퍼센트), 교통비(12.4퍼센트), 주거비(9.3퍼센트) 순이었다.

 


 

또 새 제도는 스스로 상환 능력에 따라 상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학자금 지원을 받는 대학생 개인이 현재 비록 저소득층 자녀라 해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경제적으로 성공해 고액의 소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대학 재학 시절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상환토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중산층이나 서민계층의 자녀들이 학자금 걱정 없이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제도’이지 ‘복지시책’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ICL·Income Contingent Loan)’를 운영하며 대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등록금 실소요액을 대출받고 졸업 후 연간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한 시점부터 국세청을 통해 원리금을 상환한다. 생활비도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 지원과 일반계층에 대한 유상 대출로 나누어 지원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등록금을 대출받고, 졸업 후 일정 소득이 생기면 국세청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한다. 호주는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장학금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고, 뉴질랜드도 등록금과 별도로 생활비를 대출해준다.
 

미국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 상환 기일이 왔는데도 상환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대출자에 대해 최대 25년간 소득액의 일정액에 대해서만 분할 상환을 허용한다. 이와 같은 외국 제도의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대출받은 학자금 상환을 소득 발생 시점과 연계하고 있으며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지원하고, 대출자의 소득을 찾아내고 원리금을 상환하는 업무가 국세청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새 학자금 대출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세 체계와 연계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교육과학기술부 정병선 학생학부모지원과장은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으로 연간 1만명의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없어지고 부모의 학자금 부담, 가난의 대물림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전체 국민경제를 놓고 볼 때도 서민과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늘려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되고, 늘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를 줄이며,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가능하게 해 국가의 노인층 부양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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