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7월 2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리냐노 육상대회 남자 4백미터 경기에서 45초07로 1위를 했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45초61)을 0.54초 앞당겼으며 세계선수권·올림픽 A 기준 기록(45초25)도 통과했다. 특히 20일은 남아공 대표선수를 결정하는 마지막 날이어서 기쁨이 더 컸다.
국제육상연맹(IAAF) 규정으로는 한 나라가 A 기준 기록을 통과한 자국 선수를 세 명까지 세계선수권에 내보낼 수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시즌 남아공 랭킹 4위였다가 2위로 올라서며 대구세계선수권 출전을 확정지었다.
피스토리우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꿈의 레이스였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마지막 1백미터는 아주 편안하게 달렸다”면서 “‘대구에서 만납시다’라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린다”고 말했다. 외신은 “4개의 장애인올림픽 금메달을 딴 피스토리우스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첫 장애인 스프린터가 됐다”고 알렸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메이저대회의 무대에 서겠다는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1986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선천적으로 두 다리의 종아리뼈가 없었다. 생후 11개월 때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의족이라도 착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보조기구를 사용해 걸음마를 배웠다. 운동에 관심이 많아 학생 시절엔 럭비, 수구, 테니스, 레슬링을 즐겼다. 육상은 2003년 말부터 시작했다. 럭비를 하다 다쳐 재활하는 과정에서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피스토리우스는 2004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2백미터에서 금메달을 딴 뒤 비장애인 스타들의 경연장인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던 2008년 1월 첫 시련을 겪었다. 국제육상연맹이 피스토리우스의 보철 기기를 문제 삼으며 올림픽 출전자격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IAAF는 피스토리우스처럼 탄소 섬유 소재의 첨단 의족을 착용할 경우 일반 선수와 같은 속도로 달릴 때 에너지 소모가 25퍼센트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기술적 장비로 부당한 도움을 얻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피스토리우스는 “난 종아리 부위 근육이 없고 몸 전체의 피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불리한 여건에서 뛴다”고 반박하면서 스포츠중재위원회(CAS)에 제소했다. CAS는 2008년 5월 IAAF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명령하면서 피스토리우스가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는 베이징올림픽 A 기준 기록(45초55)에 0.7초가 모자라 출전 티켓을 얻지 못했다. 남아공 1천6백미터 계주팀 후보에도 들지 못해 결국 베이징행이 무산됐다.![]()
당시 같은 남아공의 여자 수영선수 나탈리 뒤 투아는 절단 장애인으로는 사상 최초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다. 2001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뒤 투아는 오픈 워터 10킬로미터 종목에서 25명 중 16위를 기록했다. 뒤 투아는 19일 열렸던 2011 중국 상하이세계선수권 오픈 워터 10킬로미터에도 출전해 56명 중 39위를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이후에도 도전을 계속했다.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나가 1백미터·2백미터·4백미터 우승을 휩쓸었다. 남아공 프레토리아대학에서 경영학과 스포츠과학을 전공하는 그는 대구세계선수권을 노리고 훈련을
거듭했다. 올해 3월 개인 최고 기록(45초61)을 세웠고, 넉 달 만에 세계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꿈을 이뤘다. 내년 런던올림픽 출전도 유력해졌다.
피스토리우스가 20일 4백미터에서 세운 45초07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5위,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4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세계 랭킹으로 따지면 공동 15위 정도에 머문다.
피스토리우스가 대구세계선수권 결선에 오르려면 44초9를 돌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피스토리우스는 요즘도 힘들 때면 그의 어머니가 늘 해 준 말을 떠올린다. “너와 (장애가 없는) 형의 차이점은 딱 하나야. 매일 아침 형은 신발을 신고, 너는 의족을 신는다는 거지. 단지 그것뿐이야.”
장애를 딛고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들과 세계선수권 스타트라인에 서게 된 피스토리우스의 투혼은 대구세계선수권의 또 하나의 볼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글·성진혁 기자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육상 남자 4백미터 종목에선 기량이 엇비슷한 우수 선수가 많다. 엘리트 선수들은 45초 이내에 축적해 놓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부으면서도 미세하게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단거리와 중거리의 경계선에 있는 종목인데, 점차 단거리화하기 때문에 ‘가혹한 레이스’라 불린다.
1999년에 당시까지 꿈쩍 않던 세계기록(43초18)을 경신한 마이클 존슨(은퇴·미국)은 현역 시절 “마지막 50미터 때는 기도하면서 뛴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백미터에선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의 활약 여부와 함께 라숀 메리트와 제레미 워리너(이상 미국)의 대결이 관심을 끈다.
워리너는 2004 올림픽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05 세계선수권과 2007 세계선수권에서 2연속 1위에 올랐다. 2007년 대회에서는 마이클 존슨(43초18)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빠른 43초45를 찍기도 했다. 워리너는 1990년대 54연승을 달렸던 마이클 존슨의 뒤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메리트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당시 최강자였던 워리너를 0.5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걸어 주목받았다.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워리너를 꺾고 정상에 올라 세대교체를 이루는 듯했다. 그런데 2009년 10월과 12월, 2010년 1월에 세 차례 도핑 테스트에서 모두
금지약물(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이 나와 2009년 10월을 기준으로 21개월 출장정지를 당했다. 얼마 전에야 비로소 미국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대구세계선수권에 출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메리트와 워리너 외에 지난해 개인 최고 기록을 44초40까지 끌어올린 저메인 곤살레스(자메이카)와 지난 4월 44초65로 올해 최고 기록을 작성한 론델 바르솔로뮤(그레나다)도 우승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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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