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유엔총회는 지난 6월 21일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외신들은 이날 “192개 회원국 대표들이 반 총장 연임안을 박수로 통과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3초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2007년 1월 취임한 반 총장은 2016년까지 5년간 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에 앞서 6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반 총장에 대한 연임 추천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그의 연임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지난 6월 6일 반 총장이 재도전 의사를 밝히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은 잇달아 그의 연임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미국 백악관은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 아래서 유엔은 코트디부아르의 민주화, 아이티 대지진 극복, 리비아 위기 해결 등 국제적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반 총장의 재선 도전을 환영하며 미국은 그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재선가도는 비교적 순탄했지만, 임기 초 반기문 총장은 유엔 안팎에서 리더십 부족 등의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취임 초 반기문 총장은 ▲유엔 사무차장보 이상 고위직의 재산 공개 ▲고위직 업무 평가 ▲현장과 본부 직원 간 인사이동 등 관료화 된 유엔기구에 메스를 댔다가 유엔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여름 유엔사무국 감사실(OIOS) 책임자는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투명성을 잃었고 책임감도 없다”는 내용의 메모를 미국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서방국가의 언론이나 외교관들은 그를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과 비교하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2009년 모나 율 유엔주재 노르웨이 차석대사는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반 총장을 “매력 없고 줏대 없는 남자”, “카리스마가 부족한 방관자”라고 폄하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정치권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반 총장을 2012년 대선후보로 거론해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외교부 재직 시절 “반기문의 반만 해도 성공한다”는 말을 들었던 반 총장은 그 특유의 성실함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나갔다.

반기문 총장이 취임 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을 순방한 거리를 환산하면 한 달에 지구를 한 바퀴씩 돈 셈이 된다. 알랭 르 로이 유엔 평화유지활동 사무차장은 “반 총장은 지진피해를 본 아이티, 코트디부아르, 수단의 다르푸르 등 고통과 어려움이 있는 지역, 자신을 원하는 곳에는 항상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반 총장의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다시 보게 된 것은 작년 11월 대선 이후 내전 상태에 빠졌던 코트디부아르 사태를 수습하면서부터였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이 대선 패배 결과에 승복하지 않자, 반 총장은 현지 유엔군의 실질적 책임자인 최영진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를 통해 정치·군사적 압박을 가해 결국 그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반 총장은 올해 1월 튀니지에서부터 시작된 북아프리카발(發) 재스민혁명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무바라크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이집트 국민들을 옹호했고, 리비아 사태가 터진 후에는 리비아 상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지지했다.

카다피 일가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를 제일 먼저 거론한 사람도 반총장이었다. 예멘·시리아 사태 등과 관련해서도 반 총장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종전에 반 총장이 중국 등의 인권문제에 침묵한다고 비판하던 휴먼라이츠 등 국제인권단체에서는 그의 ‘강력한 리더십’을 찬양하게 됐다.

아시아기자협회는 반 총장이 연임에 도전한 후인 지난 6월 14일 낸 지지성명에서 “그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시민이 독재정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유엔에 대해 비판적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감정을 자제하는 반기문 총장의 스타일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부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유엔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안정적으로 해왔다”고 평가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경험이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연임이 확정된 후인 6월 21일 뉴욕주재 한국언론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인재(人災)를 볼 때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한다. 어려운 이들에게 교사도 없는 학교에서 공부했던 내 과거를 설명하면서 국제사회가 다 도와주도록 노력하니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하곤 한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2기 임기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개발’을 꼽으면서 “이를 비롯해 여성 지위 향상, 핵 없는 세상, 질병 예방 등을 포함한 2기 청사진을 9월 유엔총회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글·배진영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