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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의 바뀐 노사문화, 외국이 먼저 안다




지난 5월 18일 스위스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이 조사대상 59개국 중에서 22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1997년 시작된 조사 이후 최고 순위다. 한국의 IMD 국가경쟁력지수 순위는 2008년 31위에서 2009년 27위, 2010년 23위, 2011년 22위로 3년 연속 상승했다.

더욱 환영할 만한 것은 노사관계 부문의 성장이었다. 이 부문에서 한국은 2010년 56위에서 53위로 3단계 올라섰다. 중요한 것은 순위보다 점수다. 전년 3.72점에서 4.65점으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IMD 노사관계 평가는 국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되기 때문에 점수가 올랐다는 것은 기업인들이 노사관계 안정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며 “점수가 조금만 더 오르면 순위도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노사분규는 모두 86건으로 전년 1백21건에 비해 28.9퍼센트 감소했다. 이에 따라 근로손실일수도 줄고 있다.

2000년 1백89만4천일이던 것이 2004년 1백19만9천일, 2008년 80만9천일, 2010년 51만1천일로 매년 짧아지고 있다. 2009년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객관적 통계수치를 기준으로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갈등지수는 OECD 30개국 가운데 14위로 IMD 조사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대립과 대결에서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노사협력선언을 하는 사업장이 증가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7백49개였던 노사협력선언 사업장은 2008년 2천5백74개, 2009년 2천6백72개, 2010년 4천12개로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대규모 사업장에서 노사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주목된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대립에서 협력으로 노사관계를 전환한 후 경영실적이 크게 향상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현재 고도화 설비비율 업계 1위, 단일공장 기준 세계 4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지난해 전년에 비해 매출은 26.5퍼센트 불어난 35조3천억원, 영업이익은 60.3퍼센트 증가한 1조2천억원을 달성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야 남부럽지 않은 성장가를 부르고 있지만 2004년만 해도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정유업계 최초로 파업이 발생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20여 일간의 파업으로 3천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그 여파로 업계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2004년의 파업사태는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노사갈등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노사협력을 통해 건강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GS칼텍스의 노사는 2005년 ‘생산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노사상생’ 비전을 수립하고 ‘노사헌장’을 제정했다. 그 후 노사는 직급과 승진체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전개해 나갔다.

노사협력의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엔지니어만 참여하던 6시그마(품질혁신과 고객만족 향상을 위한 경영혁신운동)에 노사가 적극 동참하면서 2009년 한 해에만 8백억원 이상의 재무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일터 혁신 경진대회 컨퍼런스’에서 최우수기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앞으로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과 제도가 안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한 근로시간면제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시간면제자의 범위를 정하고 그 외의 전임자는 노조 스스로 급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과도한 노조 전임자 지원이 노조 간부의 특권화와 권력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노사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7월 1일 시행된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대상기업의 87.4퍼센트가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9퍼센트가 법정 한도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임단협이 마무리되면 도입 기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복수노조제도도 노사관계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설립돼 상호 경쟁을 통해 근로여건 개선을 가속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된 사업장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넘어 사회발전에 이바지해야겠다는 노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한 LG전자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현대중공업, 호남석유화학,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노사의 사회적 책임 문화가 확산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노사가 힘을 모아 더 큰 성과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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