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 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 작업대 위에 페트병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작업자들이 색상이나 재질별로 페트병을 분류한 후 파쇄기에 넣는다. 페트병은 직경 10밀리미터 내외의 균일한 입자로 분쇄된 후 세척조에 들어가게 된다. 한참 세척조를 돌리던 근무자 김 씨가 소리를 질렀다. “중지! 메시(Mesh)가 막혔다!” 작업을 중지한 김 씨는 손으로 배수구멍에 낀 불어버린 종이찌꺼기를 일일이 걷어냈다. 김 씨는 “플라스틱 재질의 라벨은 물 위에 뜨므로 걷어내면 되는데 종이 라벨은 분리가 불가능해 세척하기 전에 일일이 골라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앞으로는 재활용 사업자의 이러한 불만이 줄어들 전망이다. 맥주를 담는 갈색 페트병, 음료를 담는 녹색 페트병, 투명 페트병,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라벨과 마개…. 소비자의 기호와 기업 마케팅 차원에서 제각각으로 제조됐던 페트병이 이젠 단일 재질로 생산되고 라벨이나 마개 사용에도 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일 환경부와 롯데칠성음료, 진로, 오비맥주 등 음료와 주류를 생산하는 17개 업체는 ‘페트병 재질·구조 개선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자율적 실천을 결의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마련한 ‘페트병 재질·구조 개선 가이드라인’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이번 협약의 골자는 과도한 컬러와 복합 재질, 금속 마개 사용 등 재활용에 대한 고려 없이 생산돼온 페트병의 재질과 구조에 제한을 두자는 것으로,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페트병을 설계해 재활용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다.

현재 페트병 재활용 공정을 살펴보면 각 가정이나 대형 건물, 아파트 등에서 수거된 페트병은 압축되어 재활용 사업자에게 팔린다. 재활용 사업자는 페트병을 색상에 따라 무색단일재질(투명), 유색단일재질(녹색), 복합재질(갈색) 등 세 가지로 분류한 뒤 분쇄 과정을 거쳐 약품으로 세척한다. 세척 과정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병마개나 라벨 등은 비중 차에 의해 분리된다. 페트 재질은 수중으로 가라앉고 플라스틱 재질의 병마개나 라벨은 비중이 1보다 작아서 뜨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척 및 탈수 공정을 반복하면 재생섬유의 원료로 쓰이는 플레이크(Flake)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색상의 페트병과 색상, 재질 선별이 어려운 페트병, 금속 병마개나 라벨 등은 재활용 공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재활용 물질인 플레이크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돼왔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사단법인 한국페트병자원순환협회의 김경희 씨는 “페트병 몸체에 부착된 종이 라벨은 세척조의 배수구망을 막아 수시로 세척조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몸체에 잉크를 사용해 직접 인쇄한 페트병은 잉크 때문에 플레이크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속 마개는 분쇄기에 투입하기 전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해야 해 공정 효율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 협약을 맺은 기업들은 2010년 7월부터는 단일 재질의 페트병은 무색, 스카이블루, 녹색만을, 복합 재질은 갈색만을 생산키로 했다. 또 종이 라벨, 비수용성 스티커 라벨 등은 2011년 7월부터 사용을 중단하고 직접 인쇄도 금지하며, 금속 마개나 마개와 분리되는 실리콘 고무 등 재활용 과정을 까다롭게 하는 기타 부착물 등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박한업 서기관은 “이번 협약을 지키려면 기업들도 기존 설비를 변경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대의에 따라 기업 쪽에서도 불편을 일부 감수하고 가이드라인을 적극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협약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기업들이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자가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에 따라 부담하고 있는 연간 1백80억원 정도의 재활용 분담금이 70억원 정도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박 서기관은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와 기업, 재활용사업자 간의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협약 참여업체와 미참여업체 간 형평성을 고려해 ‘페트병 재질·구조 개선 가이드 라인’을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앞으로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포장재(용기) 사전심의제도를 도입해 제품 출시 전에 포장재 재질과 구조의 재활용 적합성 등을 사전 평가함으로써 제품의 생산 제조단계부터 원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글·정지연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