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2030년 평범한 가정집. 주부 K씨는 지난 밤, 전기료가 가장 싼 시간에 저절로 충전된 전기자동차를 타고 쇼핑을 나갔다. 그 사이 텅 빈 K씨의 집엔 세탁기와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들이 저절로 작동했다. 전기공급소와 항상 통신 중인 지능형 가전제품들이 전기요금이 가장 싼 시간에 알아서 작동하는 것이다.
K씨 집 대부분의 에너지원은 전기. 하지만 전기요금은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냉방전력 수요가 급등할 땐 전기밥솥, 냉장고 등에 필요한 전력이 자동으로 감소하고, 집안 곳곳의 플러그를 일일이 뽑지 않아도 새어나가는 전기를 저절로 막는 등 전력 수요가 지능화됐기 때문이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2030년 직장인 L씨는 새로운 부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전기투자’.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듯 전기가 싸다고 판단될 때 구입한 뒤 충전 효율이 높은 배터리에 저장해놓고, 전기요금이 오르면 내다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지능화된 홈 시스템이 전력이 싼 시간에 저절로 전기를 뽑아 저장하기 때문에 특별히 시간을 낼 필요도 없고 수익도 챙길 수 있는 괜찮은 부업이다.
위의 두 장면은 앞으로 20년 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라는 지능화한 전력망이 널리 보급되면 가능한 가상 상황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통신네트워크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전력 사용이 적은 시간엔 싸게, 많은 시간엔 비싸게 값을 매길 수 있다. 이 변화가 환경에 끼칠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실제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전기 수요 피크타임 때와 평시의 전기요금을 차등해서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은 지난해 12월,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활용하면 2030년까지 2천억kw/h의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4.3퍼센트에 해당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소비자가 직접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어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빌딩의 경우 전체 전기요금의 9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그리드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풍력, 태양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전력망으로는 태양력이나 풍력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한국전력의 개통 설비만으로 운영하다 보니 자원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를 통하면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요. 그 결과 지역단위로 특징이 있는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민간생산 전력이 늘어날 수 있고, 각 지역에서 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내다팔 수도 있습니다.”(한국전력 황우현 기술기획팀장)
이밖에 스마트그리드에 신재생에너지를 연결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스템까지 확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까지 약 2억톤 이상 줄어든다. 이는 자동차 약 5백만대를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시장성과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 전기계량기 등 장비 공급업체나 고객서비스 업체 등의 직접적인 일자리가 11만7천여 개, 이들 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업체의 일자리가 7만9천3백여 개였다. 이 같은 일자리 창출 효과는 올해 안으로 1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정도로 즉각적이었다.

지식경제부는 2004년부터 산학연 기관과 전문가 등에게 2천5백47억원을 투입해 스마트그리드 기초기술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 등 산학연 기관은 전력설비 감시제어와 자료 취득, 자동발전제어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1차 시제품을 천안 후비급전소에 설치해 시험하고 있다.
이밖에도 송전량을 늘려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력전송 설비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제어장치에 필요한 인버터, 전력선 통신기술 연구 등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전력과 협약을 맺고 8백10억원을 들여 3천 가구 규모의 스마트그리드 단지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스마트그리드 시범마을’이 될 이러한 실증단지 건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다. 단지 선정 등을 거쳐 2012년까지 기술 검증을 끝낼 계획이며,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녹색전력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상용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박홍일 사무관은 “정부는 스마트그리드의 실용화 계획으로 우선 2011년까지 에너지 절약에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기반이 되는 등 완전한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까지는 장기적으로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그리드가 실용화되려면 각 가정에도 작은 변화들이 필요하다.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원격검침(AMI) 시스템이 도입돼야 하고, 지금의 기계식 계량기를 스마트 계량기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설정해 비싼 요금 시간대를 피할 수 있는 IHD(In Home Display)의 설치도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한국이 경쟁력을 지닌 IT, 전자, 통신 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은 스마트그리드의 실용화에 있어서 빠를 뿐 아니라 그 기술에 있어서도 세계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핵심 부품인 원격검침기를 생산하는 누리텔레콤의 경우 한 해 매출이 6백억원에 이를 만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 회사는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등 세계 11개국에 수출을 통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산화탄소를 억제하고 환경을 지키는 가장 가깝고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또한 전기, 전자, 통신, 반도체, IT 등에서 이미 세계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 모든 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그리드의 실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가까운 미래, 더욱 깨끗해진 대한민국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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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