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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듣기에 달콤한 무상복지의 허구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30센트짜리 아침밥’이 논란이라고 한다. 30센트라면 우리 돈으로 3백40원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1월 넷째주 열린 콜로라도 주의회 합동예산위원회에서 저소득층 공립학교에 학생들의 무료 아침식사를 지원하는 주정부 예산안(12만4천 달러)을 표결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고 한다.

공화당 위원 3명이 반대, 민주당 위원 3명이 찬성한 결과다. 공화당 위원들은 예상적자 때문에 무상급식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오는 3월부터 자녀들의 아침식사 한 끼 당 30센트(약 3백40원)씩을 지불하게 됐다.

알고 보니 속사정은 우리와 딴판인 것이다.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7천 달러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천 달러다.

우리보다 두 배는 부자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30센트짜리 아침밥 논란이 쫀쫀한 것인지, 부모의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초중학생에게 무상 급식을 제공하자는 주장이 통 큰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무상복지 시리즈의 주요 내용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그리고 반값 등록금이다.

‘무상급식’은 전국 초중학생 5백27만명에 대해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이미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무상의료’란 입원비의 90퍼센트까지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본인부담액도 1백만원(현 2백만~4백만원)으로 낮춰 2015년까지 ‘실질적 무상의료’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무상보육’은 전 아동(0~5세)을 대상으로 보육시설과 유치원 이용비 전액을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해서도 양육수당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반값 등록금’은 향후 5년간 단계적인 장학금 확충, 등록금 추가인상 억제, 든든학자금 금리 인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실현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지’, 아니면 ‘빛 좋은 개살구’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일단 우리나라 재정 형편으로 가능할까. 무상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 등록금 실현에 매년 추가로 16조4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련 부처는 실제로 최대 50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한 해 동안 걷는 부가가치세 세입 규모(2010년 49조5천억원)를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렇게 무상복지를 확대하고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율을 지금의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올려야 한다.

이러한 무상복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모델로 삼고 있으나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재정 여건이 상이하다.

국민부담률을 가능한 낮게 유지하면서 복지지출을 확대해 온 우리나라가 갑자기 ‘저부담’은 두고 복지지출만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국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무상복지를 실현하려면 국민부담률을 현행 25.6퍼센트(2009년)에서 30.26퍼센트로 인상해야 한다. 복지용 국채 발행도 결국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이미 복지지출이 많은 국가들은 국가채무도 많다. 이들 국가들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무상복지 확대는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불필요한 수요를 낳고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2006년 여섯 살 미만 영유아 병원 입원비를 무상으로 한 적이 있으나 입원환자가 급증하고 이를 위한 재정부담이 39퍼센트나 증가한 경우가 있다.

소득과 무관하게 복지혜택을 주게 되면 복지의 손길이 절실한 빈곤층에 돌아갈 혜택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저소득층 서민복지 재원이 축소되거나 저소득층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의 우선순위에서도 문제가 있다. 벌써 ‘굳이 무상급식이 우선이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전면실시돼도 저소득층은 이미 혜택을 보고 있어 추가혜택이 거의 없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학부모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정책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은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를 ▲학교 안전(31.7퍼센트) ▲사교육 줄이기(19.9퍼센트) ▲학교시설 개선(13.9퍼센트) ▲친환경 무상급식(13.6퍼센트) 순으로 꼽았다.

정부는 최근의 무상복지 논쟁과 관련해 한국조세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민간연구기관 등과 합동으로 건전재정 유지에 힘쓰면서 우리 여건에 맞는 복지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무상복지 대안들도 이미 마련돼 있다. 오는 2012년까지 저소득층 자녀와 농산어촌 학생의 30퍼센트까지 무상급식을 받게 할 계획이다. 무상의료와 관련해서는 건강보험과 의료지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보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무상보육과 관련해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육인프라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보육시설과 유치원 미이용학생에 대한 양육수당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반값 등록금의 경우 대학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대학의 재원 다양화를 지원한다.

지난 1월 19일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복지·고용 재정정책포럼에서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지정책의 평가와 성공조건’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세금은 줄이고 예산은 늘리겠다는 말은 국민의 환심 사기에 불과한 재정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복지정책은 빈곤·취약계층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우선순위, 재원조달, 전달체계 등에 대한 종합계획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며 “인기영합주의를 지양하고 일자리 중심, 시장친화적, 수요자 중심의 복지정책을 펴야 하며 교육·노동·복지 정책이 하나의 틀로 융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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