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월 11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로에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원장 이주호)을 찾았을 때 함박눈이 퍼붓고 있었다. 밖에서 본 수의과학검역원의 건물은 흰 눈에 덮인 채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검역원 본관 2층에 마련된 ‘가축방역대책 상황실(구제역 비상대책 상황실)’에 들어서자 순간 딴 세상으로 들어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깥은 한파에 큰 눈까지 내리고 있었지만, 상황실 안은 근무자들이 내뿜는 긴장과 열기로 후끈거렸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쉴 새 없이 어딘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양손은 컴퓨터 자판 위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상황실 전면에 걸린 대형 TV모니터에는 전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현황을 빨간색 점으로 표시한 지도가 떠 있었다.
옆쪽 벽 앞에 놓인 흰색 칠판에는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현황과 예방접종 지역을 나타내는 표가 그려져 있었다. 상황실 사방 벽면에는 구제역 방역(防疫)에 관한 프린트물이 가득 붙어 있었다. 한 프린트물에 구제역 신고 현황이 시간대별로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 신고 번호는 155번. 지금까지 1백55건의 구제역 발생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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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실을 안내한 이병관 홍보담당 사무관은 “1월 13일 현재까지 양성판정 받은 가축의 90퍼센트가 매몰처리 되었다”며 “예방백신 접종 대상 가축 가운데 소는 68.4퍼센트, 돼지는 69.2퍼센트가 접종을 마쳤다”고 말했다.
“현재는 구제역이 전국으로 번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예방접종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확정 판결을 받은 그 순간부터 상황실이 가동되었습니다. 우리 검역원 직원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출근하고 있습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가축과 축산 식품의 위생을 관리하고, 검사하기 위해 설립된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의 검역기관이다. 우리나라 영토를 드나드는 모든 동물과 축산물에 대한 검역과 검사를 비롯하여 반려동물과 주요 가축의 전염병과 인수공통 전염병에 대한 진단과 방역활동, 축산 식품의 안전관리, 동물 약품의 품질관리 등 여섯가지 주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병관 사무관은 “검역원 전체 직원이 5백91명인데 이 가운데 5백 6명이 구제역비상대책 상황실 요원으로 배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구제역과의 전쟁’에 검역원 전 직원이 동원되었다는 의미다.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것도 벅찬데 고병원성 AI까지 가세하자 검역원 구제역 비상대책 상황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현재 상황실은 종합상황반, 역학조사반, 병성감정·혈청검사반, 방역지도반, 검역대책반, 유통감시반, 홍보반 등 7개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다. 그중에 종합상황반은 상황실의 헤드쿼터(headquarters)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은 전국에서 걸려 오는 구제역 신고를 받아서 분석하고, 상부에 보고하고, 다른 반에 상황을 알려 신속한 대처를 하게 하며, 일선 검역 현장에 행동 요령을 지시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종합상황반처럼 검역원 본원 내에 있는 반도 있지만, 역학조사반이나 방역지도반처럼 구제역 발병 현장을 누비는 반도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혈청검사반은 별도의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취재진(외부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건물 전체의 공기가 외부와 차단되는 특수 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종합상황반은 20명이 2개조로 나뉘어 근무하고 있었다. 종합상황반의 손한모 수의사무관(질병관리과)은 “질병관리과 직원들이 종합상황반을 맡고 있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다른 부서의 직원까지 투입된 상태”라고 말했다. 손 사무관의 설명이다.
“지금 직원들의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어 걱정입니다. 2교대로 상황실을 운영한다지만, 사실상 이틀에 40시간을 근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집에 가서 쉰다고 일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닙니다. 인원이 부족하고, 본인이 맡은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가
없기 때문에 퇴근 후라도 사실상 업무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손 사무관은 “노력하는 만큼 빨리 구제역이 잦아들었으면 좋겠지만 확산 속도가 빨라서 직원들의 노력이 반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힘들지만 민관군(民官軍)이 일심 합체가 되어 노력 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종합상황반에 근무 중인 김석재 수의주사(질병관리과)는 “현재 감기가 심해서 좀 쉬고 싶지만 내가 쉬면 동료가 두 배로 힘이 들기 때문에 참는다”며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아 감기 가지고는 이야기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실 구석에 놓인 두 개의 간이침대가 상황실의 현재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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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석 상황실장은 “혹한 속에서 검역원 직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 군인들이 최선을 다해서 방역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1월 말 정도면 확산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에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과 경북 내륙 지역은 그동안 구제역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농장주의 신고가 늦은 것 같은데 그것이 구제역 확산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대형 축산농가는 도축 출하차량과 사료, 분뇨, 각종 기자재를 실은 차량이 하루에도 수없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또한 겨울이라 구제역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여름보다 긴데, 이러한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주 상황실장은 “구제역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염되는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며 “예방접종을 받은 소나 돼지고기도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가축 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앞으로는 전염병 예방과 초기대응 등이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방역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가축 방역의 3대 조건이 신속한 신고, 정확한 진단, 강력한 이동 통제인데 지금의 방역 인원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방역관련 인력 보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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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