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작지만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케냐 시골 마을에서 벼 탈곡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고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센터에 파견된 우리나라 농업인턴들이 자전거를 활용한 간이 탈곡기를 고안해 탈곡 시범을 보인 것이다. 탈곡 시연회에 참석한 현지 언론들은 수확 노력이 크게 절감됐다고 극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탈곡기가 케냐에서는 첨단 농기계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처럼 해외농업기술개발에서는 그 나라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기술 전수가 중요하다. 수확기조차 없는 곳에 미곡처리시설(RPC)과 같은 대규모 시설을 지원한다면 현지인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농업기술개발은 대상국의 농업 자립기반 구축과 농업자원의 공동개발을 목표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농촌진흥청은 파급효과를 고려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케냐, 파라과이를 4개 대륙별 거점센터로 정하는 한편, 국가별로 시범사업을 통한 농업기술 개발과 맞춤형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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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거점센터인 파라과이 KOPIA센터에서는 스테비아(설탕보다 3백 배 이상의 단맛을 내는 허브), 참깨, 벼 등의 다수확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또 멜론, 상추, 토마토, 고추 등의 국내 품종과 현지 품종을 비교하는 사업을 실시해 성과를 거뒀다.
파라과이 KOPIA센터 양세준 소장은 “오이, 고추, 토마토는 국내 품종이 이 지역 품종보다 우수한 특성이 확인됐다”며 “파라과이에 우수한 채소 종자를 보급하는 것은 물론 국내 채소 종자의 남미 진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밝혔다. 
또한 파라과이 KOPIA센터에서는 참깨, 채소 등의 전문가를 파견해 맞춤형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원예마을 시범단지에 기술과 시설을 지원하는 등 파라과이 농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브라질 KOPIA센터에서는 주요 버섯에 대한 시험 재배와 재배법 개선, 기능성 버섯 육종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사철느타리 등 한국 품종의 브라질 내 적응성 시험을 하는 한편 새송이, 양송이, 느타리 등 8종의 버섯 유전자원을 수집했다.
농촌진흥청 유영복 버섯과장은 “브라질의 버섯 재배기술은 우리나라보다 낮고 값싼 노동력과 자연환경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버섯 재배기술과 자동화기계 수출 가능성이 높다”며 “브라질은 기후가 다양하고 아마존에 유전자원이 풍부해 우리의 육종기술을 결합할 경우 새로운 버섯품종 육성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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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도 우리의 선진 농업기술이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KOPIA센터가 개최한 동계 사료작물 수확 시연회에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청보리, 호밀, 귀리, 트리티케일 등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잘 자랄 뿐 아니라 생산성도 우즈베키스탄 품종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초지사료과 김기용 연구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내 육성 품종으로 조사료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해외에서 양질의 조사료를 저렴하게 생산해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뿐 아니라 우리 품종의 우수성을 홍보해 종자 수출의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또 우즈베키스탄 KOPIA센터는 우리의 멜론 접목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 농업생산과학센터 산하 채소멜론감자연구소에서 열린 멜론 재배기술 세미나와 접목 시연회에는 농업연구원뿐 아니라 인근 농민들도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 KOPIA센터는 시범농장을 조성해 우즈베키스탄 수박, 멜론 품종과 우리나라 품종 간의 비교 재배시험을 하고 있으며, 이 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과학자와 견학 농민들을 통해 우리 기술이 우즈베키스탄 농가로 자연스럽게 전수되도록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채소과 박동금 연구관은 “우즈베키스탄은 수박과 멜론, 토마토 등 과채류 유전자원의 보고(寶庫)로 5만여 점의 토종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농업기술 교류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농업 유전자원과 우리의 농업기술이 접목되면 양 국가의 농업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남아에서는 드라마나 아이돌그룹만이 아니라 농업기술에서도 한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KOPIA센터에서는 열대지역에서 재배에 성공한 배추, 오이, 고추 등 신선채소를 수확해 베트남 농업 지도자들이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실감하고 현지 농가에도 쉽게 보급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느구엔 반 보 베트남농업과학원장은 “베트남 KOPIA센터는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 전수를 통해 베트남 농업발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선채소 재배기술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신선채소 생산을 확대해 베트남 국민의 비타민원 공급과 영양 개선에 기여함은 물론 새로운 농가 소득원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미얀마 KOPIA센터에서는 시범사업으로 열대 콩 품종의 육성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재래종 콩 3점의 유전자원을 확보해 다수확 품종으로 육성하고 있고, 올해는 강낭콩 2백 점의 현지 증식 평가를 실시했다. 아울러 두부, 두유, 콩나물 등 콩 가공기술 보급에도 나서고 있다.
농촌진흥청 강상조 차장은 “앞으로 KOPIA센터의 본격적인 운영과 농업기술 협력을 통해 개도국의 빈곤 퇴치와 경제발전에 이바지함으로써 국격을 높이고 세계의 리더국가로 가는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이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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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