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빠! 빨리 일어나.”
큰아들 본준이가 아침 댓바람부터 흔들어 깨운다.
“생태체험장 가기로 약속했잖아. 아빠!”
그러고 보니 오늘이 본준이의 ‘놀토(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다. 생태체험장이며 어류서식처를 다녀온 친구들의 자랑을 듣고 조르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째다. 오늘을 놓치면 다음 놀토까지 다시 2주를 더 시달려야 할지 모른다. 자꾸만 감기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며 이불 속에서 몸을 가까스로 일으킨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주섬주섬 옷을 차려 입는데, 본준이와 미리 짜놓았는지 아내와 둘째 본경이까지 어느새 외출복 차림이다. 현관에는 아이들 간식 가방까지 놓여 있다.
“자, 출발!”
본준이의 힘찬 구령에 맞춰 차 시동을 건다. 목적지는 경인운하의 두물머리 생태공원. 지난해(2011년) 말 경인운하가 막 완공됐을 때도 우리 가족은 제방도로를 따라 운하를 한 바퀴 돌아본 일이 있다. 확 트인 서해 관문에 들어선 인천터미널의 규모에 압도됐던 기억이 난다. 터미널 북쪽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가득 쌓여 있고, 철강 부두와 해사(海沙) 부두에도 화물이 들어찬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때는 날씨가 추워 자동차로 한 바퀴 둘러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는데, 이제 봄이 돼 날씨가 풀린 뒤로는 아이들이 “생태체험장에 가자” “마리나 파크에 가자” “전망대에 가자”며 하루가 멀다 하고 졸라댔다. 오늘은 본준이가 좋아하는 물고기가 많은 두물머리 생태공원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두물머리 생태공원은 경인운하 수향8경 가운데 제6경이다. 경인운하에는 모두 8곳의 ‘전망 좋은 명소’가 조성돼 있는데 제1경과 2경이 인천터미널 부근이고, 제3경은 수변도시로 정비된 시천교 주변, 제4경은 전망대와 인공폭포로 유명한 리버사이드 파크, 5경은 만경대, 6경은 두물머리 생태공원이다. 7경과 8경은 김포터미널과 인근 마리나 시설이다.
본경이는 경인운하를 처음 돌아볼 때 언덕 위에 있던 스카이 전망대에 필(feel)이 꽂혔다. 오늘도 전망대가 있는 리버사이드 파크를 가보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생태체험장을 고집하는 형의 위세에 눌렸는지 작은 목소리로 “아빠, 다음엔 꼭 전망대 갈 거지?”라며 다짐을 요구한다. 귀여운 녀석!
“본준아, 전망대 들러서 생태체험장으로 갈까?”
“네, 좋아요.”
본준이, 본경이 두 녀석이 입을 맞춰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 오랜만의 나들이인데 그 정도 서비스를 못할까.
김포터미널에서 북측 제방도로로 방향을 잡았다. 두물머리 생태공원은 남측 제방도로에서 가깝지만, 스카이 전망대는 북측 제방도로 쪽에 있다.
김포터미널에는 중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오르는 관광객들의 긴 줄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배를 타고 중국에 갈 수 있다니!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서울은 항구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10분쯤 달렸을까. 비행접시 모양의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아찔한 높이에서 운하 위를 잠시 걸어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리버사이드 파크 스카이 전망대는 미국 그랜드캐년의 전망대와 비슷하다.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올해 유치원에 갓 입학한 본경이가 팔짝팔짝 뛰며 형 뒤를 졸졸 따른다.

아내와 나는 전망대 옆 노천 수변카페에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운하 협곡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긴 하지만 따스한 기운도 느껴졌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자,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연인들이 속속 전망대 주변으로 모여든다. 가벼운 옷차림에서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본준아, 생태공원에 가야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전망대 주변을 뛰노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줄 햄버거를 샀다.
“생태공원으로 출발!”
이번엔 본경이가 출발 구령을 외친다. 전망대에 들르길 잘했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생태공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참을 인천터미널 방향으로 운하를 더 따라 내려가다 시천교를 건넜다. 선착장과 수변 데크, 향유원과 바람개비 공원 등 워터프런트가 잘 갖춰진 시천교 주변은 벌써부터 행락객들로 북적였다. 경인운하 홍보관이 들어서 있고, 50m 높이의 기념탑까지 웅장하게 서 있어서 외국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선착장에는 서해로 바다낚시를 가려는지 낚시 도구를 챙겨 요트에 오르는 무리들이 눈에 띈다.
“아빠, 다음에는 우리도 저기 가보자.”
본준이는 벌써 다음 나들이 약속을 잡는다. 얼마 전 신문에 ‘경인운하가 완공된 이후 가장들이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에 동원되고 있다’는 기사가 났던데,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시천교를 돌아 운하 남측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섰다. 북측 제방도로는 왕복 2차로인데 반해 남측 도로는 편도 2차로다. 그래서인지 차량 통행이 원활하다. 운하 수변도로에는 자전거를 타는 행렬도 보였다. 아마도 자전거 동호회에서 나온 모양이다. 예전에는 한강 둔치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지나는 행렬이 많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경인운하에서 더 많은 자전거 행렬을 만나게 된다. 한강보다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 그뿐인가. 강바람에 바닷바람까지 맛볼 수 있지 않은가.
“아빠, 만경대다!”
운하 건너 만경대가 보인다. 대숲정원 등 각종 정원이 잘 갖춰진 데다 만경루가 설치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아빠, 나중에 저기도 갈 거지?”
이번에는 본경이가 거든다.
“배다! 배!”
운하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배가 마침 운하를 유유히 지나고 있다. 선미(船尾)에 중국어로 선명(船名)이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중국에서 들어오는 화물선인 듯하다. 그 옆에는 하얀 요트 서너 대가 돛을 세우고 인천터미널을 향하고 있다. 한강을 출발한 요트가 김포터미널을 거쳐 오는 모양이다.
요트를 하루 빌리는 데는 50만원 정도 든다. 혼자 빌리는 건 좀 부담스러워 다음 달쯤 동생 가족들과 함께 빌려볼까 생각 중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두물머리 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자마자 토끼 같은 두 녀석은 어느새 깡충깡충 뛰면서 생태체험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강바람이 머리칼을 간질인다. ‘그래, 와보길 잘했다.’ 집에 있어봤자 소파에 드러누워 TV 리모컨 돌리는 것 말고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은가.
“다음 놀토에는 테마공원이 있는 인천터미널을 다녀올까?”
잠자코 있던 아내도 벌써부터 다음 나들이를 예약하려는 모양이다. 오 마이 갓!
글·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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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