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경인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던 경인운하가 드디어 3월 말 착공된다. 2011년 12월 경인운하가 완공, 개통하면 경인지역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 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관광·레저 공간이 들어서 국민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인운하 건설이 이뤄지기까지는 곡절도 많았다. 1995년 민자사업으로 처음 사업이 추진된 이래 14년간 경제성과 환경 파괴 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그만큼 경인운하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기폭제가 될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경인운하의 필요성은 고려시대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중앙정부로 운송하는 조운(漕運) 항로는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를 거쳐 서울 마포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염하는 만조 때나 선박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강화군 광성리 해안)은 3대 험로로 불릴 정도로 뱃길이 험해 사고가 잦았다.
고려 고종 당시 실권자인 최충헌의 아들 최이는 안정적인 조운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굴포운하 건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의 건설 기술로는 원통현 400m 구간의 암석층을 뚫을 수 없어 포기했다. 조선 중종 때도 김안로가 경인운하 건설을 시도했지만 역시 암석층을 뚫지 못하고 도랑만 파다 포기했다. 이때 판 도랑이 지금의 굴포천이다. <정조실록>에도 경인운하 노선 계획이 언급돼 있는 것을 보면 그 옛날부터 경인운하 건설이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조선총독부가 경인운하 건설을 계획했지만 만주사변이 일어나면서 흐지부지됐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5년에도 건설이 추진됐다가 경인지역의 급속한 공업화로 육상교통기반이 발달하면서 유야무야됐다. 결국 건설계획은 1980년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경인운하 건설이 다시 제기된 것은 1995년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 선정되면서다. 1996년 10월 시설사업기본계획이 고시됐고, 1998년 3월엔 (주)경인운하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되면서 실시협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경제성 논란과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2000년 6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경인운하 건설에 따른 특별한 환경 피해는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몇몇 미미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네 차례 보완을 거쳐 대부분 해소했다.
바닷모래를 실어나르는 부두가 철새 경유지와 붙어 있다는 지적이 있자 철새 경유지 이격 거리(10km) 확보를 위해 부두 위치를 행주대교 남단에서 난지도 전면 하천 둔치로 이전했다.
감사원도 경인운하에 대해 2003년 3월부터 4월까지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당시 운하를 운항할 계획이던 선박이 교량과 부딪칠 우려가 있으므로 대상 선박을 재검토할 것과 물동량 및 경제성 등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정부는 2003년 9월 민자로 추진 중이던 굴포천 방수로 사업과 제방도로 건설을 국고로 전환해 먼저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4년 4월 경인운하 민간사업자와의 실시협약이 해지됐다.
정부는 경인운하사업의 경제성과 사업내용 등에 대해 국내외 연구기관 합동으로 재검토를 추진했다. 2004년 8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운하 전문기관인 네덜란드 DHV사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것. 그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1.76으로 경제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됐다(B/C가 1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인운하 사업은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인운하 사업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대상선박을 2500t급 연안해운선에서 4000t급 R/S선박으로 변경하고, 레저용 갑문 및 요트 계류장(마리나) 부두를 추가했다. 또한 해수의 유입을 차단했던 것을 수로 내에 해수 유통이 가능하도록 보완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경인운하 사업계획 타당성을 검토하게 한 결과 역시 B/C=1.07로 수익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사업추진을 확정하고, 같은 해 12월 29일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방향을 확정했다.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 직접 시행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녹색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경인운하사업의 조속한 착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여건에서는 민자 유치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KDI에서도 민자사업보다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는 경인운하에 대한 지역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지난 2월까지 마무리한 데 이어 공개 입찰을 통해 공사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2월 3일 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5월 4일 입찰을 실시한다. 5월 25일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 과정을 거친 후 6월 30일 터미널, 갑문 등 본공사를 착공한다.
그동안 경인운하 건설이 늦어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지역 국회의원 등은 사업의 조속 추진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2006년 5월에 지역 주민 5만명이 조속한 추진을 건의했는가 하면 2006년 10월엔 지역협의회도 발족됐다. 인천시, 인천시의회, 서부수도권행정협의회 등에서도 조기 시행을 촉구(2007년 6월)했고, 지역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지속적으로 찬성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2월 11일엔 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수도권 3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모여 경인운하 사업에 힘을 모으기로 하고 ‘경인운하 연계사업의 상호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경인운하는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인운하는 한강과 서해를 연결해 화물을 운송할 뿐 아니라 문화·관광·레저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인운하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지난 1월 기본계획이 수립된 데 이어, 3월말 굴포천 방수로~김포터미널 연결수로 공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대사업이 시작된다. 6월엔 설계와 시공을 동시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Fast-Track) 방식으로 교량, 갑문 등 주요 공정이 착공돼 2011년 12월이면 완공 및 선박 운항이 가능해진다.
경인운하는 주운수로가 인천 서구 시천동(서해)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까지로 총 18km다. 그럼에도 사업기간이 짧은 것은 이미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 구간 14.2km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가 벌어지는 구간은 굴포천 방수로와 한강을 잇는 3.8km다. 여기에 인천 및 김포터미널 설치공사, 갑문설치공사, 대체교량 및 접속IC공사 등이 더해진다. 방수로의 경우 운항수심(6.3m) 확보를 위해 현재 깊이에서 평균 1.6m를 더 굴착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2조2500억원으로 본사업비가 1조6200억원, 배후단지 조성비가 6300억원이다. 사업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채권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한 후 향후 운영 수입, 배후단지 분양 등으로 보전할 계획이다.
주운수로의 양쪽 끝단에 284만㎡(86만 평) 규모의 인천터미널과 198만㎡(60만 평) 규모의 김포터미널을 조성한다. 인천터미널은 갑문 3기(R/S 2기, 레저용 1기), 부두 13선석(컨테이너, 해사, 철강, 중고차 및 여객)으로 돼 있다. 김포터미널은 갑문 1기(R/S), 부두 14선석(컨테이너, 바닷모래 및 레저용)으로 돼 있다.

또한 인천터미널 내에 108만㎡(32.7만평), 김포터미널 내에 74.6만㎡(22.6만평)의 배후단지를 조성한다. 배후단지에는 화물창고, 분류·가공·조립 시설, 유통 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연결하는 15.6km에 걸쳐 4차선 제방도로도 건설된다. 이밖에도 경인운하를 횡단하는 교량 12개가 들어서 운하로 말미암은 인천과 경기의 남북 단절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운하를 운항할 선박은 4000t급 R/S선박이다.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바다-강 겸용선박(Sea-River Vessel)으로, 크기와 형태 면에서 연안수송과 내륙주운수송을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한다. 평균 160TEU, 최대 250TEU를 운반할 수 있는데 컨테이너, 철강, 자동차, 바닷모래 등을 운송할 예정이다. 2030년을 기준으로 컨테이너 97만t, 철강 75만t, 자동차 7만6000대, 바닷모래 913만㎥, 여객 105만명이 경인운하를 통해 운송될 것으로 예상된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한국수자원공사 정진웅 경인운하건설단장은 경인운하의 효과에 대해 “경인운하사업은 굴포천 유역의 상습적인 침수로 발생되는 막대한 재산 및 인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굴포천 방수로사업과 연계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도권 물류난 해소와 더불어 문화·관광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경인운하 건설을 통해 약 2만5393명의 고용효과와 약 3조9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해 예방 및 효율적 유지 관리
굴포천 유역(인천 계양·부평, 경기 부천·김포)은 40%가 한강 홍수위 이하의 저지대로 상습적인 수해 발생 지역이었다. 평상시는 하천물이 한강으로 흐르지만, 홍수 때는 한강수위가 굴포천 수위보다 4m 이상(100년 빈도) 높아 자연배수가 불가능하다.
1987년 7월에 사망 16명, 이재민 5427명, 재산피해 420억원 등 막대한 피해를 안긴 굴포천 유역 대홍수를 계기로 1992년 홍수 때 굴포천 물을 서해로 흐르게 하는 방수로 사업에 착수했다. 1994년 4월엔 굴포천 치수계획을 변경해 방수로 바닥 폭을 40m에서 80m로 확대했다.
그런데 방수로만 건설하면 매년 116억원(방수로 공사비 4671억원의 2.5%)의 유지관리 비용이 별도로 소요된다. 하지만 굴포천 방수로를 운하로 함께 사용하면 항만하역료 등 일정한 수익을 통해 국고지원 없이 안정적인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방수로만 건설했을 때는 연간 홍수기의 보름 동안만 활용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물이 마르거나 수질오염, 쓰레기와 폐기물 불법투기 등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운하를 건설해 사용하면 나머지 350일 동안에도 활용할 수 있다. 더구나 서해 해수가 들어와 수질향상 등 친환경적인 관리도 가능하다.
물류비 절감, 교통난 완화
현재 우리나라의 화물운송 수단은 도로 중심이다. 경인운하는 이를 선박운송 등으로 연계, 흡수함으로써 국내 물류체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광양 등에서 도로로 운송하는 컨테이너를 연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운송하면 실제 화물 이동거리가 500㎞ 이상에 달한다. 이를 운하를 통해 트럭 250대 수송 분량의 컨테이너에 실어 한 번에 운반하면 컨테이너 1TEU당(부산~김포) 약 6만원의 물류비가 절감된다. 배 한 척당 최고 1500만원(250TEU×6만원)의 절감 효과를 얻는 셈이다. 또한 경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는 물동량을 흡수하게 돼 내륙교통난을 완화하고, 도로 신설 및 확충에 따른 사회간접비용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운하는 육상교통수단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환경오염과 에너지 소비가 적어 친환경적이다. 따라서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한다. 운하는 에너지 효율이 철도의 2.5배, 도로운송의 8.7배 수준이다(미국 교통부). 운하와 대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철도가 1.4배, 도로가 4.9배 수준(독일 연방수로국)이다. 대기 및 수질오염, 사고 등을 종합한 환경비용이 운하는 도로의 14분의 1, 철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인운하는 연안해운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성적인 체선에 시달리는 인천항의 기능을 인천터미널이 분담함으로써 수출입 물동량의 원활한 처리가 가능해져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 또한 중국이나 부산 등에서 온 화물이 환적 없이 김포터미널까지 바로 들어오므로 수도권 북부지역 화물 처리에도 유리하다. 한강~서해를 연결하는 여객 및 관광선 운항과 화물운송의 활성화는 서울의 도심 교통난 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인운하는 서울과 서해를 연결함으로써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레저 활성화
강과 바닷길을 잇는 경인운하는 문화, 관광, 레저 등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특히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송도·청라·검단·김포지구 등 수도권 서부지역의 대동맥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경인운하와 인천 북항을 잇는 항로를 신설해 인천의 해상물류산업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한 경인운하를 통해 ‘공해도시’ 이미지를 벗고 도시 위상을 한 단계 높여 세계 10대 명품도시로 탈바꿈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특히 운하 건설 예정지의 대부분은 1970년대부터 30년 이상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방치되다시피 했던 곳이다. 이 지역에 문화·레저 시설이 들어서고 여러 개의 신흥 미니도시가 조성되는 등 인천 서북부 지도 자체가 바뀌게 된다.
먼저 인천시 서구 시천동에 들어서는 경인운하 인천터미널 인근의 나대지를 50만㎡ 규모의 미니 수변 도시로 조성한다. 운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고급 빌리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 살게 될 5만∼7만여 명의 주민들은 수상택시로 서울이나 영종도, 청라경제자유구역으로 출퇴근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백석동에도 새로운 물류 단지와 고급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경인운하 인근 지역에 골프장, 수영장, 승마장 등 2014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을 조성하고 수도권 주민들이 운하를 이용해 주경기장을 편리하게 방문하도록 연계 교통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계양산과 연계한 생태공원과 자전거 전용도로도 설치한다.
서울시는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서울을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항구·워터프런트(Waterfront·수변) 도시로 만드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계획 아래 한강을 중심으로 도시구조를 5개 부도심(상암, 영등포, 용산, 왕십리, 영동)과 강서구 마곡 전략 중심지 등으로 재편하고, 서해와 연결하는 주운(舟運)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의 한강르네상스 사업 계획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여의도와 용산에 국제여객터미널을 만들어 서울과 중국을 운항하는 5000t급 직항 국제여객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서울숲, 뚝섬, 당인리, 반포 등 6곳에 여객 선착장을 만들고, 마곡, 난지, 잠실 등 4곳에 요트 계류장과 수상레저 시설을 짓는다. 최대 5000t급 국제여객선이 다닐 수 있게 수심을 한강 본류(신곡~잠실수중보)는 4~6m, 중랑천과 탄천 같은 주요 지천은 2.8m로 정비하고, 김포 신곡수중보에는 갑문을 설치한다.
경기도는 경인운하 사업을 계기로 국가성장동력의 중심지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김포와 이산포에 여객터미널 등을 조성해 국내물류뿐 아니라 국제물류망의 거점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포함하는 ‘한강하구 남북 공동번영지구’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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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