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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3월 9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여러 날 지났건만 차가운 바닷바람은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했다. 굴포천과 서해가 만나는 영종대교 인근 배수갑문 위에서 바라본 인천터미널 예정지에는 강물이 고여 거대한 저수지를 이루고 있었다.

경인운하는 서해의 관문인 이곳 인천터미널 예정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배수갑문 좌측으로 운하가 드나들 수 있는 새로운 갑문이 들어서고, 갑문 좌우측에 인천터미널이 조성된다. 284만㎡ 규모로 조성될 인천터미널에는 3선석 규모의 컨테이너 부두와 2선석 규모의 철강 부두, 5선석 규모의 해사(海 沙) 부두 등이 들어서고, 1000대의 자동차를 수용하고 하루 500명의 여객 수송이 가능하도록 건설된다.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건설단 김현식 공사1팀 차장은 “중국 등지에서 오는 배가 경인운하로 원활히 진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바다 수심도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며 “경인운하 앞 서해도 준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해 준설은 경인운하 초입 배수갑문 앞쪽에서부터 인천항에 이르는 항로까지 10m 깊이로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터미널 부지 건너편 서해에는 장차 요트 선착장 등 마리나 시설도 조성할 계획이다. 마리나 시설은 경인운하를 계획하면서 잡아놓은 수향8경(水鄕八景) 중 제1경에 해당한다. 그러나 서해의 마리나는 장래 계획으로 잡혀 있을 뿐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한 경인운하 건설 계획에는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 인천터미널은 수향8경 가운데 제2경이다.





인천터미널 부지에서 시작되는 경인운하 주운수로 초입부 북측엔 수직으로 제방이 조성돼 있다. 운하 위쪽이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여서 오염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경인운하건설단 이현재 과장은 “굴포천 방수로 사업 당시부터 수도권 매립지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가 이뤄졌다”며 “다른 지역은 비스듬히 경사가 진 제방이 조성되지만 이곳은 수도권 매립지가 가까워 오염방지장치를 한 뒤에 제방을 만들다보니 수직으로 조성됐다”고 밝혔다. 기초를 튼튼히 닦아놓은 덕분에 운하가 건설되더라도 수도권 매립지 오염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은 일찌감치 차단된 셈이다.

경인운하 착공식은 3월 말로 예정돼 있다. 그렇지만 현장을 방문한 9일 오후에도 굴착기 여러 대가 주운수로 바닥에 있는 흙을 퍼내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물이 차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나 흙더미가 어지럽게 널린 주운수로는 비록 황량해 보였지만, 굴착기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인천터미널 부지에서 5km쯤 내륙으로 들어오면 시천교 예정 부지가 나온다. 경관 교량으로 건설될 시천교는 현재는 임시 가교가 설치돼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시천교 우측 동산에는 경인운하 홍보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50m 높이의 기념탑도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김현식 차장은 “시천교 주변에는 선착장과 수변 데크 등으로 꾸며 국민 누구나 운하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천교 주변은 수향8경 중 제3경에 해당한다.

경인운하 홈페이지(www.kicanal.kr)에 따르면, 시천교 북측에 향유원과 바람개비 공원이 들어선다. 향유원에는 수변 휴게시설과 전망대, 산책로 등이 들어서고, 바람개비 공원은 목가적이고 한가로운 풍경으로 조성된다. 이 같은 계획 때문인지 시천교 주변을 지나다 보면 ‘경인운하 건설’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여럿 눈에 들어온다. 그린벨트로 묶여 오랫동안 개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 지역이 경인운하 건설을 계기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시작된 굴포천 방수로 사업이 경인운하로 확대됨에 따라 그 효율성은 수십, 수백 배로 높아질 수 있다며 주민들은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인운하지역협의회 박한욱 위원장은 “방수로 사업에 그쳤다면 관리주체가 지방자치단체가 되기 때문에 사후 관리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며 “국가가 직접 나서 운하를 건설하고 운용하게 되면 제대로 관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시기는 여름철 집중호우 때로 대략 보름에서 20일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간은 건천으로 남겨둘 운명이었던 것. 그러나 운하를 건설함으로써 홍수 피해 방지는 물론, 연중 내내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고 수변공간을 1년 365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즉 경인운하 건설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다목적 토목사업이라는 얘기다.

박한욱 위원장은 “운하 주변 지역은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며 “난개발만 방지할 수 있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느 정도 (그린벨트를)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경인운하를 건설하는 동안 운하 남측과 북측에는 각각 제방도로가 건설된다. 북측엔 왕복 2차로 도로가 들어서고, 남측에는 편도 2차로 고속화도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동시에 운하 수로변에는 자전거도로도 만들어진다. 서울을 기준으로 김포터미널을 출발해 인천터미널을 돌아 다시 김포터미널로 돌아오는 약 40km의 사이클 코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천교에서 공사현장 진입로를 따라 다시 1km쯤 더 내륙으로 들어오니 리버사이드 파크 예정지가 나왔다. 지대가 높다 보니 이곳에서는 좌우로 흐르는 뱃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 같은 지형을 활용해 리버사이드 파크에는 운하 북측에 인공폭포를 만들고 수변카페도 조성한다. 또 미국의 그랜드캐년 등에 설치돼 있는 것과 같이 걸어서 운하 위를 걸어 돌아볼 수 있도록 전망대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밋밋한 암벽에 인공폭포와 전망대가 들어설 것을 상상해보니 ‘불가능은 없다’는 말은 나폴레옹만의 전유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운하를 따라 3km쯤 더 내륙으로 들어오자 굴포천변에 위치한 경인운하건설단 건물이 보였다. 건설단이 들어선 곳에는 운하를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만경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통 정원과 대숲정원, 선착장 등으로 꾸며질 만경대는 국민들이 쉽게 운하를 접할 수 있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주민들이 가볍게 나들이 삼아 다녀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만경대 조감도에 따르면 물이 흐르는 높이와 가장 비슷한 높이에 수변 데크 등을 조성해 산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만경대를 설치해 큰 누각에 앉아 운하를 운행하는 선박이나 요트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경인운하건설단에서 김포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경인운하 주운수로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가 눈에 띈다. 바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다. 그런데 외곽순환고속도로의 교량이 다른 지역과 달리 운하 예정지 위에는 커다란 아치 모양으로 널따랗게 벌려서 설치돼 있다.

김현식 차장은 “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경인운하 건설을 예상해 배가 지날 수 있도록 교량을 설치했기 때문”이라며 “외곽순환고속도로는 현재 상태로도 운하가 완공된 뒤 배가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는 운하 주변지역에는 두물머리 생태공원이 들어선다. 김포터미널에서부터 이곳까지 운하가 건설되면 한강에서 흘러온 물과 굴포천 본류가 만나 두물머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수향8경 가운데 제6경이 이곳에 조성된다. 생태습지와 생태체험장, 어류 서식처 등이 만들어질 계획이다.

인천터미널에서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와 나란히 흐르던 경인운하는 이곳에서 방향을 틀어 김포터미널로 향한다. 즉 기존의 굴포천 방수로 사업 지역에다 김포터미널 인근 한강까지 3.8km를 연결하면 경인운하 전체 뱃길이 완성되는 것이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김포대교와 행주대교 중간쯤에서는 김포터미널 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임시 전망대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김포터미널 부지는 평평한 논이었다. 약 200만㎡ 규모로 들어설 김포터미널에는 갑문 1기, 컨테이너와 해사·레저용 등 모두 13선석의 부두가 설치된다. 김포터미널 한편에는 요트 등을 정박해놓을 수 있는 마리나 시설이 들어서고, 수변공원도 조성된다. 김포터미널 부지가 수향8경 가운데 제7경이고, 한강 둔치 쪽에 조성될 마리나 시설이 제8경이다.

지금은 거친 들판에 불과한 이곳을 뱃길로 만드는 경인운하사업이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케 할 대역사가 아닐 수 없다. 3월 말 첫 삽을 뜰 경인운하는 2년 반 뒤 우리에게 그 위용을 드러낼 것이다.

글·구자홍 기자



“랜드마크 되도록 명품운하 만들겠습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정진웅 경인운하건설단장

3월 9일 경인운하건설단 사무실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많지 않았다. 보상팀 직원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보상 설명회를 여느라 자리를 비웠고, 공사팀 관계자들도 공사 예정지를 둘러보고 착공식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1995년 3월 민자투자 대상사업으로 지정돼 추진돼왔던 경인운하 건설이 올해 초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시행하는 것으로 정부 방침이 바뀌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직원들과 함께 주민 대상 보상 설명회에 참석한 뒤 이날 오후 늦게 사무실에 돌아온 정진웅 단장을 만났다.

“경인운하는 지역경제와 지역 주민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사업입니다.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통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사업을 이끌어갈 계획입니다.”

정 단장은 경인운하가 주민 편익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인운하는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운하사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여기고, 그 역할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운수로가 완공돼 운하가 제 역할을 하게 되면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것입니다.”

정 단장은 운하 건설을 통해 홍수 예방과 물류비 절감 외에도 문화·관광·레저 산업이 활성화돼 지역경제가 크게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민 편익 제고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명품운하로 만들어 주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인운하의 완공 예정 시기는 2011년 말이다. 길어야 3년, 짧게는 2년 반 만에 18km에 달하는 운하가 건설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인천과 김포에는 200만㎡가 넘는 부지에 대규모 터미널이 들어서고, 운하 주변 곳곳에는 수변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원대한 계획에 비해 공사기간이 너무 짧지 않으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정 단장은 “공기를 단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까지 축적된 우리나라의 건설 노하우와 기술이 결합한다면 3년 안에 운하를 완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중간에라도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공법을 적극 개발해 적용한다면 목표한 완공 기일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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