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빨간 우체통이 서 있는 입구를 지나면 문지기처럼 보이는 호두까기인형, 모의 입국심사대와 2층버스 사진이 장식된 모의 버스정류장, 영어 세계지도와 현지 시간을 알려주는 벽시계, 실제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구명조끼가 걸려 있는 모의 비행기 실내…. 시설 좋은 사설 영어 어학원? 아니다. 이곳은 서울 용산구 용산로2가 용암초등학교의 용암거점영어체험센터다.
용암초교 4학년 인준이(10·남)는 지난 봄방학 중에도 신나게 학교를 다녔다. 이렇게 시설 좋은 영어체험센터에서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영어 수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3학년생 예하(9·여)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여느 초등학교 3, 4학년생 같으면 웬만한 영어학원을 몇 달쯤 다녔음직한데 인준이와 예하 모두 교과 외 영어공부는 처음이다. 용암초교가 위치한 용산로2가는 남산 3호터널이 지나는 산 윗동네. 예전 ‘해방촌’으로 불리던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다.
인준이, 예하를 포함한 열댓 명의 아이들은 봄방학 중인 2월 19일 이곳 체험센터 도서실의 따스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앉아 내국인 영어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영어퀴즈를 풀고 있었다. 알파벳 속에 숨은 영어단어를 찾아 동그라미를 치던 예하는 “책도 많고 원어민 선생님들과 얘기하는 게 무척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주방용 싱크대가 설치된 ‘스위트 키친(Sweet Kitchen)’에서는 원어민 강사인 구스로 선생님이, 최첨단 시청각교실인 ‘지니어스 클래스룸(Genius Class-room)’에서는 또 다른 원어민 강사인 윌리엄스 선생님이 수업 중이었다.
용암거점영어체험센터는 용산구청의 교육경비 보조금을 지원받아 지난해 11월 27일 문을 열었다. 개원 이래 오전 정규 수업시간에는 서울중부교육청 관내 15개 초등학교 4학년생 대상 일일 영어체험교실로, 오후에는 용암초교와 인근 8개 초등학교 대상 영어 방과후 학교로 활용돼왔다.
학기 중 진행되는 영어체험교실은 입국심사, 기내방송 익히기, 음식 주문하기, 소포와 항공우편 부치기, 버스·지하철 이용 등 가상 여행체험에서부터 실제 서양요리 만들기까지 ‘신기한 영어, 맛있는 영어, 손에 잡히는 영어’ 체험코스로 만들어져 있다. 방과후 교실은 영자신문 읽기와 실용회화 중심의 주 2회(총 4시간) 코스와 어린이 토익을 배우는 주 1회(총 2시간) 코스로 구성돼 있다.

용암초교 권영갑 교장은 “현재 두 달 단위로 진행되는 방과후 영어교실에는 238명의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다”며 “사설학원보다 우수한 시설,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님들의 신뢰도가 높아 다음 달 시작하는 2기 영어교실에 벌써 200여 명이 수강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매주 화·목요일이면 한남초등학교 2학년인 딸(8)을 데리고 집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인 이곳 영어체험센터를 찾는다는 학부모 함모(40·여) 씨는 “이 정도 수준의 사설어학원에 아이를 보내려면 한 달에 못해도 30만 원은 들지만 이곳은 한 달 3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일반 학원과 달리 검증된 원어민 강사라는 점에서 안심이 되어 다음 번 수강신청도 벌써 해뒀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앞으로 학생들이 이러한 영어체험센터를 통해 수업 중 배운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영어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원보다 저렴한 비용의 방과후 영어교실로 사교육 영역을 커버한다면 아이들의 영어교육 효과도 높이고 학부모들의 영어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영어체험시설 확산을 희망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비는 앞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영어체험교실, 영어전용교실이 늘어나면서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2011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 영어체험교실·영어전용교실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영어교육환경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영어체험교실은 지난해 용암초교를 포함해 1342개교에 만들어졌고, 2011년까지 5813개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설치할 계획이다. 중고교의 영어전용교실은 지난해 2723개교에 개설됐으며, 2011년까지 5267개의 전국 모든 중고교에 만들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함께 현재의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이 지나치게 적다는 현장의 지적에 따라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영어교육정책 추진 방안에 따르면, 2010년부터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은 현재보다 주 1시간씩 늘어나게 된다.
또 2012년부터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가 모두 포함된 (가칭)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시행됨에 따라 각 지역교육청마다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12년에는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TEE)’을 위해 서울 모든 초중고교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배치된다. 또 취약계층 학생에게 서울 지역의 모든 영어체험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하게 할 예정이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영어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영어체험교실 버스 ‘매직 잉글리시 버스(Magic English Bus)’를 운행하고 있다. 45인승 대형 버스를 개조한 ‘달리는 영어교실’은 원어민 강사 2명과 내국인 영어교사 1명이 탑승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이 버스는 운행 6개월 만에 학생 승객 2만 명을 돌파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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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