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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보건복지콜센터 소득보장상담반 박미정 상담원은 콜센터 업무를 해온 지 3년이 넘었다. 박 상담원은 그동안 접한 수많은 고객들 중에서도 최근에 긴급의료비 지원 상담을 했던 한 중년 남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정책이슈로 매우 바쁜 날이었어요. 고객은 굉장히 어렵게 말을 꺼내셨어요. 처음 몇 분 동안은 전화한 목적도 말씀하지 않으시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의료비 지원 때문에 전화했다’고 한 마디 하셨어요. 좀 더 편히 말씀하실 수 있도록 용기를 드리고 의료비 지원을 요청한 경위를 여쭸더니 가족들이 모두 지방에 있고 혼자 올라와서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있다고 하셨어요. 며칠 전 겨우 일자리가 생겼는데 출근길에 차에서 내리다 허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술을 하지 않으면 평생 척추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말씀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갖고 있는 돈이 몇 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지요. 곧바로 긴급의료비 지원 접수를 해드렸어요. 신청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갈 테니 지원 결정 받으시고 수술도 잘 받으시라고 말씀드렸더니 고객은 접수된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거듭 고마워하셨어요.”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2006년 9월부터 학원을 운영하다 어려움이 많아 결국 지난해 10월 폐업신고를 했어요. 남편은 오래 전부터 간경화로 치료받고 있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고, 시부모님은 치매 진단을 받아 누워 계십니다.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만 질병에 걸린 남편과 치매를 앓는 시부모님을 모시며 가정의 생계를 떠안아야 하는 심리적,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시어머니 명의로 된 작은 연립주택이 있지만 시어머니가 치매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못해 처분할 만한 입장이 아니에요. 더욱이 남편의 형제들도 주택 처분을 반대하고요. 문제는 그 연립주택 소유 부분이 재산으로 인정되고, 현재 미취업 상태임에도 대학을 졸업한 딸이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긴급지원상담반 박선미 상담원은 지난 1월 한 중년여성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마음이 아팠다. 딱한 사정을 듣다 보니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막막할 것 같았다. 박 상담원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어머니요, 며느리로서 사면초가에 빠진 고객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은 ‘희망의 전화 129’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신속하게 고객의 상황을 정리해 관할 지자체로 긴급생계지원을 요청했어요. 나중에 지원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담당공무원의 회신을 듣고서야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그렇게 지원 요청을 해드린 고객이 혜택을 받게 됐을 때 가장 기쁘고 뿌듯해요.”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이 보건복지콜센터(129콜센터)에서 마지막 희망을 찾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129콜센터에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3895건이던 상담 건수는 올 들어 5461건으로 늘었다. 특히 긴급복지지원을 요청하는 전화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2만 7772건이던 긴급복지지원 상담 건수는 올 들어 이미 2만 8000여 건(2월 23일 기준)에 달했다.






긴급복지지원은 최근 6개월 이내에 갑자기 발생한 위기상황 때문에 생계유지 등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가가 긴급하게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를 들면 △주소득자의 사망, 가출, 행방불명, 구금시설 수용 등으로 소득원이 없는 가정 △중한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이 이에 해당한다.

이같이 위기상황에 처한 서민들이 129콜센터로 몰리면서 103명의 상담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365일 24시간 3교대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것. 이 때문에 퇴근이 한두 시간 늦어지고 주말 근무도 잦아졌지만 상담원 중 어느 누구도 불만을 입에 담지 않았다. 상담원들은 오히려 “사정은 너무 딱한데 요건에 맞지 않아 혜택을 줄 수 없는 고객을 만나면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월 5일 129콜센터를 찾아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상담원의 고충을 체험하면서부터 이곳에선 ‘신문고‘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129콜센터 김은호 주무관은 “개통 이후 현재까지 총 상담 건수는 260만여 건으로 지난해까지는 긴급복지지원 중 의료지원 상담이 많았으나 최근엔 생계지원 관련 상담이 현저히 늘었다“며 “특히 실직자나 자영업 폐업자 같은 30, 40대 신빈곤층의 전화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김인숙 긴급지원상담반장은 “요즘 들어 당장 자살하겠다는 사람을 다독여 설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아프고 힘든 분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국민의 좋은 친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129콜센터로 상담이 접수되면 이름과 나이, 소득, 자녀 유무, 직업, 연락처, 사연 등이 해당 시군구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통보되고 이들의 현장조사를 거쳐 긴급복지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지원은 최대 4개월까지 가능하며 단기 지원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엔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129콜센터로 상담이 접수됐다고 해서 모두 다 지원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긴급지원은 재산이 대도시 기준 1억 3500만 원, 중소도시 8500만 원, 농어촌 7250만 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은 1인 73만 6268원, 2인 125만 3645원, 3인 162만 1779원, 4인 198만 9914원 이하다.

129콜센터 양윤선 센터장은 “행정지원이 어려운 경우 다른 방법은 없는지 최선을 다해 찾아본다”며 “시군구청과 보건소 등 관련기관 및 단체들과 신속하고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서민들이 위기상황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복지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글·송기평 인사이드저널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소득보장, 복지서비스, 건강생활 상담 :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 긴급지원 상담 : 365일 24시간
■ 인터넷 홈페이지 : www.12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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