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창훈(가명·11·서울 도봉구)이에겐 방학 때마다 동사무소에서 지급하는 식권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창훈이는 평소 어머니가 일용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처지.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어놓고 일을 나가도 어린 나이에 혼자 챙겨 먹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식권은 이런 고민을 덜어준다. 집 주변 지정 식당에서 불편 없이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후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정식(가명·17·강원 정선군), 지숙(가명·14) 남매는 날마다 배달되는 도시락을 통해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낀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마저 몸져누운 집안 형편에선 밥 한 끼 챙겨먹기도 쉽지 않은 처지.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주어지는 한 달 몇십만 원의 돈으로 세 식구가 살기엔 너무도 빠듯하다. 더욱이 음식을 만들기엔 둘 다 어린 나이라 도움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지방자치단체가 경비를 부담하고 마을 부녀회가 만든 도시락이 이들 남매에겐 큰 힘이 된다.
매서운 경제 한파 탓에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그러다 보니 저소득층 결손가정의 경우 방학 중 자녀들의 끼니 해결 문제도 보통 일이 아니다. 만약 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 제도가 없었다면 전국 약 30만 명의 어린이·청소년은 방학 때마다 배고픔에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1989년부터 시작한 결식어린이 급식 지원 제도는 학기 중엔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방학 중엔 보건복지가족부와 지자체가 담당한다. 학기 중엔 학교 급식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방학 때는 지원 방법이 쉽지 않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특히 급우들에게 급식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한 일부 학생들이 방학 중 급식 신청을 하지 않은 사례도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대상자 선정 때 공개조사를 금지토록 하는 한편, 담임교사가 학생 상담 또는 보호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급식 지원 여부를 직접 확인토록 하고 있다. 또한 되도록이면 지역아동센터의 급식소 이용을 권장함으로써 학습지도와 상담, 복지 서비스 등의 병행 효과를 꾀하고 있다.
방학 중 급식을 지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관 등의 단체급식소나 지정된 일반음식점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일반음식점을 이용할 경우엔 지자체에 따라 3000~4000원짜리 식권을 1일 1장씩 산정해 방학기간만큼 지급한다. 둘째는 집 인근의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식품권 지급. 셋째는 도시락, 주·부식 재료 등을 가정으로 직접 배달해주는 방법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7년 아동급식 유형별 현황에 따르면, 방학 중 급식 대상자 27만 1606명 가운데 7만 5904명(28%)이 식품권을 이용했으며 일반음식점 이용 7만 1015명(26%), 단체급식소 이용 4만 9932명(18%) 순이었다. 여기에 쓰인 예산은 1567억 원이었다.
지난해 방학 중 급식 혜택을 받은 아동·청소년은 29만 4000명으로 2007년에 비해 2만 명 이상 늘었다. 더욱이 올해는 경제위기 여파로 지난해보다 약 16만 명이 늘어난 45만 40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시적으로 국고 421억 원을 투입한다. 방학 중 급식 제도를 2005년 지방으로 이양한 지 4년 만의 국고 지원이다.
기업·민간단체도 잇따라 참여
이 제도는 아직 개선할 점도 적지 않다. 한 끼당 3000~4000원으로 책정돼 있는 가격의 현실화부터 어린이들의 수치심을 예방하기 위한 완벽한 비밀 보장 등이 여전한 과제다. 또한 일반음식점을 이용할 때 분식 등 특정 음식만 고집할 경우 성장 과정에서 영양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방학 중 급식은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로 자리잡은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기업이나 민간단체들이 잇따라 결식아동 급식 지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만 봐도 이 제도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제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각별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후속조치의 하나로 정부가 1월 5일 발표한 5개 분야, 38개 과제에도 이름이 올랐다. 또한 이 제도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겨울방학 기간 중 아동급식 특별대책반이 만들어져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아동복지정책과 조연경 사무관은 “방학 중 결식어린이 급식 지원 제도는 그동안 사업 주관부처가 바뀌는 과정을 몇 차례 겪었고, 아직 예산 문제 등 아쉬운 면이 있지만 빈곤층에게 도움을 주는 복지정책으로 자리잡았다”며 “급식 대상자 조기 발견은 물론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한 자체 급식소 확충 등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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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